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암 명의④] ‘위암명의’ 노성훈 교수, 세계가 그에게 배운다

입력 2011-04-25 10:20

노성훈 세브란스병원 위암센터장(외과)

[쿠키 건강]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위암수술을 받으러 가는 사람처럼 미련한 사람이 없다.’

우리나라 위암 치료의 위상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 위암 치료 성적은 세계가 주목하는 수준이다. 한국 사람들은 위암에 가장 많이 걸리기도 하지만 치료도 최고로 잘 한다. 지난해 국제암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위암생존률은 64.2%로 일본(56.6%), 미국(52.1%)을 제치고 단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에는 수많은 명의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대표적인 의사가 세계에서 제일 많은 위암 수술을 하고, 칼 대신 전기 소작기로 수술을 하는 방법을 고안해 위암 수술의 혁신을 주도한 노성훈 세브란스병원 위암센터장이다. 그는 현재 대한위암학회 회장, 대한암학회 이사장 등도 겸하고 있다.

그의 치료성적은 실로 놀랍다. 수술사망률 0.5%, 합병증 발병률 10%, 5년 생존률 65%. 살아있는 위암 수술의 전설을 만나고 싶어서 21일 세브란스병원 연구실로 노 교수를 찾아갔다. 인터뷰 당일날 위를 70% 절제하는 수술 한 건과 100% 절제하는 수술 두 건이 잡혀있는 상태였다.

인터뷰 전 그가 지난해 목디스크 수술을 했다는 사실을 접했다. 52세 백내장, 57세 목디스크로 고생한 노 교수의 몸은 성한 곳이 없다. 1983년 전문의가 된 이후 27년간 약 8000명의 위암 수술을 감당하면서 그의 건장한 몸도 힘이 들었던 모양이다. 노 교수 위암 수술 약 8000례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매년 국내에서는 2만 8000명 세계적으로는 130만명 위암환자가 새롭게 발생한다. 그중에 극히 일부 환자인 500~600명의 환자만을 수술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위암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는가 늘 고민한다.



노 교수의 업적은 엄청난 수술 례수에서 그치지 않는다. 노 교수는 정형외과나 신경외과 수술에서 사용하는 전기소작기를 위암수술에 도입했다. 칼 대신 전기소작기를 사용해 고열로 문제 부위를 지지면서 잘라내게 되면 출혈이 줄어들고 수술시간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이 기법은 1996년 노 교수가 처음 발표하고 난 뒤 국제 표준이 됐다.

노 교수는 “1995년 수술 장면을 비디오로 촬영해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이후 일본·중국·미국에서 한 해 100명의 의사들이 수술법을 배우러 온다. 오늘도 브라질 의사 한명이 내 수술을 보기 위해 와 있다”고 자랑했다.

이렇게 노 교수의 위암치료는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톱클래스이다. 노 교수가 회장으로 있는 대한위암학회는 지난 20~23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9회 국제위암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노 교수가 세계위암학회 회장으로 선임됐다.

또 노 교수는 위암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아시아의 데이터를 제외하고 미국과 유럽의 데이터만으로 위암병기를 분류한 새로운 위암병기분류법을 고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위상에 걸맞는 목소리를 내야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세계적으로 유명세가 높아져가도 노 교수는 외래환자를 보면서 일일이 환자 복부와 임파선 부분을 눌러보는 등 환자를 정성으로 돌본다. “요새 의사들이 너무 기계에 진단 검사장비에 의존한다. 진료의 가장 기본은 환자의 병력을 청취하고 촉진하고 타진하는 것이다. 의사는 휴머니티가 있어야 한다. 의사와 환자와의 신뢰라는 것은 그런데서 나온다.

노 교수는 그동안 업적으로 충분할 법도 하지만 또 다른 포부가 있다. 앞으로 분자생물학과 유전적 연구를 접목시켜 위암의 예후를 알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을 찾아내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노 교수는 “암유발인자가 있더라도 개인적 소인에 따라 암을 유발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다”며 “95년부터 국내 암조직은행에 수천케이스의 암조직을 모아놓았는데 이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할 계획으로 3~5년 사이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자는 인터뷰 내내 이같은 의사가 국내에 많아져야 우리나라 의료강국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외과는 점차 비인기과가 되간다. 생명을 다루는 위험하고 힘든과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도 노 교수는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을 반영하는 대답을 햇다. 그는 “외과 지원률이 떨어지는 것이 안타깝다. 하지만 모든 유행도 돌고돌듯이 외과 인기도 다시 올라갈꺼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후배들을 향한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의사로서 과를 선택하는 것은 일생의 할 일을 선택하는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이득 말고 만족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명의가 말하는 위암

-위암 조기진단이 중요한가.

“1기인 경우 95% 2기 75% 3기 50% 4기 14%까지 생존한다. 빨리 발견할수록 생존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위암 치료와 수술에서 중요한 것은.

“위암수술도 다른 수술과 마찬가지로 기본에 충실하는 게 중요하다. 암수술의 기본은 암덩어리를 손으로 만지지 말라는 것이다. 암세포가 떨어져 나와서 전이되기 때문이다. 또 암이 있으면 암 만 도려내는것이 아니라 3~4센티의 정상조직을 도려내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위암은 재발을 잘한다는데.

“위암의 특징적인 것이 림프절, 복막 전이를 잘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술 과정에서 림프절을 잘 절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암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암치료기술의 발달로 완치가 안 되더라도 고혈압 당뇨병처럼 관리하면서 충분히 살 수 있는 질환이라고 생각하는게 필요하다.”

-최근 사회활동이 활발한 40대 젊은층 위암 환자 늘고 있다

“진단 건강검진이 늘고 진단기술이 발달한 것과 관계 있다.”

-위암 유전적 영향이 큰가.

“유전적인 영향은 10% 이내이다. 직계가족 중에 암환자가 있을 경우이다. 식습관 등 대부분은 환경적인 요소이다”

-특별히 지켜야할 식이요법이 있는가.

“먹는 것으로 병을 예방하려는데 문제 있다. 하지만 위암도 소화기암인 만큼 먹는 것과 관련 있다. 위암에 있어서는 중요한 것은 금연이다. 나도 흡연을 했는데 10년 전에 끊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