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봄철 최고의 트랜드는 ‘간 때문이야’ 이다. 차두리 선수가 나와 코믹버젼으로 부른 ‘간 때문이야’는 어디에나 궁색한 대답을 대신하며 패러디 되면서 유행어로 자리잡았다. 올해는 나른한 피로와 지독한 무게로 짓눌리는 눈꺼풀에 대한 원망을 ‘춘곤증’과 더불어 ‘간 때문’ 이 나누어 짊어졌다. ‘간’ 이라는 기관이 가진 이미지가 피로와 연결되기 때문에 더욱 설득력을 갖췄다.
◇봄 때문이라면, 1~3주면 사라져
봄철 자주 피곤해지고 오후가 되면 졸음이 심하게 오거나, 소화가 안되고, 업무나 일상에 의욕을 잃어 쉽게 짜증이 나는 증상을 보통 ‘춘곤증’ 이라고 부른다. 춘곤증은 의학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겨울 동안 줄어들었던 인체의 신진대사 기능이 봄을 맞아 활발해지면서 생기는 일종의 피로 증상을 설명한다.
신체의 생리적 불균형 상태로 인한 피로,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서 비타민 B1, 비타민 C를비롯한 무기질 등 영양소 필요량 증가로 인한 경우, 낮이 길어지면서 수면시간이 줄고 야외활동량이 늘어나는 것도 봄철 피로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원인으로 발생하는 춘곤증은 병이 아닌 일시적 증상이기 때문에 1~3주 정도 지나면 자연히 사라져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피로, 간 때문이야?
그러나 봄날 피로의 원인이 일시적인 춘곤증이 아닌, ‘간 때문’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3~4주 이상 봄철 적응기간이 지났는데도 지속적인 피로와 권태감, 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정확한 검진이 필요하다. 간질환으로 인해 피로가 나타나는 경우라면 증상이 거의 없는 간질환 특성상 이미 진행된 후 일 수 있다.
의심할 수 있는 것은 간염이다. 간염이란 간세포 및 간 조직의 염증이 생긴 것을 말한다. 간염에는 종류가 다양한데 발생 원인에 따라 구분 할 수 있다. 간염의 주요 원인으로는 바이러스, 알코올, 여러 가지 약물들 및 자가면역 등이 있다. 간염은 지속 기간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하는데, 만성화 되면 위험성이 높아진다.
만성간염이란 6개월 이상 계속되는 전반적인 간의 염증상태를 말한다. 만성간염의 원인 중 바이러스에 의한 간염이 가장 흔하다. 현재까지 알려진 간염 바이러스 중 B, C, D, G형 간염 바이러스들이 만성간염을 일으키며, 우리 나라에서는 B형과 C형이 많아 예방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만성 간염은 장기간에 걸쳐 간세포를 파괴하고 재생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해 간이 딱딱하게 굳는 간경변증과 한국인 사망률 2위 암인 간암의 원인이 된다. B형 만성간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만성간염의 원인으로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C형 간염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질병이지만, B형 간염 다음으로 간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C형 간염은 만성화되는 비중이 높아 B형 간염과 함께 위험 간염에 속한다. 특히 C형 간염은 B형 간염과 달리 예방 백신이 없고, 급성간염을 앓은 후에도 완전 회복되지 않고 약 70~80%가 만성간염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감염 여부 확인을 위한 검진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검진을 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현재 B형 간염 검진은 생애전환기 건강진단에 B형간염표면항원과 B형간염표면항체 검사가 포함되어 있어 기본적인 검진이 가능하지만, C형 간염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C형 감염은 기본 검진 항목이 아니기 때문에 진단의 필요성을 잘 모르거나 조기에 진단의 기회가 많지 않아 C형 간염 환자인지도 모른 채 만성화돼 치명적인 간경변, 간암으로 까지 발전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증상이 없는 것도 검진을 놓치게 되는 이유로 꼽힌다. 간은 손상될 것을 대비해 충분한 예비기능을 비축하고 있고 간세포가 서서히 파괴되어 반 이상 저하되어도 특별한 증상 없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간’ 건강, 예방·검진·치료 3단계 잘 챙겨야
피로는 물론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간질환’으로부터 간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는 만성간염의 예방과 검진, 치료를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 번째는 예방이다. 만성화되는 B형과 C형 간염은 모두 혈액감염이 원인이 된다. 감염 될 수 있는 원인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어싱이나 문신, 침술 등 혈액에 오염된 도구로 인한 감염 예방을 위해 불법적인 시술을 삼가 하고, 손톱깎이, 면도기 등을 개인별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B형 간염은 예방접종을 통해 미리 예방 관리 할 수 있다. 모체에서 태아로 감염되는 수직감염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미리 예방접종을 통해 감염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검진이다. 만성 간염은 조기에 검진해 치료할 때 치료 효과가 더 높아진다.
특히 C형 간염의 경우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검진과 치료가 중요하다. C형 간염은 현재 한국인 1~1.7%로 추산되지만, 유병자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본인이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검진을 통해 감염이 확인되면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성 간염은 진행기간이 길지만, 간경화와 간암으로 진행 될 수 있다. 만성 C형 간염의 30~40%정도 간경화, 1~4%는 간세포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C형 간염은 80%가 완치되는 효과적인 약제가 개발돼 있어 조기에 치료하면 간암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C형 간염 치료제는 과거 인터페론 단독치료로부터 최근의 페그 인터페론과 리바비린의 병합요법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향상이 있어 왔다. 또 정확한 치료를 위한 체중맞춤형 치료제 페그인트론 레디펜이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간사랑 네트워크 김창섭 원장은 “만성 간염은 증상이 특별히 나타나지 않지만, 증상이 있는 경우 흔히 춘곤증으로 불리는 증상과 비슷해 위험신호를 놓칠 수 있다”며 “평소 B형, C형 간염 검진을 철저히 하고, 특히 요즘 같은 때 춘곤증 증상이 지나치게 길다고 느껴지는 경우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졸립고 피곤… 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
입력 2011-04-21 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