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자궁경부암은 많은 여성들에게서 발병하지만 ‘성병’이라는 오해 때문에 환자들은 육체적 고통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에도 시달리기 마련이다. 환자들의 이러한 죄의식까지 어루만져 줄 때 제대로 된 치료가 가능하다.
김승철 이대목동병원장 겸 이대여성암전문병원장(산부인과)은 자궁경부암에 관한 한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명의다. 김 원장이 이처럼 자궁경부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환자들의 정신적 고통까지 배려하는 자세를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부인암 환우회인 ‘난초회’를 조직해 환자들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는 “자궁경부암 환자들이 죄의식을 가지고 있어 부인암 환우회를 조직하기 쉽지 않았다”고 환우회 설립 당시를 회고했다.
김 원장에 따르면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되는 인유두종바이러스가 성관계에 의해 감염되기 때문에 성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 남편이 어디서 바람을 펴서 나에게 이런 병을 안겨주는 구나 하는 생각에 부부싸움을 하고 이혼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전체 여성의 80%가 인유두종바이러스 감염경험이 있고, 이중 80~90%는 몸에서 자연히 제거된다. 즉 자궁경부암은 꼭 부적절한 관계에 의해서만이 생길 수 있는 병이 아니다. 따라서 자궁경부암이 발병했을 때 홀로 고민할 것이 아니라 환우회를 통해 서로의 경험을 소통하고 적극적인 치료에 나설 때 치료의 효과가 높아진다고 김 원장은 강조한다.
이러한 김 원장의 노력 덕분에 최근 개원 2주년을 맞은 이대여성암전문병원이 괄목한 만한 성과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여성암전문병원은 여성암 수술건수를 개원 초인 2009년 3월과 올해 3월을 대비한 결과 3.3배 늘었고 특히 유방암ㆍ갑상선암센터 수술건수는 2009년 4.5배가 넘는 신장률을 기록했다.
화려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개원 초기만 해도 김 원장의 고민은 적지 않았다. 국내 첫 시도였던 만큼 참조할 만한 다른 병원 사례도 없었고,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개척자의 길을 걸어야만 했다.
외래진료3부제, 토요일 전문의 진료제도의 도입은 개척자로서의 김 원장의 고민이 묻어나는 대목으로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대동대문병원과 통합되면서 한정된 공간에 의료인력의 효율적 배치가 현안으로 떠올랐고 김 원장은 외래진료3부제와 토요일 전문의 진료제도라는 해답을 내놓았다.
이 같은 성공을 바탕으로 김 원장은 이대여성암전문병원 개원 2주년을 맞아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향후 5년 이내에 병원을 글로벌 병원으로 도약시키는 것이다. 여의사가 많다는 장점을 활용해 남성의사에게 진료 받는데 거부감이 있는 아랍권 국가들을 공략하겠다는 게 김 원장의 복안이다.
또 김 원장은 비싼 자궁경부암 백신 비용에 대한 해법을 찾고 있다. 자궁경부암의 근본적인 원인 제거를 위해서는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이 필요하지만 모든 여성들에게 제공되기에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
그는 가격도 저렴하고 한국 여성에 효과적일 수 있는 바이러스 개발에 사업에 동참하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6~7년 동안 한국 여성의 질 유산균에 대한 연구를 해온 김 원장은 한국여성에서만 특징적으로 자라는 균종을 분리해서 특허를 내놨다. 이를 바탕으로 질 유산균을 분자생물학적인 방법으로 조합을 시켜 한국여성에게 맞는 인유두종 바이러스 항체 발현 할 수 있는 백신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명의가 말하는 자궁경부암
-자궁경부암은 누가 잘 걸리나.
“16세 이전 성생활을 하거나 성관계 파트너가 다수이거나 성병을 앓은 적이 있거나 에이즈와 같은 질환을 앓고 있어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이 자궁경부암 걸릴 가능성이 높다.”
-자궁경부암의 최선의 예방법은.
“정기적인 검진과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접종이다.”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나.
“자궁경부세포검사와 인유두종 바이러스 검사 두가지가 있으며 정기적으로 1년에 한 번 세포검사를 하는데 세포검사의 정확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인유두종 바이러스 검사를 병행해서 검사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검사를 받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있다.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바로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계를 거친다는 것이 경부암의 특징이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암이 생기기까지는 7~15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검진만 제대로 받는다면 충분히 암이 되기 전에 발견할 수 있다. 자궁경부암은 전암단계 병변에서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 자궁경부암은 진행 속도가 느린 자궁암 세포검사를 한다던가 하면 암 전단계에 발견하면 치료할 수 있다.”
-백신 예방효과에 대한 논란이 있다.
“백신은 접종하는 게 좋다. 나이에 상관없이 80% 이상의 예방효과가 있다. 젊은 데다 미혼이고 성생활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예방효과 높다. 성생활을 이미 시작했더라고 아직 결혼을 안했다면 예방효과가 역시 높다. 40대초 여성까지는 백신의 암 예방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백신 맞으면 검사할 필요 없는 것 아닌가
“인유두종 바이러스 120여종이 있다. 이중에서 국내에서 많이 맞는 가다실 백신은 자궁경부암의 70%의 원인이 되는 16번, 18번 바이러스, 곤지름의 90%를 일으키는 6번, 11번 바이러스에 효과있다. 이외에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자궁경부암은 정기검진으로 조기발견하는 것만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자궁경부암 걸려도 임신 가능한가.
“자궁경부암에서는 상피내암단계에서는 자궁경부만 도려내는 수술(원추절제술)을 하면 자궁을 보존할 수 있다. 초기암일 경우에는 자궁경부를 광범위하게 절제하고 자궁은 보존하기 때문에 임신 가능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