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인줄 알았더니, ‘길랭-바레증후군’

입력 2011-03-31 16:03
손·발 저리다가 마비증상 보여, 뇌졸중으로 오인하기도

[쿠키 건강] 호흡기 질환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가 환절기다. 일교차가 큰 요즘 날씨엔 감기몸살, 바이러스 호흡기질환 등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감기는 일반적으로 1~2주 이내에 대증요법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감기를 앓고 난후 평소와 달리 손발이 저리거나 마비 증세를 보인다면, 길랭-바레증후군(급성 염증성 다발성 신경병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대개 손발의 감각이 둔하거나 저리고, 통증이 있으면서, 힘이 빠지고, 자율신경계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손보다는 발가락 끝에서부터 시작해 점차 근위부(발목-무릎-허벅지)로 퍼져나간다.

길랭-바레증후군이 좀 더 진행되면 근육이 마르고, 힘줄반사가 저하되며, ‘장갑, 양말형’감각 저하가 발생한다. 즉 장갑을 끼는 손 부위와 양말을 신는 발부위의 감각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길랭-바레증후군은 감기나 가벼운 열성 질환 등의 상기도 감염이나 비특이성 바이러스 감염을 앓고 난후 평균 10일 전후에 갑자기 발생하는 질환으로, 주로 운동 신경에 문제를 일으키지만 감각 신경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처음에는 뚜렷한 증세가 없어 보여 꾀병처럼 보이지만, 환자가 점차 걷기 힘들어지고, 얼굴과 혀의 근육까지 이상이 생긴다. 간혹 횡경막과 갈비뼈 사이의 근육이 마비되면 호흡곤란으로 위급상황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다.

마비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길랭-바레증후군이 노인들에게서 발생할 경우 간혹 뇌졸중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뇌졸중은 대개 편마비 증세로 시작하지만 길랭-바레증후군은 양측성 마비 증세를 보이기 때문에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길랭-바레증후군은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오는 질환으로 신경전도검사와 뇌척수액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으며 상태에 따라 2개월~18개월 이내에 회복 되지만, 그 이상 마비가 지속되면 완전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6개월이 경과하면 약 85%의 환자는 혼자 걸을 수 있을 만큼 회복되지만, 운동마비 증상이 현저했던 환자는 다양한 정도의 운동 장애가 남을 수 있다.

길랭바래증후군의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를 막아내는 역할을 하는 몸속의 자가 항체가 오히려 말초신경을 파괴하기 때문에 생긴다는 자기면역설이 유력하며 말초신경 장애로 인해 인체의 근육이 마비가 된다.

고용량의 면역글로불린 정맥주사를 이용해 치료할 수 있지만 급성 염증성 탈수초성 다발성 신경병증은 진행이 빠르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특별시 북부노인병원 신경과 부선희 과장은 “길랭바레증후군같은 다발성 신경병증은 증세가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손·발에 감각이상이 오거나 마비증상이 있을 때는 최대한 빠른 시간에 병원을 방문해야 신경손상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