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최승용 노원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쿠키 건강칼럼] 나와 집사람은 모두 키가 작은 편이고, 양가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아담하시다. 게다가 아들 예준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역아로 있는 바람에 예정일보다 일찍 제왕절개로 낳았다. 때문에 몸무게가 2.75kg로 다소 저체중으로 태어났다. 출산 시 체중이 적은 아이는 추후 성장에 불리하므로 키에 신경이 많이 쓰였다. 학창시절 키가 작아 느꼈던 서러움을 아들에게 물려주기 싫어 아들 키 키우기 대작전에 들어갔다.
◇“녹용아, 우리 아들 키 좀 키워주렴!”
예준이는 생후 1개월 무렵 녹용이 든 한약을 먹이기 시작했다. 아빠가 소아전문 한의원 한의사 덕분일까? 다른 아이들이 잘 못 먹거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반납한 한약은 아들 예준이 입 속으로 들어갔다. 물론 체질에 맞지 않는 한약은 걸러냈지만, 전반적으로 다양한 한약을 예민한 반응 없이 잘 받아들였다.
아들이 이제 네 돌이 되어 가니 어느덧 한약을 먹인지 3년이 넘어간다. 거의 하루도 빼 놓지 않고 쉼 없이 먹였으니 아마 한국에서 가장 한약을 많이 먹은 4살 배기가 아닐까 싶다. 녹용이 든 한약 때문인지 예전엔 한눈에 봐도 허약해 보이고 체격이 작았는데, 지금은 많이 따라잡아서 키와 체중 모두 상위 30% 안에 든다. 부디 이렇게만 자랐으면 좋겠다.
◇어릴 때 녹용 먹어도 바보 되거나 살찌지 않아
요즘 집사람은 아이의 배가 나오는 것 같다며 걱정을 한다. 남편인 한의사를 의심하는 눈초리로 혹시 한약을 많이 먹여 비만아가 되는 건 아니냐며 은근히 압박을 해 온다. 사실 진료실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녹용을 먹으면 바보가 되지 않나요?”, “녹용이 든 한약 먹고 살이 찌면 어쩌죠?”하고 말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오해다. 내 아들이 입증해 주지 않는가. 또한 함소아한의원이 ‘The Pediatric Academic Societies 2008 Annual Meeting’에서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면 녹용이 든 한약을 처방받은 12만5094명 중 36개월 이내에 재진료를 한 아이 6만1350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체중 퍼센타일(‰)이 50 이하인 아이는 체중이 증가했으며 50 이상인 아이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체중이 표준 이하인 아이는 적당히 살이 찌고 표준 이상인 아이는 살이 빠졌다는 것이다.
◇1, 2차 급성장기엔 세심한 관심 필요해
아들 예준이는 앞으로 13~14년의 성장시기가 남아있다. 첫 번째 급성장기인 만 0~3세는 이제 막 지났다. 그리고 이제 성장속도가 느려져서 연 5cm가 자라는 저성장시대가 올 것이다. 초등학교 내내 이런 속도로 자라다가 사춘기가 되면 연 7~10cm가 자라는 2차 급성장기가 오고 고등학교 2, 3학년 무렵 성장이 마무리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비만이 되지 않게 관리해주고,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나지 않도록 꾸준히 신경 써 줘야 할 것이다. 또 정기적으로 성장을 체크하고 과도한 긴장이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면서, 균형 잡힌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도와줘야 할 것이다.
1차 급성장기 3년을 지나면서 기대 이상으로 빠른 성장을 해준 예준이가 고맙다. 야간 진료나 각종 회의와 모임 때문에 집에 늦게 들어가는 날이 많았는데, 오늘은 꼭 일찍 들어가 예준이와 놀아야겠다.
예준이가 좋아하는 레슬링이나 낚시놀이(주로 내가 물고기 노릇을 하는데 바닥을 기어 다니다가 예봉이가 낚으면 침대위로 튀어 올라가야 한다)를 하면서 말이다.
<예준이(5세)아빠 노원 함소아한의원 최승용 대표원장은 냉철하고 이성적인 진료로 엄마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육아일기] 저체중 우리 아들, 녹용 한약 먹고 키 큰 이야기
입력 2011-03-28 0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