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감기약 처방의 진실은?

입력 2011-02-25 16:25

감기는 바이러스 질환, 세균 죽이는 항생제 사용은 무용지물… 감기, 충분한 휴식과 수분섭취가 최고

[쿠키 건강] “정말 몰랐어요.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 때문에 한 달에 한번 꼴로 소아과에 가는데, 항생제에 성인병을 유발하는 소염제까지 있었다니. 우리 아이가 지금까지 그 약을 먹었단 말이에요?”(아이디: 지원어뭉) “역시 감기엔 약이 소용없나 봐요. 생강차, 유자차를 끓여 먹여야지. 이제 소아과나 이비인후과에 겁나서 못 가겠어요.”(아이디:곰팅이)

MBC 불만제로 ‘소아과 감기약’ 방영 후 아이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서는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아이 감기약 처방의 진실. 육아커뮤니티나 삼삼오오 모인 곳에서는 모두 그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소아과 항생제 처방률 48.9%, 이비인후과 86.7%

MBC 불만제로가 아이의 가벼운 감기증상에 대한 항생제 처방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3~7세의 초기 감기 증세 환자 21명과 함께 전국의 소아과 45곳, 이비인후과 15곳을 방문해 감기약 처방을 받았다. 그 결과 소아과의 항생제 처방률은 약 48.9%로 2명 중 1명꼴로 항생제가 처방되고 있었다. 이비인후과의 경우에는 무려 86.7%가 항생제를 처방하고 있었다.

국내 항생제 일일 평균 사용량은 2006년 기준으로 23.8%로 OECD 평균치인 21.3%보다 높다. 항생제 사용량 수치가 23.8%이란 것은 하루에 성인 1000명 중 23.8명이 항생제를 복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사의 항생제 처방률도 52%로 나타나 미국 43%, 네덜란드 16%에 비해 높았다. 특히 가벼운 증상의 환자가 많이 찾는 1차 의료기관인 의원에서는 항생제 처방률이 59%를 기록해 45%인 병원보다 높았다.

특히 2010년 보건복지부에서 외래 감기 및 급성상기도감염에서 연령집단별 항생제 사용량을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0~9세에서 하루 1.26개를 복용하고 있어, 아이들에게 투여하는 항생제의 양이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성인의 하루 평균 0.63개에 비해 2배나 많은 양이다.

◇감기는 바이러스가 원인, 항생제 사용은 무용지물

이렇게 국내에서 항생제를 쉽게 접하는 경우는 대부분 ‘감기’ 때문. 하지만 항생제는 바이러스가 아닌 세균, 즉 박테리아를 죽이는 약이다. 감기와 이와 유사한 호흡기 질환은 대부분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는 엄연히 다른 존재다.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로 인한 질환에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은 감기를 더 빨리 낫게 해주는 것도 아닐뿐더러, 감기의 합병증 발생을 예방해주지도 못한다.

미국을 포함한 외국에서는 항생제 과다 사용에 대한 위험 때문에 감기와 같은 호흡기 질환에는 항생제 사용을 제한한다. 미국의 질병통제센터나 식품의약국에서는 1998년 이후 항생제 사용 질환 목록에서 급성 기관지염을 제외시켰으며, 2004년부터는 “의사는 세균에 의한 감염이 확실한 경우에만 항생제를 사용해야 한다”라는 경고문을 모든 항생제에 명시해 왔다. 영국 국민건강보험은 우리나라에서는 항생제 사용이 당연시 되는 급성 중이염에도 처음부터 항생제를 사용하지 말고 대증요법으로 치료하면서 24시간 관찰 기간을 두라고 권한다. 그러나 항생제 사용이 많은 나라로 손꼽히는 우리나라에선 이런 기본 통제조차 없는 실정이다.

◇항생제, 내성 키우고 면역력 떨어뜨려

항생제는 몸 안에 나쁜 세균이 들어와 병이 생겼을 때만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항생제를 계속 먹으면 나중에는 항생제 치료 자체가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지난해 말 국내에서도 대부분의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된 환자가 발견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항생제가 우리 몸의 유용한 세균까지 죽인다는 것이다. 특히 위장과 대장 속에는 우리 몸의 정상적인 기능을 돕는 세균이 있는데, 항생제는 이런 세균들까지 다 없애버려 위장장애, 식욕부진, 구토, 설사 등의 증상도 생긴다. 항생제는 폐렴 등 감기로 2차 합병증이 심해졌을 때만 의사의 처방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이때도 복용원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감기, 한약치료가 대안

한의학적 감기치료는 증상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것에 치료의 목적을 두지 않고, 인체의 방어기전을 보조해 가장 자연적인 방법으로 감기가 완전히 해소되는 것을 추구한다. 즉 기침, 콧물, 발열 등 감기의 증상은 대체로 몸에 들어온 나쁜 기운을 외부로 발산하려는 경향을 띤다. 이에 따라 한의학의 감기 치료 방향도 병이 깊이 들어가기 전에 발산시키는 것이다.

또한 한약을 이용한 감기치료는 양약의 잠재적 위험성으로부터 자유롭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일반의약품 감기약 사용 연령을 2세 혹은 6세 이상으로 제한하는 등 감기약 사용에 대한 규정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한약은 주성분이 천연물질로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적으며, 실제로 한방 감기약에 대한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된 증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 Kitasato University의 H. Kiyohara 교수는 보중익기탕(황기, 인삼, 백출 등이 들어간 감기와 식욕부진에 쓰이는 처방)의 복용으로 호흡기 점막의 면역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 또한 일본 Sendai 병원의 Tomohiro Kubo는 5~13세 사이 A형 인플루엔자로 확진된 환아를 대상으로 마황탕(마황, 계지, 감초 등이 들어간 감기로 인한 두통과 발열에 쓰이는 처방)의 유효성 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마황탕 투여군 15시간, 마황탕과 타미플루 투여군 18시간, 타미플루 투여군 24시간으로 마황탕을 단독으로 투여한 군이 가장 짧은 발열 지속기간을 보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Tip 1. 올바른 감기 대처 법]

△충분히 휴식할 수 있게 해주자= 아이는 아프고 피곤해도 빨리 자는 것을 싫어하며 활동량이 많아 감기가 오래가는 원인이 된다. 잠깐이라도 낮잠을 재우고, 적극적인 육체활동은 물론 실내에서 하는 놀이나 컴퓨터, TV시청도 자제시킨다. 감기에 걸렸을 때는 유치원, 어린이집 등 단체생활도 잠시 쉬게 하자.

△평소 두 배의 수분섭취를 해주자= 열은 대소변으로 빠져 나가니 열이 나는 동안에는 평소보다 물을 두 배 정도 먹이자. 대변도 매일 볼 수 있도록 하고, 아이가 며칠 동안 변을 보지 못하면서 열이 나는 경우에는 관장을 해주는 것도 좋다.

△위장도 쉬게 해주자= 밀가루 음식이나 고기, 과일 등 소화시키기 어려운 음식은 피하고 식사량도 조금 줄인다. 아파서 빠진 체중은 나중에 충분히 회복할 수 있으므로 감기로 힘든 위장에 할 일을 더해줄 필요는 없다.

[Tip 2. 항생제 비상에 대항하는 음식처방]

△열감기: 생강차와 생강죽= 생강은 발한작용을 지니고 있어 열감기 초기, 특히 소화기가 약한 아이에게 효과적이다. 생강을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기고 동전크기로 썬 다음 뜨거운 물에 우려내면 된다. 단 생강은 열이 많은 아이의 경우 주의해야 하며, 생강의 강한 냄새를 싫어할 수 있으니 아이들에게는 죽을 쑤어 먹이는 것이 좋다. 껍질을 벗긴 생강 10~15g을 젖은 창호지로 6~7겹 정도 싼 뒤, 은박지로 다시 한 번 싸서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그런 뒤 잘게 다져 쌀 50g과 함께 죽을 만들어 하루 2~3회 공복에 따뜻하게 먹이면 된다.

△코감기: 양파즙과 대추차= 재채기와 콧물이 함께 나올 때 콧물 증세를 완화시키고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기 위해 양파를 이용할 수 있다. 적당한 크기로 썬 양파와 생강즙, 간장 약간에 뜨거운 물을 넣어 우려내어 먹이면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밤에 잘 때 양파를 머리맡에 두고 재우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재채기 할 때 용이한데, 양파를 이용해 재채기를 치료하는 것은 서양에서도 ‘동종요법’이라 해서 오랫동안 즐겨 써온 치료법이다. 대추차도 도움이 된다. 대추는 호흡기를 강화시켜 감기를 예방하고 혈액순환을 도와 몸을 따뜻하게 해 주고, 감기로 인해 떨어진 식욕을 돋워준다.

△목감기: 현삼차= 현삼은 몸에 열이 많은 사람들의 목감기에 특히 좋은 약재다. 성질이 서늘해서 열을 식혀주시고 허약한 신장기운을 보강해주는 효과가 있다. 한의학적으로 신장기운을 보강하면 호흡기까지 튼튼해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으므로 감기에 자주 걸리면서 편도선이나 인후염이 자주 오는 경우에 적당하다.

△기침감기: 오미자차= 오미자는 호흡기에 두루 좋은 약재로 인체 내의 진액을 생성해서 호흡기를 촉촉하게 해, 폐 기능을 부드럽게 해주며 기침감기에 특히 좋다. 오미자를 물에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뒤 오미자에 물을 부어 하루 정도 담궈 둔다. 체로 걸러 낸 국물을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마실 때 약간의 올리고당을 넣어 먹는다.

△가래 끓는 감기: 배꿀도라지즙= 도라지는 음식의 재료로도 많이 쓰이지만 ‘길경’이라는 이름으로 한약재로도 많이 처방되는 약재다. 도라지는 호흡기쪽으로 작용해 폐와 인후의 기능을 좋게 하고 기침을 가라앉히며 가래를 없애는 효과가 있다. 꿀은 전해질과 기운을 보충하고, 배는 폐의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어 가래가 끓을 때 먹이면 좋다. 잘 익은 배의 속을 파낸 다음 잘게 썬 도라지 한 뿌리와 꿀을 채워 넣고 유리그릇에 담아 1~2시간 정도 중탕을 해 먹는다. 배의 과육을 수저로 떠먹이거나 즙을 짜서 먹는다. 단 꿀은 돌 이후의 아이부터 먹여야 한다.

도움말·김정열 강남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