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건강에 입춘대길 붙여볼까

입력 2011-01-31 09:12

글·김정열 강남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쿠키 건강칼럼] 아직 한겨울의 날씨지만 절기로 보면 곧 입춘(2월4일)이 다가온다. 입춘은 ‘봄에 들어선다’는 뜻인데 옛 사람들은 한 해의 시작을 입춘으로 시작하며 농사지을 준비를 했다. 봄은 겨울 동안 음기 속에 저장된 양의 기운이 본격적으로 돋아나는 계절이기도 하다. 옛 사람들은 양기를 상서롭게 생각해 봄날 양기가 들어오기를 바라며 한 해를 계획했다.

흔히 입춘이라고 하면 입춘대길이라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이것은 충남 논산 지역에서 입춘에 대문이나 기둥에 한 해의 행운과 건강을 기원하면서 글귀를 붙이는 세시풍속이다. 복을 기원하는 옛 문화지만 그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실천 방안들이 있어야 한다. 특히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입춘을 맞이해 1년 건강을 준비하며 빠진 건 없는지 점검해야 할 때다.

한의학에서는 건강을 돌볼 때 자연의 이치에 따라 순응하는 것을 가장 큰 가르침으로 하고 있다. 그에 따르자면 겨울은 양기를 비축해야 하는 계절이고 겨울 속에 있는 입춘은 양기의 힘을 서서히 끌어내야 할 때다. 봄은 씨를 뿌리고 생명을 틔워내는 시기다. 아이들도 움츠러들었던 몸에 기지개를 펴고 심신이 클 준비를 해야 한다. 이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일교차가 크고 삼한사온 등의 환경변화가 잦은 봄철에 자주 아프거나 골골댈 수 있다.

저장의 계절인 겨울에는 많이 먹어서 에너지를 비축해두는 것이 좋다. 한의학 경전인 ‘황제내경’은 겨울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며 뜻을 숨기고 비밀이 있는 것처럼 하라는 양생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평소보다 음식 섭취량이 높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 서서히 적정한 양의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습관을 들일 때다. 그러면서도 몸의 근원이 되는 정기(精氣)를 기르기 위해서는 맵고 자극적인 열성음식보다 소화시키기 쉬운 담백한 음식 위주로 식탁을 차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옛날 궁중에서도 다섯 가지 나물로 만든 ‘오신반’을 임금 수라상에 올렸다고 한다. 오신반은 겨자와 함께 무치는 생채요리로 추운 계절을 지내면서 결핍됐던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겨자의 매운 맛은 양기를 쓸모 있게 풀어내는 역할을 한다. 민간에서도 눈 아래 돋아난 햇나물을 뜯어다가 무쳐서 입춘절식으로 먹었다고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는 직접 산에 가서 나물을 뜯을 필요가 없으니 아이 손잡고 시장에 가 보자.

조금만 있으면 봄의 향기를 흠뻑 머금은 쑥갓, 고비, 봄동, 달래, 냉이, 고들빼기 등의 나물이 지천으로 깔릴 것이다. 원하는 만큼 양껏 사다가 들기름, 마늘, 파 넣고 조물조물 무쳐내면 온 가족이 행복에 빠질 것이다. 씁쓰름하면서도 맵고 신맛이 있는 봄철 채소는 그저 먹기만 좋은 게 아니다. 매운 맛은 축적된 양기를 풀어내는 역할을 하고 신맛은 양기가 과도하게 풀리지 않게 수렴시켜주며 쓴맛은 양기가 한꺼번에 나오지 않게 조절해준다. 영양도 듬뿍, 건조한 우리 몸에 수분의 기운을 선사하는 효과도 있다. 이것이 속열을 내리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쉬운 방법이다.

움직임도 더 늘려야 하겠다. 아무래도 추운 날씨에는 활동량이 줄고 실내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속열이 쌓이기 쉽다. 규칙적인 운동은 몸에서 생긴 열을 땀으로 빼내기 때문에 속열을 내리게 한다. 요즘 감기나 비염, 아토피 등을 비롯한 질환들이 추위보다는 속열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열을 내리고 봄을 맞이하는 것이 제일 큰 건강 예방법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