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치매, 예방하는 주사도 있고 게임도 있어요”

입력 2011-03-14 09:41

건국대학교 신경과 한설희 교수

[쿠키 건강] 의학의 발전 등으로 평균 수명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단순한 수명 연장이 아닌 건강하게 오래 잘 살기를 원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들에게 치매는 공포다. 가스불을 끄는 것을 잊어버리거나 오늘 아침에 뭘 먹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으면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치매는 만 65세 이상에서 자주 발생하는 노인성 질환이다.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의 1~2%가 치매 환자다. 60세 이후에서는 다섯 살 많아질 때마다 환자수가 2배씩 늘어난다. 85세가 되면 47%가 치매로 고생한다.

결국 오래살면 쉽사리 피할 수 없는 것이 치매다. 의학의 발달로 이러한 치매를 예방하는 주사도 나오고 게임도 나온다. 국내 치매 연구의 중심에 있는 한설희 교수로부터 치매에 대해 들어봤다.

-치매도 종류가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치매는 90여 가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병한다. 가장 흔한 것이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50%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그 다음이 혈관성 치매로 서양은 15%, 우리나라는 20%가 앓고 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혈관성 치매를 같이 가지고 있는 혼합성 치매가 20~30%를 차지한다.”

-치매 종류마다 치료 효과가 다른가.

“치료가 가능한 치매를 ‘가역성 치매’라고 하는데 예를 들면 비타민 B12, B6 결핍돼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 결핍성 질환 결핍 영양소를 보충하는 등의 방법으로 치료 가능하다. 노인들은 통증에 대한 감각이 저하돼 가벼운 외상이나 술 취한 상태에서 넘어져 머리를 다치게 되면 서서히 경막하 출혈이 진행되면서 만성경막하혈종(뇌를 둘러싸고 있는 가장 외부의 경막 아래 피가 굳어 있는 상태) 상태로 되는데 이때 치매 증상이 나타난다. 이 경우 수술적으로 혈종을 제거하면 인지기능이 현저히 개선된다. 갑상성기능저하증 환자에서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해당 질환을 치료하면 개선된다.”

-치매예방접종이 있다던데.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아밀로이드베타라는 이상단백질이 쌓여 발생한다. 따라서 치매가 막 시작되려 할 때 백신을 투여하면 아밀로이드가 더 이상 뇌에 축적되지 않아 치매 예방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현재 다국적 제약사를 중심으로 임상단계에 있으며 몇 년 안에 실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치매 증상이 생기기 전에 치매 발생 여부를 예측하는 검사법도 실용화 준비가 한창이다. 아밀로이드가 뇌에 얼마나 많이 축적됐는지를 양전자단층촬영(PET)으로 찍어 눈으로 확인하는 진단법이다.”

-생활 속에서 예방할 수는 없나.

“치매는 어떤 의미에서는 생활습관병이다. 하루아침에 생기는 병이 아니라 뇌조직 내에 이상단백질이 축적돼 치매가 발생한다. 보통 사람은 20세 이후에 하루에 10만개 정도의 신경세포가 탈락하지만, 잘못된 식생활이나 과도한 음주 등 생활 습관이 나쁜 사람들은 20세 이후 하루에 20~30만개의 신경세포가 탈락한다. 당뇨, 고혈압 환자에서 치매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치매로 나타난다.”

-치매 예방을 위해 특별히 지켜야 할 식습관은.

“항노화 항산화 물질이 있는 음식들이 좋다. 비타민 C와 E, 오메가 3 등이 풍부한 식단이 좋다. 이들 영양소가 함유된 등푸른 생선, 견과류, 블루베리, 당근, 사과 등 껍질 색깔이 진한 과일을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되도록이면 유기농으로 먹는 것이 좋다. 저지방이나 무지방 유제품도 좋다.”

-운동이 치매에 미치는 영향은.

“운동은 걷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이 좋다. 빠른 보폭으로 적어도 하루 40분 이상 씩 일주일에 5번 이상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최근 한 연구에 의하면 운동이 기억력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걷기 운동을 잘하면 신경세포 재생에 도움이 된다. 이뿐만 아니라 심박출량이 증가해 혈액순환과 노폐물 제거에 도움을 준다.”

-수면과 치매의 관계는.

“잠을 잘 자는 것은 치매예방에 매우 중요하다. 실제 만성수면장애가 있는 사람들에서 기억장대나 치매와 같은 질환이 많이 발견된다.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잠을 잘 자야 기억이 견고해 지는 것도 이와 같은 원리이다.”

-‘머리를 써야’ 치매가 예방 되는가.

“두뇌의 회로를 자극할 수 있는 정신활동을 평생 동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부하고 쓰는 행위는 치매예방에 도움을 준다. 실제 창작을 하는 사람들에서 치매 환자가 적다. 이러한 의미에서 아이패드와 같은 휴대형 컴퓨터 기기를 이용해 두뇌 훈련을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오는 5월에 출시할 예정이다.”

-적당한 음주가 치매에 도움을 줄 수도 있나.

“술은 신경세포 손상의 주범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에서 음주를 피할 수 없는 만큼 잘 즐기는 게 중요하다. 하루에 1~2잔의 적포도주를 마시는 정도는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적포도주에 들어있는 ‘레스베라트롤’ 성분 때문이다. 육식을 즐기는 프랑스인들에서 혈관 질환이 적은 것을 뜻하는 프렌치패러독스의 원리가 그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

한설희 교수는

1981년 서울대의대 졸업/1988년 서울대병원에서 신경과 전문의 취득/ 1988년~1989년 서울대병원 신경과 전임의/ 1989년~1991년 충북대의대 신경과 전임강사/ 1991년~1992년 충북대의대 신경과 조교수/ 1992~1994년 미국 듀크대병원 알츠하이머병 연구소 / 1994년~2005년 충북대의대 신경과 교수/ 2004년~2005년 미국 워싱턴대 세인트루이스 알츠하이머병 연구소 연구교수/ 2009년~2011년 2월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장/ 2005년~현재 건국대의대 신경과 교수/ 2008년~현재 대한치매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