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송이 잠실 함소아한의원 원장
[쿠키 건강칼럼] 진료실에서 엄마들을 만날 때마다 서로 놀라는 대목이 있다. 바로 아이들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 때문이다. 나는 나대로 보통 아이들이 잠드는 시간이 너무 늦다는 사실에 놀라고, 부모는 내가 재우라고 하는 시간이 무척 이른 때라 놀란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묻고 싶다. 당신의 아이는 몇 시쯤 자는가? 10시에 자는 아이는 아주 양호한 편이다. 내가 권장하는 시간은 8시, 그러나 이 때 자는 아이가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아이들이 일찍 자야 하는 이유는 너무 많다. 빨리 잘수록 성장호르몬 분비가 활발해져 성장이 잘 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자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두뇌발달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밤에 푹 자면 체력이 충분히 회복돼 다음 날 기분도 좋고, 집중력, 호기심이 왕성해질 수 있다. 이것은 학습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또한 면역기능이 활발해져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강해진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을 안다고 해도 8시 초저녁부터 재우라 하면 대부분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8시~9시면 자는 우리 아들 태민이
나는 우리 아들 태민이를 돌 이전에는 7시 반부터 밤잠을 재우기 시작했다. 물론 100일까지는 수시로 깼고, 6개월 무렵 야간수유를 끊은 이후부터 3~4번 정도 깨서 심하게 울었다. 야간수유를 할 때 깨면 분유를 줬지만 야간수유를 하지 않은 이후부터는 우는 아기를 다시 업거나 안고 재웠다. 돌 이후로는 2~3번 정도 깨서 칭얼거렸는데 대략 세 돌이 지난 후부터 밤에 깨는 일 없이 잘 자곤 했다.
지금 5살인 태민이의 밤잠 자는 시간은 8시에서 9시 사이다. 평균적으로 8시 반 무렵에 잠이 들고, 낮잠은 따로 자지 않는다. 그 대신 활동이 많아서 피곤할 것 같은 날에는 8시 전에 재우기도 한다. 이런 말을 하면 어떤 엄마는 내게 복 받은 거라고, 태민이가 잠투정도 없고 잠을 잘 자는 순한 아기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진실은 그 반대, 태민이는 끝내주게 잠투정이 심한 아기였다.
◇드라이어, 물소리가 아이를 재우다
태민이는 100일 무렵에 10kg에 도달한 우량아였다. 잠이 오기만 하면 지구가 떠나가라 심하게 울어댔는데 우는 소리는 어찌나 우렁차고 길었던지 그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 힘들어서 함께 울었던 적도 있다. 그 바람에 나는 그 무거운 아기를 업거나 안고 걸어 다니면서 헤어드라이어나 흐르는 물소리를 계속 들려줘야 했다. 이런 소리는 엄마 자궁에서 듣던 소리와 비슷해서 아기가 안정감을 느끼는 소리라고 한다. 하지만 업고 재우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아기는 처음부터 바닥에 눕혀서 잠들게 하는 것이 좋다.
태민이가 잠들기까지 30분에서 1시간은 족히 걸렸는데 그 시간 동안 물을 계속 틀어둘 수 없어 나중에는 드라이어만 사용하기도 했다. 밤에 자다 깨더라도 태민이를 다시 재울 수 있는 건 드라이어 소리밖에 없었기 때문에 드라이어를 허공에다 매달아놓고(화재의 위험 때문에) 30분에서 1시간씩 틀어놓고 잔 적도 많다. 태민이가 6개월 무렵, 드라이어 모터는 완전히 닳아버렸다.
태민이가 10개월 정도 되었을 때 친정 부모님이 오셔서 함께 잤던 날이 있었다. 아이도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오신걸 알아서 그랬는지 그날 잠투정은 평소보다 두세 배 심하게 했다. 그날은 정말 눈물이 핑 돌 정도로 힘들고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그냥 늦게 재워 버릴까? 내가 이 생고생을 해가면서까지 애를 일찍 재워야 하는 걸까? 그냥 10시 넘어 재우면 나도 편하고 아이도 편하지 않을까 등등 여러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아이를 일찍 재우려는 노력을 중단하지 않았다. 내 노력은 빛을 발하며 오늘날의 영광(?)에 이르렀다.
◇일찍 자려고 하는 아이는 세상에 없어
하지만 지금도 아들 내미는 밤에 잘 준비를 하면 5분만 더, 10분만 더 놀다가 자겠다며 자는 시간을 미룬다. 아마 대부분 가정의 저녁 시간 모습일 것이다. 스스로 잠자리에 드는 걸 좋아하는 아이는 없다. 일찍 자는 것이 자기의 건강에 더 좋다는 걸 알고 실천하는 철든(?) 아이도 없을 것이다. 아이들이야 노는 걸 가장 좋아하니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아이가 일찍 자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은 100% 부모의 몫이다. 한의원에서 만나는 부모의 한결 같은 바람은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다.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한 가장 쉬운 첫 걸음이 바로 아이 일찍 재우기다. 늦게 자는 아이의 잠드는 시간을 앞당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려운 일만도 아니다. 오늘 밤부터 한번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아이가 일찍 잠들어 준다면 사실 엄마, 아빠에게도 자유로운 시간이 많아지는 것이다.
[우리 아이 일찍 재우는 Tip]
1. 일찍 재울수록 수면의 질이 좋아지기 때문에 아침까지 깨지 않고 푹 자는 경우가 많다. 간혹 일찍 재우면 꼭 12시에 깨서 놀다 잔다는 부모님들이 많은데, 이런 경우라면 엄마나 아빠 한 명이 아이의 수면습관이 일정해질 때까지 아이 옆에서 함께 자는 것이 좋다.
2. 낮에는 햇빛을 충분히 받으면서 뛰어 놀게 할수록 좋다. 이렇게 하면 밤에 멜라토닌 분비가 활발해져 수면에 도움이 된다.
3. 책을 너무 많이 읽어주는 것은 좋지 않다. 간혹 자기 전에 1시간씩 책을 읽다 잔다는 경우가 있는데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책을 읽느라 오히려 정신이 맑아져서 수면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수면의식으로 책 한 권 정도만 읽고 불을 끄고 재우는 것이 잠드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방법이다.
4. 엄마, 아빠는 다 자는데 아이 혼자 새벽까지 놀고 있다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에는 엄마나 아빠가 옆에서 아이가 잠드는 것을 도와줘야 한다. 단조로운 자장가를 반복해서 불러주면서 등이나 엉덩이를 토닥거리면 아이가 안정감을 느껴 혼자 잠이 드는 것보다 빨리 잠 들 수 있다.
5. 대화가 어느 정도 되는 연령이라면 아이에게 끊임없이 일찍 자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아이의 동의를 이끌어내면 잠자리에 드는 것이 수월해질 수도 있다.
<김송이 원장은 5살 아들을 둔 아이 엄마로, 진료실을 찾은 아이의 부모가 친한 친구나 이웃에게 물어보듯 편한 의료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한의사다. 언제나 무엇이든 묻고 의논할 수 있는 그런 상대.>
[육아일기] 우리 아이 일찍 재우기 위한 눈물 겨운 노력
입력 2011-04-25 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