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채기 한번에 디스크가 생겼다고요?”

입력 2011-03-17 11:22

[쿠키 건강] 재채기 한 번에 디스크가 파열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자칫 과장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이다. 재채기는 코 뒤쪽의 점막이 자극을 받으면 반자동의 격렬한 공기가 폐에서 코와 입으로 빠져나오는 것으로, 보통 재채기를 한 번 할 때마다 10만여 개의 침방울이 최대 수십km의 속도로 튀어나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 정도의 분사력을 내려면 상당한 압력이 몸속에서 발생한다. 척추전문 모커리한방병원 김기옥 병원장은 “갑작스럽게 재채기를 하면 허리 주변근육이 수축하고 인대가 잔뜩 긴장하면서 복압이 상승돼 디스크를 압박한다”며 “노화로 인한 퇴행현상과 허리에 무리를 주는 생활습관이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척추의 기능을 약화시키다가 한계점에 이르렀을 때 재채기를 하거나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주우려고 허리를 굽히다가 디스크 질환이 걸리기도 한다”고 밝혔다.

보통 허리디스크 질환을 무거운 물건을 들다 생기거나 사고로 다쳐야만 발생하는 병이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교통사고나 추락 등으로 디스크 질환이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기껏해야 전체 허리디스크 환자의 10% 미만에 불과할 정도다. 이처럼 건강하던 허리가 단시일 내에 망가지는 일은 드물다.

목 디스크도 마찬가지다. 목 디스크의 주된 원인은 퇴행성 변화다. 오랜 시간 잘못된 자세가 습관화되면 목뼈가 일자 형태로 변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목뼈 사이 쿠션 역할을 해주던 디스크가 압박을 받아 목뼈의 퇴행화가 이뤄지면서 목 디스크를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김기옥 병원장은 “최근 몇 달 사이 20~40대의 청장년층 환자들의 디스크 질환 발생비율이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며 “이같은 현상은 업무량과 스트레스는 커진데 비해 운동량이 적고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IT기기들의 지나친 사용으로 목·허리에 심각한 무리가 따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디스크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수술은 절대 금물이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등 디스크질환으로 수술이 꼭 필요한 환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비수술적 요법으로도 얼마든지 시술이 가능하다.

비수술적 요법은 척추와 인대의 기능을 높여주는 시술이기 때문에 재채기의 무시무시한 위력 앞에서도 디스크 탈출을 막아내는 힘을 길러준다. 특히 한의학의 추나요법이나 척추치료, 한약, 봉침, 약침, 운동치료 등 한방적 접근은 그 효과가 이미 과학적으로 검증됐다.

침은 경추와 척추 주위의 긴장으로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봉독침으로 손상된 인대의 염증을 없애 주변 조직의 면역력을 높인다. 이어 추나요법으로 전체적인 목, 허리 긴장을 제거하고, 한약으로 디스크 주위의 근육과 신경 기능을 회복하고 퇴행을 억제해 치료한다. 디스크는 치료 후에도 관리를 잘못하면 재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운동으로 근육을 강화해야 재발할 확률이 줄어든다.

생활 속에서 디스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퇴행현상을 늦추고 디스크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다. 의자에 앉을 때에는 엉덩이를 의자 깊숙이 둬 목과 허리가 일직선이 되도록 하고 고개를 턱 쪽으로 당겨 앉는 것이 좋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자세라도 한 자세로 오래 있는 것은 피한다. 한 시간에 한번은 자리에서 일어나 휴식을 취하고 간단한 스트레칭을 한다. 또 꾸준한 운동으로 척추주변 근육, 인대를 강하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자전거타기, 수영(배영 자유형) 등이 허리의 힘을 길러주는 대표적 운동이다.

짐을 잔뜩 실은 낙타 등위에 마지막 지푸라기 하나를 더 올리니 낙타 등뼈가 부러졌다는 우화가 있다. 그까짓 지푸라기 하나의 무게가 얼마나 된다고 낙타 등뼈를 부러뜨릴까 싶지만, 아무리 튼튼한 낙타라도 짐을 계속해서 싣다 보면 결국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는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