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동자, 스트레스장애 52.3%…열차 기관사에 7배 높아

입력 2011-04-05 11:03

[쿠키 건강] #2월28일 쌍용자동차 창원공장에서 희망퇴직한 한 노동자가 자신의 차량에 연탄불을 피워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틀 전인 26일에는 쌍용차 무급휴직 조합원인 또 다른 노동자가 평택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노동자의 아내도 남편의 구조조정 충격에 우울증에 시달리다 지난해 4월 목숨을 끊었다.

이처럼 구조조정 등으로 거리로 내몰린 쌍용차 노동자들이 극단의 선택을 맞고 있다. 특히 노동자들은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 및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5일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전국금속노동조합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 지부 등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년 전 무급휴직 및 정리해고 등의 이유로 퇴직한 쌍용자동차 노동자 193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상태를 파악한 결과 노동자들은 언제 누가 어떻게 돼도 이상할 것이 없는 심각한 상황에 내몰려 있다고 밝혔다.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파업종료 후 쌍용차 노동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유병률은 52.3%로 지난해(42.8)보다 더 높아졌다. 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유병률이 높다고 알려진 성적 희롱과 폭력이 많은 서비스 노동자와 인명사고를 자주 경험하는 열차의 기관사보다 6~7배 높은 수치다.

노동자들의 우울증도 심각했다. 조사 결과 4.2%는 정상 수준의 우울증상을 보였고, 15.8%는 경한 수준의 우울증상을 보였다. 30.0%는 중등도 수준의 우울증상을 보였으며, 50.0%는 고도의 우울증상을 보였다. 또 쌍용차 노동자 자살률은 일반인구의 자살률보다 3.74배 높은 수치이었고, 심근경색 사망률은 일반인구의 18.3배 높았다.

구조조정 이후 노동자들의 사회관계도 많이 악화됐다. 부부 관계는 노동자의 95.9%가 악화됐고, 구조조정 후 1년 반 만에 노동자 7.3%가 이혼하거나 별거 중이었다

이에 대해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 지부는 “회사로부터 가해진 해고압박과 파업과정에서의 정부의 물리적 탄압이 노동자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상처로 남겨진 것이었다”며 “더욱이 해고와 무급휴직으로 겪게 된 경제적 위기는 노동자들의 정신을 더욱 황폐하게 만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더 이상의 희생자가 없게 하기 위해 △쌍용자동차는 무급휴직자를 복직시킨다는 노사합의 사항을 즉각 시행해야 하며 △쌍용차는 노사가 합의한 무급휴직자의 복직을 즉시 시켜 더 이상의 희생을 막아야 하고, 지자체는 생활고를 겪는 노동자에게 긴급 생활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규봉 기자 c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