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리디스크 수술하면 안된다고 하던데…”

입력 2011-04-25 07:19

[우리집 주치의] 여석곤 동대문 튼튼병원 원장(신경외과)

[쿠키 건강] “허리디스크라고 하면 일단 ‘수술하면 안된다’, ‘이후 다리를 못쓰게 된다’ 는 등의 편견이 있는데, 이는 대부분 수술 후 관리가 제대로 안됐기 때문입니다. 수술 후 허리 건강을 강화시켜주는 운동과 함께 몸무게를 줄인다면 이러한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여석곤 동대문 튼튼병원 원장(사진)은 이처럼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 관련 인터뷰 내내 수술 후 관리에 대한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는 척추디스크 수술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 허리디스크하면 고질병이니, 수술해도 치료가 어렵다느니 여러 말들을 하며 병원 찾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여석곤 원장은 평소 관리와 다이어트만 동반된다면 이러한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여석곤 동대문 튼튼병원 원장(신경외과)의 도움말로 허리디스크의 관리와 예방법, 편견과 진실 등에 대해 들었다.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란 어떤 병인지.

“허리디스크는 질병의 이름이 아니다. 디스크란 단지 구조를 뜻하는 말이다. 정확한 이름은 추간판탈출증으로, 비교적 말랑한 물질인 수핵이 추간판을 빠져나와 신경을 압박해서 오는 통증을 말한다. 주로 우리 몸이 퇴화하는 과정에서 많이 오게 된다.”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는 어떻게 진단할 수 있나.

“바닥에 누워서 무릎을 편 채 다리를 들어 올렸을 때 다리 뒤쪽이 당겨 잘 올라가지 않거나 양 다리의 각도 차이가 확연한 경우 허리디스크로 진단할 수 있다.”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추간판탈출증 예방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른 자세다. 평소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또 평소에 허리를 강화시키는 운동을 해주는 것도 추간판탈출증을 예방하는 데 좋다. 특히 짐볼 같은 것을 이용해 중심잡기를 하면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데 효과가 있다. 짐볼이 없다면 집에 있는 침대나 평지 등에서 균형 잡는 운동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 수술을 하게 되더라도 통증이나 생활하는 데 있어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웬만하면 수술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진료를 보다보면 환자들이 ‘저 수술은 절대로 안하겠습니다. 누가 그러는데 수술하면 절대 안된다고 해요…’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모든 허리 아픈 환자에게 특히 디스크에 수술이 최선이고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실제로 추간판탈출증 환자의 10%정도만이 수술이 필요하다는 보고도 있다.

예전에는 기술과 장비가 부족해 정확한 진단도 어려웠고 수술도 절개가 광범위한데다 환자에게 무리한 수술법으로 인한 후유증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정보들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디스크 수술에 대한 잘못된 지식과 오해가 생긴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지금은 진단 기술과 장비도 발전됐고 수술방법도 첨단화돼 최소 절개만으로도 완벽한 수술이 가능하게 됐다. 척추 질환, 특히 디스크 질환은 수술보다는 먼저 보존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일상생활이 되지 않을 정도로 극심한 통증이 있는 경우 ▲약 3개월 보존적 요법에도 불구하고 증상의 호전이 없거나 오히려 더욱 악화되는 경우 ▲다리나 발가락 등의 마비 증상이 나타난 경우 ▲대소변에 장애가 발생한 경우 등에는 반드시 수술이 필요하다.”

-디스크 수술은 수술 후가 힘들다고 한다.

“수술 후 신경이 안정되는 데 4주정도 걸린다. 환자들의 경우 수술을 하면 완전히 나을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데, 회복속도는 전적으로 환자의 의지에 달려 있다. 수술 후에도 통증이 계속되는 근본 원인은 주위 근육들이 강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전과 생활패턴이 같다면 언제든 다시 재발할 수 있다. 재활치료가 반드시 동반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본적으로 배 근육과 등 근육을 강화는 운동이 좋다. 하지만 배나 허리에 힘이 들어가는 운동은 좋지 않다. 예를 들어 누워서 다리를 천천히 들어 올리는 운동이나 균형 잡기 운동을 추천한다.”

-수술하고 나면 허리나 다리를 못쓰게 된다는 오해도 있다.

“허리디스크 수술로 합병증 또는 후유증이 생길 확률은 5~15%정도로 보고되고 있지만, 수술로 신경이 망가져 다리를 못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수술 후 일시적으로 다리 저림감이나 감각이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지만, 짧게는 1~2개월 길게는 5~6개월까지는 이런 증상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수술 전 손상된 신경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또 수술직후 허리통증과 일시적인 보조기 착용으로 일반인들이 보기에 ‘수술하면 허리를 못쓰게 되는 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역시 2~3개월 내로 이런 수술 후 통증은 사라지고 정상으로 돌아온다.”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 환자에게 성행위는 독(毒)이라는 말도 있다.

“대부분의 추간판탈출증은 발기, 사정, 오르가슴 등과는 거의 무관하다. 또한 성행위 시 이뤄지는 허리운동이 허리디스크를 유발시키거나 악화시키지 않기 때문에 두려워하거나 우려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적당한 성행위는 허리운동에 도움을 준다. 이때의 허리운동은 허리 근육의 강화에 도움을 주며 요통을 완화시킬 수 있다. 허리가 아파 움직임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허리에 무리를 주지 않는 여러 자세가 있기 때문에 추간판탈출증은 성생활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허리가 아프다면 온열찜질을 하는 사람이 많다. 온열찜질과 냉찜질 중 어떤 게 좋은가.

“허리나 관절 등에 부상을 입어 근육통이 생기면 냉찜질부터 해주는 것이 원칙이다. 급성 요통이 발생하면 허리 주변의 인대나 근육에 염증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지혈과 부종 억제가 가장 중요하다. 냉찜질은 혈관을 축소시켜주기 때문에 지혈효과가 탁월하다. 따라서 부상 초기에는 냉찜질을 먼저 해줘야 한다. 그러나 낮은 온도에 알레르기가 있거나 손끝이 동상에 걸린 것처럼 차가운 느낌이 드는 레이노증후군, 혈관염 등이 있는 사람들은 냉찜질을 피해야 한다. 반대로 쉽게 출혈이 되는 질환을 가진 사람은 온찜질이 좋지 않다.”

-마지막으로 환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추간판탈출증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비만이다. 적당한 다이어트와 허리를 강화하는 운동만 꾸준히 해도 추간판탈출증은 충분히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다. 또한 허리에 통증이 있을 때 무조건 참기 보다는 전문병원을 찾아 통증의 원인이 뭔지 반드시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칫 통증이 길어지게 되면 만성통증으로 이어져 통증 치료와 관리가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 치료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