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안전하게 약 먹이는 9가지 규칙

입력 2011-02-22 08:31
[쿠키 건강] 아픈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가 약을 지어본 경험을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약 봉투 속에는 대부분 시럽과 가루약이 들어있다.

아이들만을 위해 만들어진, 아이들에게 잘 맞는 약이 따로 있을 거라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지만 그런 경우는 사실 드물다. 대부분 어른 약을 부수고 쪼개고 나누어 아이약을 조제한다. 문제는 모든 약물학 책에서 강조하고 있듯이 ‘아이는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라는 것이다. 약을 분해시키고, 흡수시키고, 배출하는 기관들이 아직 성숙돼 있지 않기 때문에 아이에게 약을 먹일 때에는 훨씬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아이약은 기본적으로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기에 한 가지 위험이 더 덧붙여진다. 바로 다제 처방이다. 감기약의 경우, 병원에 가면 항생제, 콧물약, 기침약, 해열제, 소화제, 정장제까지 이것 저것 섞어서 처방을 한다. 이처럼 여러 종류의 약을 한꺼번에 처방을 하는 것을 다제처방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다제 처방 비율이 매우 높다. 특히 이 약, 저 약 한꺼번에 섞고 부숴서 조제해 주는 나라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기가 힘든 모습이라고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아이에게 약을 먹이는 것은 조금 더 신경쓰고,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아이의 부모들이 아이에게 약을 먹일 때 최소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9가지 규칙을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자.

#1. 약이 꼭 필요한 경우인지 먼저 확인

어린이에게 가장 많이 먹이는 약은 감기약이다. 콧물이 약간 흐르고, 기침을 시작하고, 열이 오르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아이 손을 잡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이미 2008년 미국 식품의약국은 2세 미만 어린이에게 감기약 사용을 금지시켰다. 캐나다와 영국은 2009년 6세 미만 어린이에게 감기약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감기약이 어린이에게 별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 때문이었다. 또 12세 미만 어린이에게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아직까지 조사 중에 있다. 아이가 감기에 걸렸을 때 가장 좋은 약은 충분한 휴식과 수분 보충이라는 것은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인정한 진실이다.

소아기와 청소년기에 가장 일반적으로 진단되는 정신과적 장애인 ADHD(주의력 결핍 과다행동장애)도 좋은 예이다. ADHD는 그 원인이나 진단법이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치료를 위해 처방되고 있는 약물들은 많은 부작용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심각한 심혈관, 간 질환을 일으키거나 성장 지체, 자살 충동 등의 부작용을 나타냅니다.

따라서 아이가 주의력이 떨어지고 충동적으로 행동할 때는 우선 약을 복용시키기 보다는 상담 등의 비약물 치료부터 시작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약물 치료는 가장 쉬워 보이지만, 가장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 약을 사용해야 할 경우에는 낮은 용량부터

약을 더 많이, 더 자주 먹는다고 해서 병이 더 빨리 낫는 것은 아니다. 단지 부작용 위험이 높아질 뿐이다. 대부분의 약물 부작용은 용량 때문에 발생한다. 정량을 초과하는 양은 독으로 작용할 뿐이다. 특히 어린아이는 체중이 작고 내부 장기가 덜 성숙돼 있으므로 최소 용량부터 시도하는 것이 원칙이다. 예를 들어 3~6ml 1일 3~4회로 처방됐을 때 3ml, 1일 3회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되도록 원 포장으로 처방으로 요청

어린이 약 중에는 시럽제가 많다. 처방을 받아 약국에 가면 30㎖, 60㎖, 100㎖ 등의 시럽병에 약을 받는다. 대부분 약국에 들어오는 시럽제들은 1ℓ, 1.8ℓ 정도의 큰 병에 들어있기 때문에 덜어서 조제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 이물질 혼합, 개봉 후 변질 우려 등 위생이나 안전에 문제가 생기기 쉬워진다. 최근에는 소량 포장된 약들을 생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병원에서 처방을 받을 때 되도록이면 원 포장으로 처방해 달라고 요구하자.

#4. 정확한 용량을 먹이자

종종 약국에서 아이에게 약을 먹이는 부모님들을 보면 약을 가늠해 한 스푼, 두 스푼 먹이는 걸 볼 수 있다. 아이들은 몸무게가 작고 약물을 대사시키는 기관들이 덜 성숙한 상태이므로 아주 작은 용량 차이가 큰 부작용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약국에 계량컵이나 계량 스푼을 달라고 요구해 정확한 용량을 먹이도록 하자.

#5. 여분으로 받은 시럽병·계량스푼은 세척해서 사용

계량 컵이나 계량 스푼, 시럽병 등은 깨끗이 세척해서 사용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런 제품이나 제품을 생산하는 곳에 대한 위생 검사나 관리를 하고 있지 않다. 대부분의 병원이나 약국에서 시럽병 등을 세척해서 제공하지도 않는다. 당연히 먼지나 이물질이 묻어있을 확률이 높다. 반드시 깨끗이 세척한 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6. 미리 약을 섞지는 말자

가루약과 시럽약을 미리 섞어 달라고 요구하는 부모님들이 많다. ‘어차피 한꺼번에 먹일건데 미리 섞어두면 뭐 어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약은 화학약품으로 미리 섞었을 경우 어떤 화학 반응이 일어날지, 이것이 약의 효과나 안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약은 되도록 성분별로 따로 따로 받아가서 먹이기 직전 혼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7. 보관장소 엄수

모든 약을 냉장고에 많이들 보관한다. 일부 항생제의 경우 반드시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약은 그늘진 실온에 보관하도록 돼 있다. 오히려 냉장고에 보관하면 습기가 차고,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별히 보관장소나 방법에 대한 주의 설명을 듣지 않은 경우에는 그늘진 실온에 보관하자.

#8. 복용이 끝난 약은 버리자

조제한 약을 끝까지 다 먹지 않고 남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런 경우 보관해두었다가 나중에 비슷한 증세가 생겼을 때 다시 먹이곤 한다. 하지만 그때 그때 증세에 맞춰 조제된 약이기 때문에 괜히 필요 없는 약을 더 먹이거나 정작 필요한 약은 덜 먹일 우려가 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어린이 약들은 여러 가지 약을 혼합해서 조제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그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다. 따라서 복용이 끝난 약은 미련없이 버리시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9. 약을 버릴 때는 약국을 이용하자

쓰고 남은 약을 일반쓰레기통이나 하수구, 변기에 버리곤 한다. 이처럼 아무렇게나 버려진 약들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지난 2008년 대한약사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리하수처리장 및 반포대교 남단 등 한강 6곳에서 항생제 등 11개 의약품 성분이 다량으로 검출된 바 있다. 실제 내가 항생제를 처방받아 먹지 않아도 식수원을 통해 먹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고 만는 것이다.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폐의약품은 가까운 약국으로 가져다 주도록 하자.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