노년기 망상장애, 치매의 전조증상 가능성 높아 요주의
[쿠키 건강] #1년 전 사별한 김모(73·여)씨는 평생을 의지해왔던 남편을 먼저 보낸 탓인지 평소와 달리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었다. 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은 후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는데도 안심을 못하며,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고, 남들이 자신에 대해 안 좋게 수군거린다고 생각을 한다. 여기에 누군가가 자신에게 피해를 입힐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해, 평소에 복용하던 혈압약도 ‘독’이 섞인 것이라며 회피한다.
김모씨처럼 평소와 달리 불안감을 느끼며 평소 성격으로 설명되지 않는 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망상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다.
망상장애는 배우자의 죽음, 실직, 은퇴, 사회적 고립, 경제적인 곤란, 회복하기 어려운 내과적 질환, 시력장애, 청각장애 등의 신체적, 심리적 스트레스가 있을 때 발생하기 쉽고, 알코올 장애, 정신분열증, 우울증, 양극성 장애, 치매 등에서도 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망상장애가 가장 빈번하게 발병하는 연령은 25~45세지만 노년기의 어느 시기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후기발병 정신분열병 환자들과는 달리 환각이 빈번하게 발생하지는 않으며, 기이한 망상, 사고장애, 음성적 증상, 기능의 황폐화는 나타나지 않는다.
망상장애는 다양한 내용을 나타낼 수 있지만, 피해망상을 위주로 하는 체계적인 망상이 가장 흔하며, 흔히 ‘의부증, 의처증’으로 표현되는 애정관련 망상이 환자 본인과 가족을 괴롭히는 경우가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노년기 망상은 단순한 망상장애가 아닌 치매의 전조 증상일 가능성이 있어 주의를 요한다. 치매는 일반적으로 기억력 저하로 증상이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망상, 성격변화 등의 증상이 먼저 생기고, 이후 기억력 저하가 동반돼 뒤늦게 치매로 진단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망상장애로 인해 초조증세를 심하게 호소할 경우 항정신병제를 투여하면 효과적이다. 망상장애를 호소하는 노인들은 함부로 약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신치료, 약물치료와 함께 환자가 망상으로 인해 받는 고통을 잘 이해해줌으로써 치료 의지를 북돋아줘야 하며, 망상 자체보다는 환자의 부정적 자기개념과 낮은 자존감 등 망상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까지 지지해줘야 한다.
이와 함께 청각이나 시각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보청기나 교정렌즈를 사용하도록 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경우 대인관계 증진을 위한 웃음요법, 미술요법 등의 사회재활 프로그램도 도움이 된다.
서울특별시 북부노인병원 정신과 김윤기 과장은 “신체·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평소와 달리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고, 쫓기고, 독살 당한다는 피해망상을 보이거나 자신이 죽을병에 걸렸다 등의 호소를 할 경우에는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 면밀한 의학적 검사와 조기치료를 해야 망상장애가 만성화 되는 것을 막고 치매 등을 조기 진단할 수 있다”면서 “망상장애는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도 힘든 질환인 만큼 평상시 노인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가족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며, 우울증이나 만성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정기적인 검사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사별 후 1개월 이상 불안감 지속된다면, 망상장애 의심을”
입력 2011-05-09 1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