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사여성병원 조사결과, 업무 스트레스·제도 뒷받침 취약 등 원인
[쿠키 건강] 난임(難姙)치료를 받고 있는 여교사가 학교당 평균 2명꼴인 것으로 나타나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광사여성병원은 오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가임기 연령에 속하는 5개 초·중·고등학교 137명의 기혼 여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A학교 2명, B학교 2명, C학교 1명, D학교 3명, E학교 2명이 현재 병원에서 난임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9일 밝혔다. 치료는 받지 않지만 난임으로 가슴앓이를 하거나 의심되는 여교사를 더하면 잠정적인 난임 환자는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교사 직업병으로 대부분 성대 결절, 하지정맥류, 요통 등이 꼽혀 주목을 받았지만 난임이 거론된 것은 처음이다. 난임이란 정상적인 부분관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1년 이상 임신소식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원인은 ▲면역학적 이상 ▲자궁내막증 ▲배란장애 ▲난관 수종(난관의 끝이 막혀서 물집이 형성된 경우) 및 유착 등의 이상 ▲자궁내막염과 자궁근종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전문의들은 최근 늘어나는 난임의 가장 큰 원인을 스트레스로 꼽는다. 유상욱 유광사여성병원 난임의학연구소장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궁의 기능이 떨어져 아무래도 수정과 착상이 확실히 어려워진다. 만약 임신을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태아의 면역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산아, 저체중아 분만율도 높아지고 습관성 유산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여교사의 스트레스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사실 여교사는 참한 이미지와 더불어 사회적 지위와 직업적 안정성으로 인해 결혼시장에서 신붓감 1위로 꼽히는 직종이다. 그러나 실제 여교사들이 마주한 현실은 녹록치 않다. 중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일하고 있는 김모(28)씨는 “온 종일 수업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쉬는 시간까지도 진로와 학부모상담, 공문서 작성, 수업준비, 수행평가검사를 처리해야 하고 담임이라도 맡게 되면 각종 행정업무로 점심도 거를 때가 많다”며 “목에 염증이 생기거나 허리가 아픈 것은 물론이고, 여선생님들 사이에서는 이러다 애를 못 가지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보충수업이나 야간자율학습으로 밤늦게 끝나는 날이 잦고 학급 성적이나 대학 진학률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도 상당히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과거와 달리 학생들이 개인적·이기적 성향이 강해 통제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여교사를 성희롱하거나 우습게 보는 남학생들이 늘어나는 등 여교사의 정신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요소들이 산재해 있다.
문제는 또 있다. 막상 불임치료를 받고자 해도 쉽지가 않다는 것. 현재 금융업계 여성근로자의 경우 불임치료를 원할 경우 최대 1년까지 쉬며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불임휴직제’가 도입된 반면, 교사의 경우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이 현실적으로 취약한 상태다.
공무원법에 의거 ‘질병휴직’을 신청할 수 있어도 장기간의 치료를 받기위해서는 학교장의 허가가 필요한데 불임이라는 사실을 고백하는 일도 쉽지 않다. 또한 막상 방학기간을 이용한다고 해도 각종 연수로 인해 제때 치료를 받기조차 어렵고 일부 사립학교에서는 퇴직을 각오하고 내야 할 만큼 눈치를 봐야 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유상욱 소장은 “실제 임상에서도 보면 평소 스트레스 관리를 잘하고 건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는 여성들은 임신 성공률이 다른 난임 환자들보다 높은 편”이라며 “주변에서도 임신이 어려운 여성을 ‘난임(難姙)’이 아니라 정말로 못하는 ‘불임(不姙)’으로 여겨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학교당 여교사 평균 2명꼴 ‘난임(難姙)’치료 받아”
입력 2011-05-09 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