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석 교수의 재미있는 비뇨기과 상식] 술, 담배, 커피 그리고 남성건강

입력 2011-01-21 11:55

글·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쿠키 건강칼럼 ] “술이나 담배는 끊어야 하지요?”

진료 시 남자환자의 ‘부인’들이 은밀한(?) 표정으로 많이 묻는 질문 중 하나다. 아니 질문이라기보다는 그렇게 얘기해 달라는 은근한 압력이다.

여기서 한 가지 비밀을 얘기하자면 가끔 보호자가 미리 들어와 ‘술이나 담배를 끊으라’는 얘기를 해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한다고 의사들의 금주·금연권고를 부탁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 짓고 부인을 의심하지는 말자. 그런 환자들은 보호자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술과 담배를 끊어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꼭 치료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새해가 되면 의례적으로 ‘금주’ ‘금연’을 결심하는 사람이 많다.(정말로 끊어야 생각한다면 굳이 새해에 시작할 필요 없이 당장 끊으면 된다. 새해부터라고 생각한다면... 그 결심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이런 분들 대다수는 금연과 금주의 목적이 일반적인 건강이나 장수, 위암이나 폐암 예방 등이겠지만 알고 보면 남성건강을 위해서도 금연과 금주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술과 연관해 섹스에 관한 얘기를 많이 하게 되는데 약간의 알코올이 혈액순환을 좋게 해 성욕을 자극하고 성감을 높여주는 것은 사실이다. 은은한 조명 아래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하는 포도주 한잔은 로맨틱하기 그지없지만 한두 잔을 넘어 폭음하게 되면 이제 얘기는 달라진다.

남자가 과음하면 알코올이 뇌를 포함한 신경계를 마비시켜 성욕이 사라지고 발기를 어렵게 만드는데 설사 억지로 발기가 된다하더라도 사정까지 가기가 힘들어 정상적인 섹스가 불가능해진다.

어쩌다가가 아니라 매일 과음해 간장이 손상되면 피 속에 남성호르몬의 분해생성물인 에스트로겐이 증가하고 고환에서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생산이 줄어들어 성욕이 저하되고 발기부전도 나타난다.

그러면 약간의 알코올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 것일까? 30g 이하의 알코올 섭취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소주 3잔 정도다. 하지만 적당량을 마신다고 해도 매일 마시는 경우에는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성기능장애가 나타날 확률이 3배 이상 증가된다고 한다.

갱년기 이전인 40대 남성에서 발기부전의 가장 큰 직접원인은 흡연이다. 담배가 인체에 미치는 가장 심각한 영향은 혈관을 망가뜨리는 것인데 흡연하면 발기에 작용하는 음경의 혈관과 해면체가 망가져 발기부전이 되는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담뱃갑에 다양한 흡연경고를 써놓고 있는데 몇 년 전부터 러시아에서는 ‘흡연은 발기부전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사용해 큰 효과를 거뒀다고 한다. 담배는 술과 달리 하루 적당량이 없다. 무조건 피지 않아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소모되는 기호식품이 커피라고 한다. 커피 한잔에는 100mg 정도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는데 적당량의 카페인은 피로회복과 각성작용을 하지만 지나치면 불안감과 흥분을 일으키고 심장질환의 위험도를 높이게 된다.

카페인은 발기유발물질인 아데노신의 활동을 억제시켜 음경해면체의 강도를 감소시키고 발기력을 떨어뜨린다. 커피를 좋아한다면 하루에 2~3잔 정도가 적당한데 발기력이 감소된 경우 특히 삼가야 한다.

술과 담배는 성기능장애뿐 아니라 고환에서의 정자 생성을 감소시키고 정자의 운동성을 떨어뜨려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흡연은 방광암과 신장암의 위험요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또 술, 담배, 커피는 중년 이후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한 배뇨장애를 일으키는 위험요인으로 증상을 악화시킨다.

중년부부에서 부인의 생활을 가장 불편하게 하는 남성질환은 배뇨장애이고 남자들 자신이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남성질환은 성기능장애라고 한다. 40대 남성이라면 이 두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새해에는 꼭 금주와 금연에 성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