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 이영수] 한국의료지원재단, 환자단체와 적극적인 소통을 주문한다

입력 2011-04-14 10:10

[쿠키 건강] 한국에서도 의료전문모금기관인 ‘한국의료지원재단’이 지난 4월 12일 출범했다. 희귀난치성질환, 암, 백혈병 등 치료비 부담으로 고통을 겪는 저소득층 환자를 위해 성금 모금 및 기금을 조성해 지원함으로써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국민건강 향상에 기여하겠다는 게 설립취지다.

치료약이나 치료기술은 있는데 고액의 치료비 때문에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중증질환자와 희귀난치성질환자에게 이보다 반가운 소식은 없을 것이다.

특히, 기존 몇 개의 메이저급 개별 의료전문 모금 재단, 협회 등은 치료성적이 좋은 유형의 환자만 지원을 한다거나 병원을 통해서만 신청을 받는 등 환자 중심이 아닌 재단, 협회 중심의 지원 방식이었다. 이 같은 관행 때문에 환자들의 불만도 있었기에 ‘한국의료지원재단’에 거는 기대는 더 크다.

시민사회단체는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을 통해 해결해야할 의료사각지대 저소득층 환자의 치료비 문제를 민간에 떠넘긴다며 의료전문모금기관의 설립을 강력히 반대했었다. 하지만 우리 환자단체들은 실제적으로 치료비 때문에 생명 연장이나 완치의 기회를 놓치는 저소득층 환자들을 많이 접하기 때문에 총론적으로는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에 동의하나 각론적으로는 의료전문모금기관의 필요성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1000여개 이상의 환자단체, 환우카페, 환우모임 등이 있지만 기업체의 법인세 면제를 받는 법인 형태는 거의 없다. 개인 소득공제만 가능한 등록된 비영리민간단체도 극소수이고 대부분이 개인 소득공제도 되지 않는 임의단체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회공헌기업체 등은 법인세 면제를 받는 법인 형태의 협회, 재단에 대부분 기부를 하고 비영리민간단체나 임의단체 형태의 환자단체 등에게 기부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환자단체 등은 사단법인, 재단법인을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지만 재정면이나 조직면에서 열악한 환자단체 등이 엄격한 법인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우리나라 환자단체는 회원인 환자들의 최대 요구 중에 하나인 치료비 지원은 포기하고 상담, 교육, 커뮤니티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외국의 환자단체 등은 치료비 지원, 연구비 지원 등 기금 조성사업에 주력한다.

우리나라 환자단체 등의 이러한 특수한 상황에서 한국의료지원재단의 출범은 환자단체로 하여금 환자 치료비 지원 문제와 법인 설립에 대한 부담을 한꺼번에 해결해 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지난해 한국의료지원재단 설립을 위한 초기 논의과정에서는 환자단체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하고 의견도 수렴했으나 설립 중반 이후부터는 환자단체와의 소통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료지원재단이 기존 개별 의료모금 전문 재단, 협회,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면 환자 중심의 의료전문모금기관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자들의 적극적인 의견 청취와 반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의료지원재단에 환자단체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주문한다.

또 하나 한국의료지원재단에 주문할게 있다. 기존 개별 의료모금 전문 재단, 협회도 법인이기 때문에 자체 모금활동을 통한 치료비 지원사업을 계속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료지원재단은 자체 모금활동이 거의 불가능한 1000여개의 환자단체, 환우카페, 환우모임이 치료비 지원 요청을 하는 적극적인 통로 역할을 해야 한다. 시민사회단체의 한국의료지원재단 설립 반대에도 불구하고 환자단체 등이 한국의료지원재단 설립을 반대하지 않은 이유도 이러한 기대 때문이다.

이제 한국의료지원재단은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의료비 지원하면 한국의료지원재단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그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하며 출범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ju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