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규봉] 식약청의 어정쩡한 게보린 통보

입력 2011-01-13 17:55

[쿠키 건강] 구토·어지러움 등 각종 부작용으로 논란이 된 게보린의 ‘이소프로필 안티피린’(IPA) 제제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이 제약사에 직접 1년 내 안전성 입증을 하라고 통보했다. 내년 이맘 때 게보린 퇴출을 최종 결정하겠다는 얘기다.

기간이야 어찌됐든 이번 결정으로 식약청으로서는 지난 2010년 국정감사 당시 이낙연 의원(민주당·보건복지위)으로부터 지적받은 사항에 대해 재검토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셈이 됐다.

하지만 재검토를 식약청에서 하지 않고 다시 업체에 떠넘기기 하는 식이어서 게보린을 복용하는 소비자들의 혼란을 더욱 부추기는 꼴이 됐다.

안전성 논란이 있는 게보린을 복용해도 되는지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한 소비자는 답답하기만 하다. 1년 후 그제야 안전성 문제로 퇴출 결론이 난다면 그동안 게보린을 복용한 소비자들의 피해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또 제약사인 삼진제약에서 게보린 안전성을 입증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 퇴출된 성분을 우리나라에서는 복용해도 된다는 게 납득할 수 있는 얘긴가.

식약청의 어정쩡한 통보 때문에 상황은 더 꼬이고 말았다. 국정감사장에서 게보린 ‘재검토’ 답변을 한 노연홍 식약청장의 면피용 약속 지키기가 결국 또 다른 문제를 낳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식약청이 삼진제약에 강하게 나갔다”는 평가도 있다. 달리 말하면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았지만 식약청도 게보린을 어쩌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의 결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기에도 석연치 않는 요소가 있다. 이미 삼진제약 측에서는 “IPA 성분을 빼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식약청에서 굳이 IPA성분 재검토를 급하게 통보할 이유가 있었을까. 삼진제약은 대외적으론 IPA성분을 빼는 것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지만 내부에선 게보린의 안전성을 입증할 만한 자료를 식약청에 꾸준히 제시했다.

국정감사에서 발언한 ‘재검토’ 답변에 대해 면피는 해야겠고 업체 측에서는 꾸준히 안전성 자료를 제시하는 상황에서 식약청의 어정쩡한 이번 발표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문제는 1년 후다. 내년 이맘 때 식약청이 또 어떤 그럴듯한 대응책을 만들어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c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