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 없는 20~30대 A형 간염 발병률 매우 높아… 고열에 구토, 감기와 유사한 증상, 야외활동 많은 봄철에 자주 발생
[쿠키 건강] 봄이 다가오면서 친구들이나 가족단위의 야외활동이 증가하고 있다. 야외활동 중에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뿐만 아니라 개인위생에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바이러스나 병균에 의한 전염이 확산되는 봄철에 A형 간염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A형 간염은 ‘깨끗해서 걸리는 질병’으로 항체를 가지고 있지 않은 10대에서 30대까지에서 최근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전체 A형 간염 환자 중 대부분이 이 연령대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항체 보유율이 10% 미만으로 나타났고, 특히 서울에 거주하는 20, 30대 연령에서는 항체 보유율이 25% 미만으로 A형 간염의 위험이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너무 깨끗해도 문제?!
일명 ‘유행성 간염’이라고 불리는 A형 간염은 간염 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간염으로, 주로 급성간염의 형태로 나타난다. A형 간염은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과 같이 혈액을 통해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입을 통해 먹는 먹을거리나 감염된 환자와의 접촉을 통해 전염된다. 위생상태가 불결할 때 감염되기 쉬운데, 조개 등의 어패류를 날것으로 먹거나 오염된 물을 끓이지 않고 그냥 먹었을 때, 인분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과일을 깨끗한 물에 제대로 씻지 않고 먹는 것도 전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A형 간염 발생 중등도 위험국’으로 분류돼 있다. 어려운 시절을 보냈던 40~50대 이상은 어렸을 때 A형 간염에 자연 감염돼 가벼운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면서 90% 이상이 항체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현증 급성간염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최근 사회의 위생 수준이 점점 향상되면서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경우가 적어 어린이와 청소년의 A형 간염 항체 보유율이 2~10% 미만으로 낮아져 간염에 대한 면역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10대 후반에서 30대의 감염 위험성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너무 깨끗하게 자라는 것도 문제인 것이다. 게다가 A형 간염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유·소아 필수 예방접종으로도 지정되지 않아 점차 감염환자 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염성 높은 A형 간염, 생명 위협까지
A형 간염은 감염된 후 15~50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후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 시기가 가장 전염이 잘 되는 시기다. 이는 황달 발생 전에 더 많은 바이러스가 나오기 때문인데, 자신이 간염에 걸렸는지 모르고 생활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위험이 높다. A형 간염은 B형 또는 C형처럼 만성 질환은 아니고 대부분 감기처럼 앓다가 항체가 생기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A형 간염 항체가 없는 성인이 감염됐을 때는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임상 양상은 더 심각해져 50대 이후 노년기에 감염되면 사망률이 1.8%로 급증한다. 이는 A형 간염 전체 평균 사망률 0.4%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다. A형 간염의 증상으로는 더 심각한 발열, 오한, 근육피로감 등이 나타나기 시작하다가 식욕이 떨어지고 복통, 구역질, 구토, 설사, 황달, 우상복부 통증 등 갈수록 증세가 심각해진다. 초기 감기와 증세가 비슷하지만, 콧물과 기침이 없고 아주 심하게 피로감을 느끼게 되며, 소변색이 짙어지면 간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간염이 심할 경우 합병증이 발생해 한 달 이상 입원 치료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초기에 병원을 찾아야 한다. 더욱이 간질환이 없는 사람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전격성 간염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A형 간염 초기 치료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개인위생 철저, 간부터 보호하자!
A형 간염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날 음식이나 씻지 않은 과일, 오래된 어패류 등의 섭취를 삼가고 물은 반드시 끓여 먹어야 하며 식사 전이나 화장실을 이용한 후에는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A형 간염은 전염성이 매우 높아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걸리면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쉽게 옮길 수 있다. 과거에는 A형 간염 환자와 긴밀히 접촉한 경우 예방을 위해서는 면역글로불린 주사를 맞아야 했지만, 위험에 노출된 시기가 2주 이내라면 예방 백신을 맞는 것도 동등한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 따라서 A형 간염 항체가 없는 환자의 가족 구성원은 미리 A형 간염 백신을 예방접종하는 것이 좋고, 그 외에도 집단생활을 하는 사람, 혈우병 환자, 의료업 종사자, 만성 간질환 환자 등은 반드시 예방접종을 하도록 한다.
아직 별다른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무엇보다 철저한 예방이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하고 만성 간질환이 있는 환자에게서 급성 A형 간염이 발생할 경우 사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는 만큼 평소 간을 건강하게 관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Tip. 건강한 간을 위한 건강한 습관]
1. 규칙적인 식생활 습관= 폭음과 폭식은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2. 충분한 수면과 적당한 운동= 숙면은 피로감을 줄이고 운동은 식욕을 돋워 몸의 대사에 도움을 주며 비만으로 인한 지방간 발생을 막아준다.
3. 과음 지양= 음주를 한 후 3일은 술을 마시지 않고 간을 쉬도록 해 알코올성 간질환을 예방한다.
4. 민간요법 맹신 지양= 확인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성분이 불확실한 보양식품 등은 간에 치명적인 해를 입힐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5. 약물 오남용 금지= 무분별한 약물 복용은 약제유인성 간염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삼간다.
6. 예방 접종= 간염 항체 보유 여부를 점검하고 사전에 예방접종을 해 바이러스성 간염으로부터 보호한다.
도움말·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임형준 교수
깨끗해서 걸리는 ‘A형 간염’… 봄철 경보 발령
입력 2011-03-23 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