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암 명의⑦] 끊임없는 도전으로 전립선암 수술을 진화시킨 ‘하라부지’

입력 2011-05-02 16:39

이춘용 한양대병원장(비뇨기과)

[쿠키 건강] 비뇨기 질환 수술에 관한 한 그에게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는 언제나 따라다닌다. 최소절개를 통한 전립선암 적출술, 완전 요도 협착환자 협착 환자에서 역행성 광원을 이용한 내요도 절개술, 신암 환자에서 복강경을 이용한 신암 적출술, 신우암 환자에서 복강경을 이용한 신우요관 전적출술 등등.

1년에 100여건 이상의 비뇨기 질환 수술을 집도하는 이춘용 한양대병원장은 풍부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비뇨기 질환 치료법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는 전립선암의 명의다. 이 원장은 최소절개를 통한 전립선암 적출술 등 비뇨기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수술법을 연구하고 시도해왔다. 외국에서 새로운 수술법을 배워온 것은 물론 이제는 다른 나라의 의료진에게 스스로 개발한 수술법을 전수해주기도 한다. 지금도 비뇨기 질환 정복의 지름길을 개척하고 있는 이 원장을 지난달 29일 만났다.

의사로서 새로운 수술법을 ‘최초’로 시도한다는 것은 이 방법 이외에는 환자를 살릴 방법이 없을 때 시도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시험이다. 단단한 임상경험과 해부학적 지식들이 밑바탕에 깔리지 않았다면 시도조차 불가능한 일이다.

“방법이 없으니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 시도했을 뿐이죠. 환자가 나의 아버지, 형제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립선암 등 비뇨기 수술의 개척자인 그는 우리나라 로봇 수술에서도 선두주자로 꼽힌다. 논란이 되고 있는 다빈치 수술을 지난 2008년부터 3년 동안 150례 이상 시술했다는 이 원장은 다빈치 수술은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1500만원가량 소요되는 전립선암 수술비용이다. 개복수술과 복강경 수술 모두 보험적용이 돼 본인부담이 50% 수준이다.

“전립선암에서 다빈치수술은 의사, 환자 모두에게 정확한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전립선은 해부학적으로 좁고 깊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개복수술의 경우 400cc가량의 출혈이 있는 것에 비해 다빈치는 출혈이 거의 없어서 수술 성공률이 높습니다. 3차원 영상인 다빈치로 수술하면 섬세한 수술이 가능하며 또 통계적으로 비교할만한 자료는 아직까지 없지만 직접 수술한 환자를 기준으로 보면 성기능이 유지에도 도움이 됩니다.”



전립선암 등 비뇨기 수술에서 늘 새로운 시도를 했던 그는 이제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시도에 도전하고 있다. 4년 전 이 원장은 전립선 환자들을 모아 친우회를 조직했다. 이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전립선 환우회로 암과 같은 질병의 치유에 있어서 환자와 의사간의 대화와 소통을 통한 공감이 중요하다는 그의 확신 때문이었다.

이 원장은 암과 같은 만성질환에 있어서 주치의를 선택할 때는 의사가 환자와 얼마만큼의 애정을 쏟아줄 수가 있느냐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감기 같은 급성질환은 어느 병원에서나 쉽게 치료될 수 있지만 완치까지 환자와 의사와 많은 대화와 공감이 필요한 암 같은 만성질환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의료 수준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의료수준의 표준화, 평준화 됐습니다. 좋은 의료장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우는 병원도 있는데 의료장비가 환자치료의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한사람 한사람에게 각각 얼마나 많은 애정과 관심을 쏟아부을 수 있느냐가 치료 성적을 좌우하게 되는거죠.”

이런 면에서 본다면 하루 200여명의 환자를 상대하는 이 원장에게 환자와의 대화와 소통은 언제나 숙제이자 짐이었다. 대학병원 스타교수이기도 한 그에게 많은 환자를 한꺼번에 감당해야 현실에서 환자에게 모든 애정을 다 쏟아 부을 시간은 늘 부족했다. 그래서 그가 해결책으로 내놓은 게 친우회를 조직하는 것이었다.

오는 20일 제 5회 전립선 친우회가 한양대학교병원에서 열린다. 이 자리에서 4시간 동안 환자들끼리 치료와 수술, 생활습관, 식이에 대한 정보를 나눈다. 그들이 가지는 질문의 많은 부분은 요실금, 성기능장애, 음식에 대한 것들이다. 이 원장은 친우회를 열 때마다 이러한 모임이 환자들에게 얼마나 필요했는가를 뼈져리게 느낀다.

“전립선 환우회가 잘 조직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떤 의미에서 남성밖에 없는 전립선 환자들이 역차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편 매일 수백명의 환자를 대하고 새로운 수술법 등을 찾기 위해 쉼없이 달려왔기에 이 원장 본인의 건강유지비법은 무엇일까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건강유지비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걷고 배터지게 먹는 것이란다. 지난 주말에도 친구들과 함께 분당 정자역에서 수원까지 2시간 반을 걷고 설렁탕을 배터지게 먹었다며 함박웃음을 짓는 그에게서 피튀기는 수술을 진두지휘하는 의사의 모습보다는 푸근한 옆집 할아버지의 모습이 느껴졌다. 그의 이메일 주소가 왜 ‘harabugi’인지 알 수 있었다.

◇명의가 말하는 ‘전립선암’

-전립선암 환자가 늘고 있다.

“고령화, 진단방법의 발달,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들의 증가 등이 이유다. 젊은 환자들도 늘고 있는데 내 환자 중에는 44세 환자도 있다.”

-전립선에 좋은 생활습관은.

“술, 담배를 금하고 건강한 성생활을 유지하면 된다.”

-전립선암에 좋은 식이습관은.

“된장, 고추장 콩이 많이 들어간 우리 음식이 건강에 좋다. 나물 등이 반찬의 주를 이루는 우리네 식단은 전립선암에 도움이 된다. 서양 사람들은 건강에 좋다고 브로콜리, 토마토를 많이 먹는다. 우리는 그런 것들을 특별히 찾아먹기 보다는 김치 같은 우리 음식을 잘 활용하면 된다. 녹차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우리 음식이 좋다고 과하게 먹는 것은 좋지 않다. 음식점에 가서 한정식 5만원짜리 이상 먹으면 우리 몸에 ‘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3만원 정도면 먹어라. (하하)”

-전립선암 수술을 하면 성생활을 못한다는 얘기가 있다.

“전립선암 수술을 해도 성생활은 할 수 있다. 사정을 할 수는 없다.”

-어떤 암이든 조기검진을 강조한다. 전립선암의 조기진단의 효과는.

“조기에 발견하면 10년 생존률 100%에 가깝다. 조기검진이 그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전립선암이 국가암건진사업 항목에도 포함돼 있지 않는 게 문제다. 검사를 열심히 해서 최소한의 치료를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