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치질로 인해 병원을 찾는 사람들의 원인을 파악해 보면 대부분이 생활습관으로부터 병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도 모르게 익숙해진 식습관, 배변습관이 항문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치질은 수술 없이도 좌욕 등 생활습관만 고치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는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귀찮고 창피하다는 이유로 병을 숨기다가 수술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치질 질환에 대해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동부지부를 통해 알아보자.
◇치질 있어도 병원 가기는 괴로워
참기 힘든 고통을 표현할 때 ‘항문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얼마나 아프기에 그런 표현을 쓰는 걸까? 실제 치질이 있어도 병원에 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치질수술은 매우 아프다’‘수술이 잘못되면 인공항문을 달아야 한다’ 등의 소문에 겁먹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항문을 남에게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장∙항문 병원을 찾는 환자 중 처음 병원에 오기까지의 시간을 조사해 봤더니 10년 이상이 약 39%로 가장 많았다. 6년 이상 10년 이하도 26%로 나타났다.
그 만큼 병을 키운 뒤에야 병원에 간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치질은 치핵, 치열, 치루 등 항문에 나타나는 질병을 통틀어 말한다. 이중 치핵은 항문질환의 50~60%를 자치하는 질병이며, 항문이 곪아서 고름이 터지는 치루는 약 20%,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은 15~20%를 차지한다.
◇치핵, 가장 많이 걸리는 항문질환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겪는 치질은‘치핵(痔核)’이다. 전체 항문 질환의 약 60%를 차지할 정도로 유병률이 높다. 치핵은 항문 안쪽 혈관들이 울혈(鬱血)돼 늘어나거나, 항문 바깥쪽 불필요한 조직 등이 늘어나서 생긴다. 치핵이 항문 안쪽에 생기면 통증이 거의 없다. 배변 시 치핵 덩어리가 같이 밀려나오는 경우가 많으며 출혈이 되므로 빈혈이 생기기 쉽다.
하지만 항문 바깥쪽에 울퉁불퉁 튀어나온 치핵이 있으면 생활하기 불편할 정도로 심한 통증이 생긴다. 안쪽에 생긴 치핵이든 바깥쪽에 생긴 치핵이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제거해 주면 쉽게 낫는다. 안쪽에 생긴 치핵 중 초기 단계에는 수술 없이 좌욕과 연고 사용 등으로 치료 가능하다. 상태에 따라 고무결찰요법, 마이크로웨이브치료, 경화요법, 양극전기온영요법, 색소레이저요법 등 비수술적치료법도 많지만 가장 확실한 치료법은 치핵절제술이다.
원인은 무엇일까? 대변을 볼 때 오래 앉아 있거나 억지로 힘을 주는 등 잘못된 배변 습관으로 인해 항문에 가해지는 반복된 압력, 노화로 인한 항문 탄력도 저하, 변비와 설사, 간경화 등이 주된 원인이다. 직업적으로 오래 서서 일하거나 가만히 앉아서 일하는 이에게도 많이 발병한다.
유전적 요인에 대한 의견도 있다. 배변 활동은 식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가족 단위로 발견되기도 하지만 유전이라고 단정 짓기는 힘들다. 다양한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변비와 설사는 잘못된 식생활에서 비롯된 만큼 평소 배변활동을 개선할 수 있는 식이를 하는 것이 예방책이다.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줄이고 식이섬유소가 많이 든 채소와 과일 등을 자주 먹고, 술은 줄여야 한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3도와4도 내치핵, 치열이 동반돼 배변을 할때나 후에 심한 통증을 느끼는 경우, 반복적으로 혈전이 생겨 통증이 오는 경우, 치핵으로 일상생활을 하는 데 불편함을 많이 느끼는 경우, 항문을 청결하게 관리하기가 힘들고 가려움증이 심한 경우, 출혈이 심해 빈혈이 생긴 경우, 변을 볼 때 피가 주사기로 쏘듯이 뻗쳐 나오거나 활동 중 속옷에 피가 묻어 나오는 경우이다.
◇치열, 항문이 찢어진 상처
치열은 변비가 가장 큰 이유로 섬유질이나 수분이 부족한 식습관, 또는 극히 적은 식사량으로 인해 딱딱한 대변이 나올 때 항문관과 주변 약한 근육 등이 찢어져 생긴다. 배변시나 배변 후 까지 심한 통증이 있으며 휴지에 묻을 정도로 약간의 피도 나온다.
처음 생겼을 때는 상처가 깊지 않다. 좌욕 등의 보존적 치료를 열심히 하면 1주일 정도만에 치료된다. 하지만 잘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찢어지고 아물기를 반복하면 상처가 점점 깊어져 궤양이 된다. 이런 경우 수술을 해야만 증상이 호전 된다.
치열의 원인은 무엇일까? 치열의 원인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스트레스 같은 정신적 원인과 변비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누구나 그런 것은 아니다. 대변을 볼 때 내 괄약근이 이완되면서 항문관이 충분히 열려야 하는데 경련을 일으키면 긴장된 상태에서 대변을 배출하기가 힘들다. 이러한 괄약근의 긴장으로 배변 활동이 원활하지 못해 결국 밖으로 나오려는 변의 압력에 의해 찢어지는 것이다. 항문압력이 높으면 혈액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결과적으로 점막에 허혈성 손상을 주기 때문에 상처가 생기고 잘 낫지 않는다. 변비로 인해 변이 딱딱할 경우 더 잘 생긴다. 스트레스는 변비의 원인이기도해 치열의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치루, 항문 외에 또 다른 구멍이 뚫리는 병
대변이 모이는 저장 창고인 직장을 밖으로 통하게 해주는 것은 오직 항문뿐이다. 그런데 항문 외에 또 다른 구멍이 생기는 병이 바로 치루다. 치핵이 항문이나 항문 바로 근처에 생긴다면 치루는 항문에서 약 1~2cm 떨어진 피부에 생기며 종기 모양처럼 불룩 튀어나온 형태를 띤다.
치루의 시작은 항문샘 부분이 곪는 것이다. 항문샘은 배변시 대변이 잘 나오도록 윤활제를 분비하는 곳인데 이곳이 청결하지 않을 경우 대장균이나 각종 세균에 의해 곪게 돼 농양이 생기는 것. 이 농양이 항문관 주변의 약한 부위를 뚫고 길을 만들어 나가 긴 관 모양을 형성해 피부를 뚫고 나온다.
치루가 있으면 그 부위에 심한 통증이 생겨 앉아 있기가 힘들다. 똑바로 서 있을 때도 통증이 있어 항상 엉거주춤한 자세가 된다. 몸살이 난 것처럼 열이 나고 온몸이 쑤시기도 한다. 치루는 약으로는 거의 효과가 없고 수술로 제거해야 한다. 방치하면 암이 될 수 있으므로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루를 절개하는 수술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치루는 항문샘에 생기는 염증이 주원인이다. 항문샘의 치상선은 움푹 패여 있기 때문에 대장 내에 세균이나 대변이 흘러 들어가기 쉽다. 결핵,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치열 등 다른 질병이 원인일 수 있다. 특히 결핵균이 항문샘을 감염시켜 생긴 치루가 전체 치루 환자의 3~5%를 차지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생활습관에서 시작되는 질환 ‘치질’
입력 2011-02-23 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