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소연이의 중이염, 한방으로 한방에 치료해요

입력 2011-02-21 11:09

글·최우진 구미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쿠키 건강칼럼] “우리 딸 소연아, 아빠는 아직도 가끔 네가 뱃속에 있는 것을 확인했던 날을 생생히 기억한단다. 엄마와 결혼한 지 3년 만에 어렵게 생긴 아이라 그랬는지 그날 엄마 아빠는 온 세상, 온 우주를 다 가진 듯 무척 흥분되고 감격스러웠단다. 엄마는 임신한 기간 내내 네가 나오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며 행복했었지. 이제서야 말하지만 엄마를 하나도 힘들지 않게 해준 것 정말 고마워.”

큰딸 소연이는 크면 클수록 고추만 빼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빠인 나를 닮았다. 여자인 딸이 남자인 아빠를 닮을 수 있다니!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신기하고 가슴이 벅찼다.

◇코가 막혀서? 머리 아파서? 대체 우리 딸 왜 울까!

돌이켜 보면 소연이는 주말 단체생활증후군을 겪었던 것 같다. 평일에는 어린이집 같은 곳에서 단체생활을 하지 않고 엄마 아빠와 놀아서 그런지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주말에 서울에 가서 사촌 형제를 만나 신나게 놀다 오면 꼭 감기를 달고 와서 얼마나 속상했는지 모른다.

소연이가 2살 즈음, 내가 소아 전문 한의사가 되기 전에 있었던 일이다. 소연이가 키즈카페에서 친구들을 만나 신나게 놀고 왔는데 그날 저녁부터 맑은 콧물에 37도가 넘는 열이 나기 시작 했다. 열이 높지 않아 우선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2~3일 지나자 콧물이 누렇게 바뀌면서 가래 기침을 하더니 열이 거의 39도까지 올랐다.

소연이가 너무 어려 말도 못하고 보채며 울기만 하는데 얼마나 답답하던지……. 열이 높아 머리가 아픈 건지, 코가 막혀 답답해서 그러는지, 다른 합병증까지 생긴 건 아닌지 불안하고 걱정돼 조바심이 났다. 교과서에서 배운 것과 실제 부모가 되어 겪는 상황에는 차이가 있었다. 아는 게 병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건지 머릿속엔 무시무시한 합병증 여러 개가 떠올라 오히려 더 괴로웠다. 결국 근처 소아과에 가서 ‘급성화농성 중이염’이라는 결과를 안고 약을 먹인 뒤 증상이 가라앉았다.

◇중이염으로 볼 살 빠진 딸, 한약 치료만 결심한 아빠

하지만 그 뒤 몇 주 동안 이어지는 설사 때문에 소연이의 예쁜 볼 살이 쏙 빠지고 엉덩이가 짓물러 마음이 아팠다. 그때 감기, 중이염 같은 질환도 한약으로 다스려야겠다고 결심했다. 마음을 굳게 먹은 뒤 소연이나 동생들이 감기에 걸릴 때 한방과립제, 감기 탕약을 증상에 따라 먹이니 비교적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

큰딸 소연이는 감기에 걸리면 항상 열이 나면서 토하고 배가 아팠다. 입맛이 떨어져서인지 밥도 잘 먹지 않았다. 아이들은 감기에 걸리면 체질에 따라 평소 약한 부분에서 증상이 나타난다. 이 때 한약을 먹으면 감기를 잘 이겨낼 수 있게 체력을 길러주거나 평소 약한 기능을 강하게 해서 감기를 잘 이기게 도와준다. 또 일반 약처럼 꼭 밥을 먹고 나서 먹어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소연이처럼 밥을 잘 못 먹는 아이도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소연이처럼 소화기가 약한 아이는 감기에 걸렸을 때 대개 소시호탕이나 시호계지탕, 평위산 등 소화기를 편하게 해주는 한약이 좋다. 소연이는 그걸 먹이고 아픈 다음날이면 괜찮아질 때가 많았다. 한약 감기 치료는 질병을 앓는 과정을 짧게 만들어주는 힘이 아주 강하기 때문이다.

◇병원 갔다가 약국 가는 게 이상하지?

소연이와 동생들이 아플 때면 내가 늘 직접 지어주는 한약 때문에 웃긴 일도 있었다. 어느 날 소연이의 학교 시험 문제 중 하나가 병원에서 진료 후 처방을 받고 나면 그 다음에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였다. 답은 누구나 아는 약국. 소연이 친구들은 모두 답을 맞췄는데 소연이는 정답을 맞추지 못했다. 소연이 입장에서는 병원 갔다가 약국에 갈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도저히 알 수 없는 문제였다. 아마 나중에 소연이가 크고 나면 이런 것도 즐겁고 재미있는 추억으로 장식될 테지만 말이다.

소연이의 장래희망은 한의사라고 한다. 훗날 소연이가 어엿한 어른이 되었을 때 존경 받는 한의사,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생각해 진료하는 한의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소연아, 아빠가 더 노력하며 본이 될 수 있게 노력할게. 사랑한다.”

<글을 쓴 최우진 원장은 구미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으로 소연(10세), 준태(9세), 태희(7세) 세 아이의 아빠다. 한의원에 오는 아이 모두가 내 아이 같다는 생각으로 진료에 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