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장상임 인천계양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쿠키 건강칼럼] 3월이 되면서 아이를 처음 어린이집에 보낸 부모가 많을 것이다. 우리 딸 수진이는 현재 42개월로 어린이집 경력 8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아이가 산만한데다 30개월쯤 어린이집 적응에 실패한 경험이 있어 4개월이 지난 후 다시 어린이집에 보냈을 때는 하루하루가 불안, 초조의 연속이었다. 가슴 졸이던 7개월이 지나고 지난달 첫 재롱잔치를 했다. 무대 위에서 한 몫하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대견하던지 눈물이 찔끔 났다. 관람석의 엄마를 보고 무대 밖으로 뛰쳐나오려 해서 선생님을 곤란하게 했지만 말이다.
◇나는 한의사, 우리 딸은 다를 것이다?
단체생활을 시작하면 감기를 달고 산다고들 했지만, 우리 부부는 명색이 한의사 부부인지라 나름 건강하게 잘 키웠다고 자부했다. 아이가 감기도 거의 안 걸리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기 때문에 수월하게 넘어가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단체생활은 생각보다 무서운 놈이었다. 수진이의 단체생활은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감기, 감기 또 감기였다. 나을만하면 또 걸리고 콧물, 기침이 딱 떨어지지가 않아서 우리 부부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던 시간이었다. 단체생활이 아이들에게는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많이 힘든 것이라는 것을 실감하기도 했다.
연이은 몇 번의 감기 이후 우리 부부는 감기 걸리는 것 자체에 대해 안달복달하기보다는 상황을 길게 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감기에 걸리더라도 수월하게 성장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짧게 넘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목표를 맞췄다.
아이의 컨디션을 살펴서 미리 계절별로 면역강화한약이나 삼복첩(호흡기면역력을 키워주는 패치)를 붙이고 뜸을 떠 호흡기 건강을 보강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음식을 평소보다 적게 먹이고 대신 미지근한 보리차를 자주 먹이면서 무리하지 않고 푹 쉴 수 있도록 했다. 감기에 걸렸을 때는 항생제, 해열제를 쓰지 않고 한방감기약을 증상에 맞춰 먹였다. 덕분에 이번 겨울엔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모두 가볍게 앓고 넘어갈 수 있었다.
◇단체생활 퇴치 3총사 - 목수건, 건포마찰, 한방차
단체생활을 하는 아이를 위해 몇 가지 일상생활에서의 관리법을 추천하고 싶다. 첫째, 손수건을 둘러서 목을 항상 따뜻하게 해준다. 속열이 많아 답답한 것을 싫어하는 수진이도 처음에는 자꾸 풀려고 했다. 그래서 색이 예쁘거나 만화 캐릭터가 있는 손수건을 목에 둘러주고 나도 함께 목에 스카프를 두른 후 거울을 보여주었더니 만족하는 것 같았다. 벌써부터 예쁜 것만 찾는 아이라 그 후부터는 목에 손수건을 둘러도 싫어하지 않고 오히려 예쁜 것으로 두르겠다고 자기가 고른다.
둘째, 건포마찰을 자주 한다. 마른 수건으로 손발 끝에서부터 심장 쪽으로, 또 배꼽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둥글게 마사지하듯 문질러 준다. 건포마찰을 수시로 해주면 피부가 단련이 돼 폐가 튼튼해진다. 더불어 아이의 눈을 마주보면서 스킨십을 해주는 시간을 통해 엄마의 사랑을 표현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셋째, 한방차를 자주 먹인다. 수진이는 알레르기 때문에 우유를 먹으면 피부에 증상이 나타난다. 그래서 어린이집에 갈 때 매일 물통에 오미자 주스, 매실 주스 등 한방음료를 싸서 보내준다. 오미자는 다섯 가지 맛이 있어서 우리 몸의 오장에 도움을 주는 약재인데, 그 중 폐기를 모으는 효능이 있어 진해, 거담 등의 효과가 있다. 매실은 진액을 만들어 줘 만성 기침, 목 건조, 만성 설사, 복통 등에 도움이 된다. 집에서 직접 오미자청, 매실청을 만들어 뒀다가 미온수에 타주면 맛도 새콤달콤해서 좋다.
◇경쟁 하랴, 눈치 보랴,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아
수진이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묻는 말이 있다. “엄마 오늘 한의원 가는 날이야, 안가는 날이야?” “수진이는 오늘 유치원 가는 날이야, 안가는 날이야?” 이런 말을 할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하루 종일 함께 있으면서 놀아주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하고 언제까지 단체생활을 미룰 수 없기에 매일 아침의 이별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단체생활을 하면 아이는 정신적으로도 피곤해진다. 엄마와의 이별도 서러운데 엄마, 아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눈치도 봐야 하고 경쟁도 해야 하니 여러 가지로 스트레스가 많을 수 밖에 없다. 선생님한테 혼이 났다고 풀 죽어 있거나 친구들하고 싸워서 얼굴에 상처라도 나면 얼마나 속상한지 모른다. 그래서 퇴근 후에라도 아이가 엄마 사랑을 듬뿍 느낄 수 있도록 아이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고 스킨십을 자주 하는 등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다.
단체생활 중인 아이들이나 단체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이번 봄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중 제일 힘든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부모도 힘들겠지만 누구보다 힘든 것은 바로 아이다. 아이의 컨디션을 좀 더 세심히 살펴주고, 애정이 담긴 스킨십을 통해 지친 아이들의 마음을 다독거려서 올 한해 단체생활을 잘 이겨나가도록 도와줘야 할 것이다.
<장상임 원장은 당장의 증상만 없애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병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게 한다는 원칙으로 진료하고 있다. 현재 어린이집 경력(?!) 8개월 차 되는 딸 수진이(42개월)를 둔 엄마이기도 하다>
[육아일기] 한의사 딸 수진이의 단체생활 적응기
입력 2011-03-21 1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