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기온으로 인한 근육과 관절 경직이 원인
[쿠키 건강] 겨울철 설경을 감상하느라 산이나 둘레길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연예인들이 눈 덮인 설악산을 종주하는 내용을 다뤄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얼어붙고 고르지 않은 길을 장시간 걷게 되면 다리가 쥐가 나거나 균형을 잃으면서 발목을 삐는 사고를 당할 수 있다. 특히 발목 삠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자주 삐면 수술까지 필요할 수 있어 안전사고에 대한 주의가 당부된다.
#직장인 강모(42)씨는 인터넷 동호회 회원들과 지난해 겨울 산을 찾았다가 발목을 다쳤다. 얼어붙은 땅을 잘못 디뎌 발이 삐끗한 후 ‘곧 낫겠지’ 싶어 방치했다. 그 뒤에도 강씨는 복사뼈 근처의 통증이 계속돼도 산을 찾았고 이상하게 발을 삐는 일이 잦아졌다. 불안한 마음에 정형외과를 찾은 강씨에게 의사는 족관절 불안정성이 동반돼 관절내시경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발목인대손상을 치료하지 않고 계속 방치한 것이 문제였다.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매주 북한산이나 설악산, 지리산둘레길 같은 곳에는 겨울철 설경을 감상하고 건강을 챙기려는 사람들로 여전히 북적댄다. 하지만 산이나 둘레길은 낮은 기온 탓에 눈이나 비가 온 후에 길이 얼어붙고 잘 녹지 않아 미끄러짐이나 넘어짐으로 인한 부상 위험이 높다.
겨울철 산행에서 많이 발생하는 부상 중 하나는 발목을 삐끗하는 발목인대손상이다. 주위 경관을 둘러보며 산을 오르다 보면 바위나 작은 돌부리에 주의를 기울이기 어려워 발을 헛디디기 쉽다. 더구나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는 우리 몸의 근육과 관절이 굳어 평소보다 더 큰 부상을 당할 수 있다. 이때 잘못 미끄러져 넘어져 발목인대손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관절전문 세정병원이 지난해 발목수술을 받은 환자 100명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관절염과 같은 관절질환으로 수술을 받는 환자가 34%인 반면, 생활 중 넘어지거나 접질림, 운동(등산, 축구, 농구, 야구, 씨름, 보드) 중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가 66%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재현 세정병원 원장은 “흔히 접질렸다고 말하는 발목인대손상은 인대 혹은 전체가 찢어진 상태”라며 “발목인대손상은 통증 자체가 심하지 않고 휴식하면 회복되는 예도 많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발목인대손상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족관절 불안정성이나 퇴행성관절염으로 연결돼 더 큰 고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행 중 넘어지거나 미끄러진 후 발목통증과 붓기가 있다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즉시 산을 내려온 후 정형외과를 찾아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산행 중 발목통증과 붓기… 발목인대손상 의심하고 정형외과 찾아야
발목인대손상은 산이나 둘레길에서 발생할 수 있고 일상생활에서는 울퉁불퉁한 땅을 걷다가 발을 잘못 디뎌 주로 나타난다. 과체중이거나 비만이어서 발목관절에 무리를 줄 경우, 발목의 운동범위를 벗어나는 행위를 할 경우에도 초래될 수 있다.
발목인대손상이 발생하면 발목통증 때문에 걷기가 힘들고 발목이 붓거나 출혈과 멍이 나타난다. 발가락을 들어 올렸을 때 통증이 심한 증상도 동반된다.
발목인대손상이 의심된다면 먼저 부상을 입은 발목주위를 냉찜질 등으로 차갑게 유지해 붓기를 가라앉혀야 한다. 이어 수건과 단단한 부목으로 발목을 움직이지 않게 고정한 후 정형외과를 찾아야 한다.
발목인대손상은 비교적 초기라면 정형외과에서 진통소염제 등의 약물요법과 얼음찜질, 압박붕대, 발목보조기 등의 물리요법을 쓴다.
고 원장은 “발목인대손상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족관절 불안정성이나 퇴행성관절염으로 이어졌다면 수술이 불가피하다”며 “수술은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발목인대를 재건하거나 퇴행된 부분만을 선별적으로 다듬어 새로운 연골 생성을 돕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관절내시경은 인대나 연골손상, 뼈의 마모 여부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구로 피부에 1cm 내외의 구멍을 내어 진료가 이뤄져 출혈이나 흉터, 후유증 위험이 적다. 수술시간이 1시간 정도로 타 수술에 비해 짧고 대부분 부분마취로 진행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관절내시경은 안전화된 의료기구지만 수술은 사람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노련한 의사가 치료를 좌우한다.
무엇보다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산이나 둘레길을 오르기 전에 긴장된 근육과 관절을 풀어주면 발목인대손상 같은 부상을 예방하는데 바람직하다. 특히 발목이나 무릎 등 많이 사용하는 부위를 집중적으로 스트레칭 하도록 한다.
산행 중 부상을 당했을 때 남은 코스를 무리하게 오르면 더 큰 부상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다쳤다면 가급적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부상 부위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산하는 것이 좋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겨울 산·둘레길 나들이에 발목염좌가 많은 이유?
입력 2011-02-08 1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