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깨끗해도 문제, 봄철 ‘A형간염’ 주의보

입력 2011-03-23 13:27

항체 없는 20·30대 발병률 매우 높아···초기 감기증상과 유사

[쿠키 건강] 봄이 다가오면서 친구들이나 가족단위의 야외활동이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바이러스나 병균에 의한 전염이 확산되는 봄철에 A형간염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A형간염은 ‘깨끗해서 걸리는 질병’으로 항체가 없는 10대에서 30대에서 최근 발병률이 치솟고 있으며 전체 A형간염환자 중 대다수가 이 연령대다.

◇급증하는 A형간염, 불결한 위생이 주원인

일명 ''''유행성간염’이라고 불리는 A형간염은 간염 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A형간염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간염으로 주로 급성의 형태로 나타난다. A형간염은 B형간염이나 C형간염과 같이 혈액을 통해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입을 통해 먹는 먹을거리나 감염된 환자와의 접촉을 통해서 전염된다.

위생상태가 불결한 경우 감염되기 쉬운데 조개 등의 어패류를 날것으로 먹거나 오염된 물을 끓이지 않고 그냥 먹었을 때, 인분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과일을 깨끗한 물에 제대로 씻지 않고 먹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A형간염 발생 중등도 위험국’으로 분류돼 있다. 어려운 시절을 보냈던 40~50대 이상은 어렸을 때 A형간염에 자연 감염돼 가벼운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면서 90% 이상이 항체를 보유하고 있어 급성간염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최근 위생수준이 점차 향상되면서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경우가 적어 어린이와 청소년의 A형간염 항체보유율이 2~10% 미만으로 낮아져 10대 후반에서 30대의 감염 위험성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A형간염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유·소아 필수예방접종으로 지정되지 않아 점차 감염자수가 증가하고 있다.

◇전염성 높고 생명까지 위험할 수도

A형간염은 감염 후 15~50일 정도 잠복기를 거친 후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 때가 가장 잘 전염되는 시기이며 자신이 간염에 걸렸는지 모르고 생활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위험이 높다.

A형간염은 B형 또는 C형처럼 만성질환이 아니고 대부분 감기처럼 앓다가 항체가 생기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A형간염 항체가 없는 성인이 감염됐을 때는 심각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심각해져 50대 이후 노년기에 감염되면 사망률이 1.8%로 급증한다.

이는 A형간염 전체 평균사망률 0.4%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다. 증상으로는 발열, 오한, 피로감 등이 나타나기 시작하다가 식욕이 떨어지고 복통, 구역질, 구토, 설사, 황달, 우상복부 통증 등 갈수록 증세가 심각해진다.

초기 감기와 증세가 비슷하지만 콧물과 기침이 없고 심하게 피로감을 느끼며 소변색이 짙어지면 간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간염이 심할 경우 합병증이 발생, 한 달 이상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어 초기에 병원을 찾아야 한다. 더욱이 간질환이 없는 사람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전격성 간염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A형 간염 초기치료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별다른 치료제 없어 예방이 가장 중요

A형 간염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날 음식이나 씻지 않은 과일, 오래된 어패류 등의 섭취를 삼가고 물은 반드시 끓여 먹어야 하며 식사 전이나 화장실을 이용한 후에는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A형간염은 전염성이 매우 높아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걸리면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쉽게 옮길 수 있다. 과거에는 A형간염환자와 긴밀히 접촉한 경우 예방을 위해서는 면역글로불린 주사를 맞아야 했지만 위험에 노출된 시기가 2주 이내라면 예방백신도 같은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

아직 별다른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무엇보다 철저한 예방이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하고 만성 간질환이 있는 환자에게서 급성A형간염이 발생할 경우 사망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에 평소 간을 건강하게 관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창연 의약전문기자 chyjo@kmib.co.kr

<도움말 : 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임형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