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강국 코리아/일양약품 ‘놀텍’] ②1149번째 독성 실험끝에 손에 넣게된 ‘일라프라졸’

입력 2011-02-07 09:20

스위스의 다국적제약사인 로슈가 지난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로 벌어들인 매출은 약 2조2000억원이다. 또 전세계 1위 의약품인 화이자 리피토(고지혈증치료제)의 지난 2009년 매출은 약 15조3000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하나의 신약이 성공하게 되면 소형 자동차 300만대의 수출효과와 같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정부도 이러한 신약의 부가가치를 인정해 신약 개발을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다각도의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제약산업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신약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10여년에 불과하다. 1999년 SK제약의 선플라주(항암제)를 시작으로 최근 식약청의 허가를 받은 보령제약의 카나브(고혈압치료제)까지 국산 신약은 15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국산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지금까지 국내 산업을 이끌어 온 여타 산업 분야와 비교해 절대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큰 기대감을 갖고 있는 분야가 바로 여기다.

그동안의 국산 신약의 개발과 성과를 짚어보고 앞으로의 국산 신약 개발과 관련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명해 봤다.-편집자 주-

①돈 버는 국산신약 1호
②1149번째 독성 실험끝에 손에 넣게된 ‘일라프라졸’
③“전 세계 28조 항궤양제 시장에 도전한다”

[쿠키 건강] 세계가 인정한 우리 신약 ‘놀텍’

소화위장약의 효시인 노루모에서 놀텍으로 이어진 계보는 국민의 편안한 속을 책임지겠다는 일양약품의 약속이었으며, 나아가 다국적기업의 주도로 움직이는 세계 의약품시장에서 대한민국의 의약주권을 지킬 수 있는 우리 기술력으로 개발한 국산신약이다.

20여년의 시간동안 놀텍의 개발과 성공이 있기까지 묵묵히 연구에만 정진한 김동연 대표이사 사장(당시 중앙연구소장)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연구를 시작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걸 늘 믿고 그대로 진행했기 때문’에 국산 14호 신약이 나온 것”이라 말한다.

놀텍을 개발한 것은 서울88올림픽이 열리기 전인 1987년. 중앙연구소 연구팀은 항궤양제로 H2 수용체를 연구하다 독성이 발견돼 포기하고 프로톤펌프 저해제(PPI)로 연구방향을 틀었다.PPI제제가 항궤양 시장의 주류를 형성해 갈 것임을 확신했고, 국산신약이 전무한 상태에서 PPI제제 신약개발은 국내 제약사에 혁신적인 일이라 생각한 것이 궤도수정에 많은 역할을 했다.

신약 합성을 계속해 나가던 중 1149번째 합성물질에서 영감을 느껴 이름을 IY81149(일라프라졸)로 정했고, IY는 일양약품을, 8은 88올림픽을, 1149는 신물질을 합성한 순서를 의미한다.

위궤양 치료제의 세계 시장규모는 신장을 계속하고 있으며, 산 분비의 최종단계에 작용하는 프로톤펌프 저해제(proton pump inhibitor)의 사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proton pump inhibitor가 개발된 이후로는 기존의 제산제나 잔탁 같은 H2-수용체길항제의 사용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고, 최근에는 중국에서조차 기존의 천연물 위궤양 치료제에서 복용하기 간편한 PPI 약물치료제로 바뀌고 있는 실정으로 PPI제제의 선택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이다.

세계 최초의 PPI 개발사인 스웨덴의 아스트라제네카사가 오메프라졸을 개발해 지금은 세계굴지의 제약회사로 성장했으며, 일본의 다케다에서 개발한 란소프라졸이 세계 시장에 판매되고 있고, 독일의 Byk-Gulden사가 개발한 판토프라졸이 시판 중에 있다.

놀텍 탄생까지 폐기처분된 후보물질만 1148개…9년 시간과 1만5300마리 생명 투입

신약 개발은 중소제약사엔 버거운 일이었다. 새로 발견한 후보물질을 동물(실험용 쥐, 원숭이, 개)에 주입시키면 약독(藥毒) 탓에 여지없이 죽었다.

이 같은 독성실험 단계에서 폐기처분된 후보물질만 무려 1148개, 결국 1996년 1149번째 시도만에 독성실험을 통과한 후보물질인 일라프라졸을 손에 넣게 됐다. 9년이란 시간과 1만5300마리의 생명을 투입한 성과였다. 동물들의 혼령을 기리기 위해 위령제를 지내는데 이맘때면 깊은 밤 홀로 연구소에서 실험을 하노라면 왠지 묘한 기분이 스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와 더불어 일라프라졸의 생산화를 위해 온갖 고난과 기쁨을 겪으며, 최적의 조건과 기술화를 이뤄냈고 국내생산 뿐만 아니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중국 립죤사의 기후 환경에 맞는 생산 최적화에도 힘을 기울여야 했다.

당시 기술이전을 위해 수개월 동안 중국에 머물며 그곳의 환경에 맞는 조건을 구축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온도와 습도가 꽤나 높아 열악한 기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술이전에 대한 업무적인 어려움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초기에는 음식과 문화생활 적응에도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한편, 일라프라졸 생산을 위해 여러 날을 밤샘하며 반응기를 지켜보고 각 공정마다 이상이 없는지를 재차 확인, 기록하며 반응조건에 문제점은 없는지 합성이 완료 될 때 까지 항상 마음 놓을 수 없었다.

수년간 연구하고 공정을 개선하며 쌓아온 기술과 방법들을 한 순간의 실수와 방심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이 무엇인지를 되짚어 가야하는 난관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때론 새벽에 집으로 향하는 시간도 많았고, 지친 몸에 설상가상으로 그 새벽에 차에 고장이 생겨 견인차를 불러 집에 간적도 있다고 한다.

일양약품 관계자들은 이 모든 고생 끝에 국내 신약 14호라는 칭호를 얻었지만, 여기서 멈출 수 없는 희망찬 의지로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오늘도 매진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