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험난했던 오줌싸개 안녕 프로젝트

입력 2011-03-14 09:56

글·장선영 왕십리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쿠키 건강칼럼] 한없이 추웠던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서 집안 정리를 하다 보니 예진이의 일회용 기저귀가 여기저기서 보인다. 그러고 보니 딸 예진이가 겨울을 나는 새 기저귀와 안녕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감회가 새로워졌다.

예진이는 신체발달이 빠른 편이 아니었다. 빨리 걷는 아이는 10개월이 되어도 걷기 시작하던데 예진이는 18개월을 꽉 채우고 나서야 걸음마를 시작해서 엄마의 마음을 태우더니 네 돌이 지나도 여전히 2~3일에 한번은 자다가 이불에 지도를 그리기 일쑤다. 흔히 말하는 야뇨증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3돌 반이 지나면 아이들의 약 30% 정도가 밤 오줌을 싸지 않을 수 있으며 5세가 되면 대부분 오줌을 가린다. 야뇨증이란 5세 이상의 아이가 소변을 가릴 나이가 되었는데도 수면 중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것을 지칭한다. 한의학적으로 신장의 기운이 허약한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나타난다.

◇신혼 때 장만한 침대에서 지린내 나다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해 여름, 예진이가 네 돌이 지나도 계속 이불을 적시니 나도 뭔가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진이는 침대에서 꼭 엄마 아빠 사이에서 자곤 하는데 밤중 소변 가리기 프로젝트 첫 단계로 기저귀를 채우지 않고 재우기 시작했다. 아이가 밤마다 오줌을 싼다고 해서 매일 기저귀를 채우는 것은 오히려 야뇨증의 기간을 늘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진이의 기저귀를 빼면 그래도 어느 정도 횟수가 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이게 웬걸, 엄마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전혀 차이가 없었다. 게다가 방수요 위에 재워도 데굴데굴 구르며 자는 통에 침대 매트리스가 꼭 젖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모두 알 것이다. 이불이나 침대보는 세탁을 하면 되지만 침대 매트리스는 어떻게 구제를 시킬 방법이 없었다.

신혼 때 혼수 1순위로 신경 써서 장만한 내 소중한 침대. 그 매트리스에 한 군데, 두세 군데씩 예진이의 소변으로 얼룩이 지기 시작했고 한반도 지도가 열 군데 이상 생기고 나니 나는 점점 포기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한 여름, 날씨는 덥고 습한데 침실에만 들어가면 뭔가 묘한 향내가 풍겨 참 괴로웠다.

야뇨증을 개선하는 데는 무엇보다 엄마의 따뜻한 배려가 필요하다. 야뇨증은 아이가 의지를 가져도 어쩔 수 없는 증상이기 때문에 부모가 혼내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이론상의 이야기이고 막상 내 아이가 오줌을 싸고 한 밤중에 자다 말고 일어나 오줌 싼 것 뒤치다꺼리를 하는 입장이고 보니 나도 모르게 화가 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까 엄마가 밤중에 물 좀 적게 먹으라고 했지!” 한바탕 소리를 지르고 나면 교과서 내용이 생각나기도 하고, 예진이에게 미안하기도 해서 복잡한 심정이었다.

◇자기 전 물, 초콜릿 안돼~ 은행 열매는 좋아~

좀 더 적극적인 치료와 생활관리가 필요했다. 기본원칙에 충실하자는 심정으로 야뇨증의 생활관리에 돌입했다. 이미 침대 매트리스는 포기했던 터라 기저귀는 쓰지 않기로 하고 잠들기 2~3시간 전에 물은 입을 적시는 수준으로 주려고 노력했다. 카페인이 함유된 초콜릿 같은 것도 주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예진이가 침대에 누우면 아차, 소변을 뉘이지 않았구나 깨닫는 경우가 많았다. 다시 일어나는 것이 무척 귀찮았지만 꾹 참고 화장실로 데려갔다.

냉동실에 얼려놓았던 은행은 예진이의 야뇨증을 줄이는데 좋은 간식으로 활용됐다. 은행은 한약재 명으로 ‘백과’라고 하는데, 호흡기에 이롭게 작용해서 기침이 있을 때 먹어도 좋다. 담을 제거하고 기침을 멈추는 효능이 있으며 신장의 기능을 강화해서 야뇨증에도 좋은 효과를 보인다. 다만 은행은 날것을 먹으면 약간의 독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익혀서 먹어야 하며 하루에 3~5개정도가 적당하다.

시간이 지나도 소변횟수가 줄지 않으면 하복부 혈 자리에 뜸 치료라도 시작해야겠다고 고민할 무렵, 가을을 지나면서 예진이의 야뇨 횟수가 서서히 줄기 시작했다. 겨울 동안 단 두 번만 밤중에 오줌을 쌌으니 예전에 비하면 훨씬 좋아진 것이다. 후유, 천만다행이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좋아진 것도 있겠지만 내가 인내심을 갖고 기본적인 원리를 지킨 것이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예진이의 남은 기저귀는 잘 포장해서 어린 조카에게 보내줄 참이다.

우리 집 오줌싸개여 이젠 안녕~!

<장선영 원장은 현재 6살 딸 예진이를 키우는 워킹맘입니다. 진료실을 찾는 아이의 체질과 병증에 따른 맞춤 치료로 아이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