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광고 그대로 믿었다간 오히려 병 키워

입력 2011-03-31 06:31
이가탄·게보린 등 약 과대광고 ‘지나쳐’…소비자 건강은 ‘뒷전’

[쿠키 건강] “붓고 시리고 피나는 잇몸병엔 이가탄, 한국인의 두통약 게보린, 개비스콘 빠르게 느껴지는 효과”

이처럼 공중파 TV에 나오는 제약사들의 약 광고가 지나치게 과장돼 있어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약에 대한 부작용 사례가 끊임없는데도 제약사들은 광고에만 혈안이 돼 정작 소비자 건강은 뒷전이라는 지적이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가탄의 경우 붓고 시리고 피나는 잇몸병에 약간의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결코 잇몸병을 예방하는 치료제는 아니다. 잇몸병은 치석이 석회화돼 치아면에 단단히 붙어 있는 원인을 제거해야 치료가 되는데, 근본 치료 없이 붓고, 시리고, 피가 난다고 해서 잇몸약만을 복용했다간 오히려 병을 키우게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치과적 시술을 통해 잇몸병의 원인을 치료한 다음 잇몸약을 복용하는 것이다. 스케일링 후 잇몸약을 복용하면 잇몸에 훨씬 효과가 좋다는 게 치과의사들의 설명이기도 하다.

한국인의 두통약이라고 광고돼 정말 한국의 두통약처럼 인식돼 있는 게보린도 마찬가지다. 한국인의 두통약이라고 광고되고 있지만 부작용 사례만 수 십 건 접수될 정도로 안전성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보건당국으로부터 안전성 재 입증 명령을 받은 상태이기도 하다. 그러나 해당 제약사인 삼진제약은 꾸준히 게보린에 대한 공중파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눈앞에 이익 때문에 소비자 건강은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속쓰림이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개비스콘 광고는 또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또한 상당부분 과대광고성이 짙다. 광고에서는 개비스콘을 단 3분 안에 복부와 가슴 쓰림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돼 있지만, 정작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문구는 희미하고 빨리 없어지게 하는 상술을 사용했다.

이에 대해 주부 이영미(38·여·가명)씨는 “평소 TV광고를 통해 믿고 구입했던 제품들인데, 실망했다”며 “앞으로는 무조건 TV광고를 믿기보단 제품 부작용 등에 대해 충분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김준(30·남)씨도 “최근 TV광고만 봐서는 게보린이 전혀 문제없는 제품처럼 여겨졌는데, 실상을 알고 보니 게보린 제조회사 참 무책임한 것 같다”며 “어떻게 안전성 논란이 있는데도 약 광고를 버젓이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규봉 기자 c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