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 상사가 사오정 직원 만든다

입력 2011-02-09 11:09

[쿠키 건강] #IT회사에 근무 중인 박 대리는 요즘 사소한 실수에도 곧잘 언성을 높이는 직장상사 김 부장의 호출이 두렵기만 하다. 부장실에 한 번 호출돼서 10여분 가량의 각종 꾸지람과 잔소리를 듣고 나면 귀가 멍멍할 정도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청력에 이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아 간 박 대리에게 내려진 병명은 ‘돌발성 난청’.

박 대리처럼 최근 청력에 이상이 생겨 의료기관을 찾는 사오정 사무직 근로자들이 심심치 않게 목격되고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돌발성 난청’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돌발성 난청은 발생 당시 직접적인 원인 없이 갑자기 소리가 들리지 않고 귀 울림이 일어나는 증상으로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무직 노동자들에게서 특히 많이 발생한다. 의료전문가들은 인체에 과도한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혈류의 흐름에 장애가 생겨 달팽이관의 청각세포가 손상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더구나 이 질환은 발병 즉시 2주 내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치료율이 30% 미만으로 떨어지고 3개월이 지나면 치료자체가 거의 어려워 의료인들도 난색을 표하곤 한다.

환경소음기준 상 80dB 이상의 소음에 30분 이상 장기적으로 노출될 경우 수면장애, 스트레스, 소화불량 등의 신체 이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지난 2010년 미국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 11월 호에 따르면 직장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호통을 칠 때 측정되는 순간최고소음수치는 80dB 이상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유감스러운 점은 일부 고함치는 상사들도 난청환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들 역시 본인이 본인의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화난 사람처럼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데, 결국 난청 상사가 난청 부하를 만드는 셈이다.

난청이 되는 원인은 다양하다. 박 대리처럼 가중되는 스트레스로 돌발성 난청을 겪거나 이어폰을 통해 습관적으로 음악을 크게 듣고 나이가 들면서 고막이 두꺼워지거나 확실하지는 않지만 음식이나 담배 그리고 유전적 요인도 상관이 있다.

이같은 난청의 원인요소들이 제거되면 오죽 좋겠지만 실제 현대인이 일상생활에서 난청을 일으키는 원인을 제거하기란 쉽지 않은 노릇. 보다 실질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면역력을 높여주는 치료가 우선이다.

이명·난청 전문 마포 소리청한의원 변재석 원장은 “돌발성 난청의 경우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서양의학적인 치료방식은 청각기능의 재생과 치료에만 초점이 맞춰져있기 때문에 상태가 호전되더라도 금방 재발하곤 한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신장을 비롯한 오장육부를 건강하게하고 스트레스를 비롯한 각종 외부 자극에도 견딜 수 있는 우리 몸이 가진 자연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한의학에서는 신장(콩팥)을 청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장기로 보고 이곳의 기능이 허해지면 소리를 듣는데 이상이 생긴다고 봤다. 적외선체열진단기, 맥진기, 스트레스 진단기 등 난청 치료에 대한 한의학의 진단과 치료방식은 이러한 점에서 착안됐다.

장부는 건강하지만 과도한 스트레스가 문제가 된 환자에게는 색과 빛을 통해 주파수를 조정해 정신적 안정은 물론 신체건강을 회복시키는 ‘레인보우시술’을, 청각기능손상이 심한 환자에게는 유황·사향·웅담 등을 추출한 ‘약침’을, 장부가 약한 환자에게는 일반적인 침 치료와 한약 처방을 병행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