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조규봉] 신고한 업체만 손해보는 ‘식품이물질 신고제’

입력 2011-04-28 06:28

[쿠키 건강] “억울합니다. 신고 안한 업체도 많을 텐데 굳이 이물질 신고 현황을 발표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이번 신고 현황에서 빠진 업체들 확인이라도 해보셨나요?”(S식품업체 홍보팀장)

식품에서 이물질이 검출될 경우 24시간 내 신고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런데 신고를 하지 않는 업체가 적잖다는 얘기다.

지난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은 지난해와 올해 1/4분기 식품 이물질 현황을 발표하고,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식품업체와 이물질 내용을 공개했다. 대부분 제조단계에서 검출된 이물질로 식품업체 몇몇 기업을 뺀 나머지 업체 수십 곳이 공개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형 식품업체가 빠진 것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A식품업체 관계자는 “성실하게 규정을 지키는 업체만 이렇게 두드려 맞는다. 신고하지 않은 업체들에 대한 대책은 아무것도 없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L식품업체 홍보팀장은 “물론 이물질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품목이 많은 식품사 일수록 이물질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거론되지 않은 업체들은 이물질이 나와도 신고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얘기다. L사 팀장은 이어 “신고를 하지 않은 업체들은 설령 적발이 되더라도 솜방망이 징계에 그친다. 업체들 사이에선 이렇게 언론에 대서특필 되는 것보다 차라리 과징금 처분이 훨씬 남는 장사라는 말도 돈다”고 헛웃음 쳤다.

현재 식품 이물질 발생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가 적발될 경우 행정처분은 과징금 300만원, 이물질을 보관하지 않을 경우 과징금 100만원의 처분을 받는다.

이쯤 되면 다시 거론할 수밖에 없는 것이 식품당국의 감시와 관리·감독이다. 이번 이물질 현황도 국회에서 먼저 움직이지 않았더라면 식약청 해당 공무원들의 업무처리상 이렇게 빨리 나올 수 없었다는 게 업계의 지적도 나온다.

식약청 담당자는 “1년에 두 번 이물질 현황을 보고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라면 상반기 이물질 현황은 6월에나 나와야 맞다. 하지만 지난 22일 국회의원실에서 기자에게 배포한 자료가 기사화되면서 이후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식약청발 보도자료가 뿌려졌다.

일부 지적대로 국회가 찔러야 일하는 식약청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더해 신고한 업체들의 억울한 속까지 달래려면 식약청은 지금부터라도 이번 이물질 신고 현황에 빠진 업체들까지 샅샅이 조사해봐야 할 것이다. c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