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트레스 잡아야 만성골반통 잡는다”

입력 2011-01-31 06:29

강동경희대병원 허주엽 원장

[쿠키 건강] ‘만성골반통’은 흔히 요통과 혼동하기 쉽다. 하지만 만성골반통은 신체적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데다 행동 또는 정서적인 변화를 유발할 정도의 통증이 6개월 이상 지속된다.

여전히 미개척 분야인 만성골반통은 강동경희대병원 허주엽(61) 원장이 15년째 파고들고 있는 주제다. 그는 이 병증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각 환자의 상태를 최대한 자세히 듣는다. 그러다보니 환자 1명당 진료시간이 1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당연하게도 허 원장이 하루에 진료할 수 있는 환자의 수는 10명 내외에 불과하다. 환자 입장에서는 좋겠지만 어쨌든 수익을 내야하는 병원 입장에서는 이 같은 허 원장의 진료 스타일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허 원장이 환자 개개인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만성골반통이 스트레스와 직접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의사가 환자가 겪고 있는 스트레스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허 원장의 환자 1명당 진료 시간은 예상을 할 수가 없다.

-만성골반통의 원인은 무엇인가.

“만성골반통의 가장 흔한 원인은 자궁내막증이다. 만성골반통의 40~80%는 자궁내막증과 연관된 자궁 선근종, 골반 울혈, 골반 유착증에 의해 발생한다. 두 번째는 특별한 병리현상 없이 발생하는 통증이다. 이밖에 골반울혈증후군에 의해 발생한다. 혈관기형, 정맥의 역류, 호르몬 대사 장애, 불임을 할 목적으로 나팔관을 전기로 소작한 경우, 스트레스 등에 의해 정맥이 2~3배 늘어나는 골반울혈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골반통 환자들은 어떤 증상을 호소하나.

“배꼽 살짝 아랫배에서부터 엉덩이 부위의 통증을 호소한다. 이 부위의 통증이 직장생활이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면 병원을 방문에 치료를 받게 된다. 골반통은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통증이 심해지고 기분이 좋은 날은 통증이 없는 등 통증이 간헐적인 경우가 많다. 또 골반통 환자들은 우울증이나 불안증 같은 정신장애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진단까지 오래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성골반통은 아직까지 뚜렷한 진단이나 치료지침이 없어 간질성 방광염 등 다른 질환으로 잘못 판단하고 항생제를 복용하눈 경우가 있다. 자궁적출술까지 받아봤지만 별다른 증세의 호전을 보이지 못해 오랜 기간 고생을 하다가 오는 환자들도 있다. 이들은 오랜 치료기간 동안 쌓인 스트레스 등으로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부부갈등과 이혼, 자포자기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환자들과의 면담 시간이 긴 것으로 유명하다.

“만성골반통 환자에게 스트레스 관리는 필수적이다. 산부인과 질환 등 뚜렷한 병리적인 문제가 있어 발병한 골반통도 근본원인은 스트레스에서 기인한다.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내막증이 생긴다. 또 스트레스로 자율신경기능이 깨지면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는 자궁근육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질환으로 이어진다. 치료 방법은 환자의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면담 시간을 갖고 이를 통해 환자의 스트레스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이후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삶에 대한 안목과 태도를 바꾸도록 ‘잔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아 환자는 병이 낫지 않는다.”

-골반통과 스트레스는 밀접한 관계가 있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의 자율신경기능이 깨지기 마련이다. 갑자기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리가 차가워지고 소화가 잘 안 되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자궁 또한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는다.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자궁내막증 등의 질환이 생기고 골반통으로 이어진다. 실제 골반통 환자의 60% 정도가 대표적인 스트레스성 질환인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등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에서 골반통이 많이 발생한다. 이를 통해 골반통이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