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실조로 치매증세 악화… 가족의 관심 필요
[쿠키 건강]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에게 치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고른 영양 섭취다. 좋은 영양 상태를 유지해 기존에 갖고 있는 질환을 빨리 치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부분 환자들의 경우 입맛이 없거나 떨어져 영양불균형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억지로라도 음식을 섭취하면 영양 상태를 유지할 수 있지만, 치매환자의 경우 다른 환자에 비해 영양불균형을 초래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얼마 전 치매 증세를 호소해 병원에 입원 치료 중인 김모(72·남)씨는 평소와 달리 체중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식사 때가 돼도 혼자서는 밥을 먹으려 하지 않는다. 급기야 계속되는 영양 부족으로 영양실조 상태를 보여 수액으로 영양제를 보충하기에 이르렀다.
‘치매’는 단기기억 또는 장기기억에 장애가 발생하며 실어증, 실행증, 실인증 등이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증세를 보이기 때문에 식사를 했어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며, 반대로 식사를 걸러도 거른 것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치매환자의 경우 건망증으로 인해 영양실조 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빈번하다. 특히 치매 증세를 오래 앓아온 노인일수록 영양실조를 경험한 사례가 많아 가족의 관심이 더욱 요구된다.
특히 치매환자들은 ‘일몰 후 증후군’이라고 해 낮에는 비교적 정상 상태를 유지하다가도 저녁때가 가까워질수록 안절부절 하거나 심하게 짜증을 내고, 먹기를 거부하거나 자기 스스로 먹을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아침과 점심에는 비교적 잘 먹던 환자들도 저녁때는 음식을 제대로 씹거나 삼킬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다.
치매환자의 경우 식사를 제때 하지 않으면 저작능력이 저하되고 시각, 감각, 후각 등의 감각 능력이 후퇴되며, 위산, 소화 효소의 분비가 감소되면서 식욕부진과 함께 각종 영양소의 결핍이 생기기 쉽다. 특히 비타민 B12의 결핍은 신경증이 발생하고 사지에 감각이상증, 운동실조증과 함께 기억력을 더욱 떨어뜨린다.
영양실조 상태를 경험한 치매환자의 경우 치매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며, 영양실조에 따른 다른 질병에 쉽게 노출될 수 있어 각별한 영양관리가 필요하다.
서울시 북부노인병원 정신과 이유라 과장은 “‘뇌’의 영양실조로 불리는 ‘치매’환자들은 제때 식사를 못하거나 거르는 경우가 많아 영양실조 상태를 경험하는 비율이 높다”면서 “영양실조상태를 경험한 노인들은 기존에 갖고 있는 치매 증세를 더욱 빠르게 진행시킬 뿐만 아니라 소화기 질환이나 감염질환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만큼 평소 가족들이 환자에 많은 관심을 가져 영양 균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체크해줘야 질환의 악화를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Tip. 치매환자의 영양관리 5계명]
① 환자는 상한 음식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남은 음식물은 빨리 버려야 한다.
② 낮에는 탈수가 되지 않도록 물을 많이 마시도록 해야 하지만, 밤에는 소변실수를 할 수 있으므로 자기 전에는 물이나 음료를 주지 않는 것이 좋다.
③ 식탁에 너무 많은 음식이 차려져 있을 경우 치매환자는 무엇을 먹어야 할지 매우 혼란스러워 하므로 한 번에 한두 가지 음식만 환자 앞에 놓아주도록 한다.
④ 환자가 식사를 거부할 때 야단을 치거나 음식을 치워버리는 등 강제로 먹이려고 해서는 안 된다. 식사를 하지 않으려고 하면 시간을 두고 다시 권유해 보거나, 또는 환자가 좋아하는 사람이 권유하도록 한다.
⑤ 환자가 밥이나 국만 먹고 반찬을 잘 먹지 않을 때에는 밥과 반찬을 같이 먹을 수 있도록 요리해 골고루 먹을 수 있도록 한다.
“‘치매’환자, 영양실조 주의”
입력 2011-04-07 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