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강국 코리아/유한양행 ‘레바넥스’] ②위장병약 개발 연구원이 위장병에 걸린 사연

입력 2011-01-21 09:41

스위스의 다국적제약사인 로슈가 지난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로 벌어들인 매출은 약 2조2000억원이다. 또 전세계 1위 의약품인 화이자 리피토(고지혈증치료제)의 지난 2009년 매출은 약 15조3000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하나의 신약이 성공하게 되면 소형 자동차 300만대의 수출효과와 같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정부도 이러한 신약의 부가가치를 인정해 신약 개발을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다각도의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제약산업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신약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10여년에 불과하다. 1999년 SK제약의 선플라주(항암제)를 시작으로 최근 식약청의 허가를 받은 보령제약의 카나브(고혈압치료제)까지 국산 신약은 15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국산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지금까지 국내 산업을 이끌어 온 여타 산업 분야와 비교해 절대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큰 기대감을 갖고 있는 분야가 바로 여기다.

그동안의 국산 신약의 개발과 성과를 짚어보고 앞으로의 국산 신약 개발과 관련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명해 봤다.-편집자 주-

①세계 최초 단기 치료 가능한 ‘위산억제제’
②위장병약 개발 연구원이 위장병에 걸린 사연
③“레바넥스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신약 개발에 도전”

[쿠키 건강] 유한양행이 위궤양치료제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 라니티딘 계열과 새로운 작용기전(프로톤펌프억제제: PPI)으로 블록버스터 반열에 오른 오메프라졸이 시장에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직 국내 신약 기반기술이 초보단계의 상황에서 유한양행의 연구는 매우 어렵고 무리하기만 한 도전이었다.

따라서 연구원들은 전혀 새로운 기전의 신약을 개발하는데 있어 모방 상대가 없으니 자연스레 스스로 모든 시험과정을 확립해 나가야 하는 큰 어려움이 있었다.

레바넥스 개발 이전에 연구되던 후보물질이 전임상 단계에서 기대한 만큼의 약물특성을 보이지 않고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발견돼 포기해야 하는 과정을 거치며 프로젝트 참여했던 연구원들은 좌절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런 과도한 스트레스가 하나의 원인이 돼, 아이러니 하게도 그 당시 위궤양치료제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연구원의 대부분이 심한 위장병에 걸려 많이 고생했다.

연구실 내에서는 한 때 우스갯소리로 연구도중 알게 모르게 위궤양 치료효과가 있는 화합물을 장기간 흡입하였을 테니 내성이 생겨 치료가 어려울 것이라는 기우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 같은 상황이 위궤양치료제 개발에 꼭 성공하고자 하는 오기로 작용했다고 연구진들은 말한다.

또한 어렵게 동물시험을 마치고 레바넥스가 임상에 진입하였을 때 기대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연구진은 큰 난관에 부딪혔다. 자칫 그 동안 진행했던 모든 것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동료들에 대한 믿음과 회사 최고경영자의 연구진에 전폭적인 신뢰와 지원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이렇게 신약개발은 각 분야의 전문가와 모두의 합심이 오케스트라처럼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레바넥스의 개발은 큰 의미를 갖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