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쿠키 건강칼럼] 한 의사 전용 인터넷 사이트의 익명게시판에서 있었던 일화다.
A : 40대 후반으로 결혼 20년차입니다. 부부간의 합방은 한 달에 몇 번 하는 것이 좋을지요?
B : 그 나이라면 많이 안하는 게 오래 사는 방법입니다. 가급적 핑계를 대고 몸을 사리세요.
A : 그래도 몇 번 정도는 해야 할 텐데요······.
B : 그러면 두 달에 한번 정도 해보세요.
여기에 다른 의사 하나가 끼어들어 딴지를 걸었다.
C : 두 달에 한번 하게 되면 일년에 여섯 번이나 해야 하니까 너무 많습니다. 좀 줄이세요.
A : 어느 정도 줄여야 하나요?
C : 일년에 네 번만 하세요. 본인 생일, 마누라 생일, 결혼기념일, 그리고 광복절······.
또 다른 댓글들이 연이어 달린다.
D : 합방은 홀수로 해야 좋습니다. 크리스마스에 한번 더해서 다섯 번 하도록 하세요.
E : 이왕 홀수로 하려면 광복절은 뜻 깊은 날이니 경건하게 보내고 그냥 일년에 세 번만 하세요.
웃자고 하는 얘기겠지만 대다수의 남자들은 성생활의 횟수에 연연하는 경우가 많다. 섹스에 관련된 가장 큰 오류는 섹스를 성교와 동일시한다는 점이고 그러다 보니 몇 번 했느냐는 숫자가 주된 관심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성생활에는 가벼운 스킨십을 비롯해 애정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이 모두 포함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교감, 즉 ‘소통’이다.
최근 섹스리스 부부가 많다고 매스컴에서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상호교감과 소통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부부간의 은밀한 성적 대화나 단순히 가볍게 손만 잡는 것 역시 중요한 성생활의 하나가 될 수 있어 엄밀히 말하면 섹스리스가 아니다.
섹스는 우리의 삶과 인생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로 즐거움의 원천이고 행복추구의 수단일 뿐 아니라 성에 대한 관심은 평생 지속돼야 한다.
지난 1975년 세계보건기구가 정의한 바에 따르면 ‘성적 건강’이란 육체적인 만족도 외에 정신적·감성적·사회적 측면의 행복 모두를 의미하며 이러한 성적 건강을 추구하기 위한 기본권이 인간에게 있다고 천명하고 있다.
사실 성적 만족도는 삶의 질을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이기도 하다. 성의 혁명으로 불리는 킨제이보고서가 숫자로 정량화된 성의 표준기준을 제시했지만 섹스의 다양한 요소를 무시하고 단순화해 수치화시켜버리는 부작용을 낳았다.
최근 조사된 우리나라의 자료에 따르면 40대 이후의 연령대에서는 50년 전 자료인 킨제이보고서와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고 하니 아무리 의학이 발전하고 사람들의 건강이 향상됐다고 해도 섹스의 횟수에서는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성생활에 있어 횟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인데 섹스에 있어서의 만족도는 얼마나 많이 했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충분한 교감을 나눴는지에 달린 것이다.
섹스란 육체적인 기능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음경 및 고환 등 생식기관의 노화에 따른 생리와 회복력을 바탕으로 성생활 횟수를 계산한다면 다음과 같이 권유할 수 있다.(이건 어디까지나 권유사항이다. 지키지 못한다고 실망하지 말고 지키려고 무리하지는 마시기 바란다.)
* 40대 4~8일에 한번
* 50대 5~10일에 한번
* 60대 6~12일에 한번
* 70대 7~14일에 한번
또 한 가지, 나이가 들수록 성생활에 있어 중요한 요소는 성관계를 갖는 시간인데 꼭 밤이 아니더라도 두 사람의 기분이나 신체적 조건이 최상일 때 성생활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 건강을 위해서는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유지하면서 규칙적으로 성생활을 시도하고 이를 위해 평소 적당한 운동, 적절한 식이요법과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하자.
[심봉석 교수의 재미있는 비뇨기과 상식] 도대체 몇 번 하는게 좋을까요?
입력 2011-04-21 1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