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의 통증과 저림 잘못 다스리면 고질병 돼

입력 2011-01-12 08:28
[쿠키 건강] 한겨울 골프장은 얼어 있기 때문에 스윙할 때 자칫하면 손목 부상을 당하기 쉽다. 임팩트의 충격을 처음 흡수하는 부위가 손목이므로 언 땅처럼 딱딱한 부분을 잘못 칠 경우 부상 위험이 높아진다.

‘천만달러 소녀’ 미셀 위가 LPGA 투어 대회에서 아스팔트 도로에 떨어진 공을 쳐내다 오른쪽 손목을 다쳐 한동안 부진을 면치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손목은 골퍼들이 가장 많이 다치는 부위로 알려져 있다.

손목 질환은 골퍼뿐만 아니라 피아니스트나 미용사, 주부 등 손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난다. 최근에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을 많이 사용하는 직장인이나 젊은층의 발병이 늘고 있다. 손목과 손바닥, 손가락에 통증과 저림 증상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손목터널증후군과 드꾀르뱅병, 주관증후군을 들 수 있다.

◇손목터널증후군– 주부와 컴퓨터 과다 사용자에게 많이 발생

손이나 팔을 반복적으로 과다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손목터널증후군은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주부들이 주로 걸리는 질환이었으나 최근에는 하루 종일 컴퓨터로 작업이나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하고 있다.

손목 터널(수근관)이란 손목 앞쪽의 피부조직 밑에 뼈와 인대로 둘러싸인 통로로서 이를 통해 힘줄 9개와 정중신경(median nerve)이 지나간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이 통로가 좁아지거나 내부 압력이 증가해 정중신경이 손상되면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주요 증상은 통증과 저림으로, 손목과 정중신경이 지배하는 엄지, 검지, 중지, 약지의 안쪽 절반과 그 부위 손바닥에 나타난다. 상태가 악화되면 엄지 근육이 위축되고 손의 힘이 약해지면서 손목을 잘 쓰지 못하는 운동마비 증세가 발생하기도 한다.

치료 원칙은 정중신경을 압박하는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지만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발병 원인이 분명하지 않고 초기라면 손목의 무리한 사용 금지, 손목에 부목 고정, 소염제 등을 이용한 약물치료, 손목 터널 내에 스테로이드 주사 등의 비수술 요법이 적용된다.

희명병원 관절센터 김정민 진료부장은 “3~6개월간 비수술 치료를 해도 효과가 없으면 인대를 잘라주어 손목 터널을 넓혀주는 수술을 한다”며,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은 시술시간이 5분 이내로 비교적 간단하고 결과도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팔에서 발생하는 신경질환 중 가장 흔한 것으로, 평생 이 병에 걸릴 확률은 5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뚜렷한 예방수칙은 없으나 컴퓨터 사용이나 손목을 많이 쓰는 운동처럼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무리한 손목 동작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작업 도중 휴식을 갖거나 손과 팔의 스트레칭을 자주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이런 증상이 발생했다면 조기에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악화를 방지하는 길이다.

◇드꾀르뱅병- 아기 돌보는 여성에게 흔해

손목 터널로 엄지를 움직이는 두 개의 힘줄도 지나는데, 여기에 염증이 생긴 것이 드꾀르뱅병(De Quervain''s disease)이다. 주요 증상은 엄지 쪽 손목에 통증과 부기가 생기고, 엄지를 구부린 상태에서 손목을 새끼손가락 방향으로 꺾으면 통증이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아기를 돌보기 위해 손과 손목을 많이 사용하는 임산부나 손자를 돌봐주는 중년 이상 여성들에게 흔히 나타난다. 손목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약 5%가 이 병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인은 엄지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해서 발생하지만, 손목 터널이 좁거나 두 개로 나눠져 있을 경우 발생률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돼 있다. 임신중 호르몬의 변화도 한 원인으로 여겨진다.

치료는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는 환자라면 부목을 고정시켜 엄지 사용을 줄이도록 하거나 약물치료를 한다. 증상이 심하면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고, 그래도 반복해서 증상이 나타나면 수술로 손목 터널을 넓혀주는 방법을 쓴다

이 질환을 예방하려면 아기를 안거나 물건을 잡을 때 갑자기 힘을 주는 것을 피하고, 따뜻한 물로 자주 손을 씻어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손목을 구부린 상태로 오래 작업하지 않도록 한다. 또 틈틈이 휴식을 취하거나 스트레칭으로 손목과 손가락의 근육을 풀어준다.

◇주관증후군– 팔꿈치 이상으로 나타나는 손가락 질환

손바닥과 손가락에 이상증세가 나타나는 또 하나의 질환이 주관증후군이다. 위팔의 안쪽에서 팔꿈치뼈 뒤쪽을 거쳐 아래 팔의 새끼손가락 쪽으로 연결되는 척골신경이 주관절(팔꿈치관절) 부위에서 눌려 생기는 질환으로, 손목터널증후군에 이어 팔에서 두 번째로 흔한 말초신경 압박증후군이다

주관증후군이 있으면 약지의 바깥쪽 절반과 새끼손가락, 그리고 그 부위 손바닥을 거쳐 팔꿈치까지 아프고 저리며, 감각이 떨어진다. 척골신경은 엄지를 손바닥 쪽으로 당겨주는 내재근의 운동기능도 맡고 있기 때문에 이 신경이 눌리면 손가락으로 물건을 잡는 힘도 약해진다. 손가락이 구부러져서 갈퀴 모양으로 변형되기도 하고 엄지와 검지 사이가 푹 꺼지기도 한다.

발병 원인은 팔꿈치의 반복적인 무리한 운동과 어릴 때의 팔꿈치 골절 등 다양하다. 팔베개하고 자는 습관이나 책상에서 팔꿈치 관절을 너무 굽히고 작업할 경우에도 잘 나타난다. 책상에 팔꿈치를 대거나 팔꿈치를 기대고 장거리 운전을 하는 습관으로 인해 장기간에 걸쳐 팔꿈치에 압박이 가해질 때에도 발병할 수 있다.

초기에는 약물치료나 팔꿈치에 부목을 대어 일시적으로 고정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런 치료를 해도 증상이 수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재발하면 체외충격파 치료를 할 수 있다. 증상이 심해지면 신경을 팔꿈치 관절의 앞쪽으로 옮겨주거나 신경을 압박하는 인대, 힘줄, 뼈 등을 절제하는 수술치료를 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손목과 팔꿈치 질환 역시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셀 위가 손목 부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치료를 등한히 했다가 긴 부진의 늪에 빠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조기 치료보다 더 중요한 것이 예방이다.

김정민 진료부장은 “병을 얻고 나서 치료하기보다는 평소 질병을 부르는 작업방식이나 자세를 개선하고 적절한 팔 운동과 스트레칭을 생활화하는 것이 손목과 팔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