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홍률 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서울대의대)
[쿠키 건강]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어도 역사는 바뀌었을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은 클레오파트라가 아름답지 않았다면 그녀를 둘러싼 로마 실력자들의 암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역사는 크게 바뀌었을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를 성형외과적으로 본다면 사람의 얼굴에서 코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진홍률 교수(서울대 의대)는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이비인후과 전문의로 특히 코성형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진 교수는 미국 의과대학의 이비인후과 교과서로 사용되는 ‘비서양인의 코성형술’이라는 챕터의 저자로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키스 후즈후에도 등재될 정도로 국제적 명성도 쌓고 있다.
진 교수가 코성형에 발을 디디게 된 것은 레지던트 시절 안면외상 환자들을 많이 접하면서부터였다. 대부분의 전공의들은 폭행이나 교통사고 등으로 얼굴을 다친 응급환자들 수술을 싫어했지만 그는 오히려 그쪽에 흥미를 느꼈다.
“안면외상환자들은 대부분 늦은 밤에 응급실에 실려 옵니다. 안면외상환자의 경우 많은 손이 가기 때문에 대부분의 레지던트들은 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지만 저는 그들의 손상된 얼굴을 원상회복시켜준다는 데 대해 보람을 느꼈습니다. 아예 더 많은 환자들을 돕기 위해 응급실에다 안면외상환자가 실려오면 곧바로 연락을 해달라고 말했죠.”
짧게는 한 두 시간에서 신경외과와 협진을 할 경우 12시간 이상 걸리기도 하는 안면외상환자 수술을 진 교수는 마다하기는커명 오히려 찾아가면서 수술을 했다. 그 결과 레지던트 4년 동안 수백명의 환자들을 수술할 수 있었고 이는 그에게 소중한 경험으로 쌓여갔다.
국내에서 충분한 실력을 쌓은 진 교수는 레지던트를 마치자마자 안면성형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던 미국 버지니아 의과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국내 이비인후과 의사로 미국에서 정식으로 안면성형재건 수련을 받은 사람은 진 교수가 처음이었다.
미국에서 돌아온 진 교수는 코성형을 비롯한 안면성형재건 분야에서 곧바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가 추구하는 코성형은 미용, 기능, 재건 3가지를 다 포함하는 성형으로 미용 측면에만 치우친 국내 코성형에 대해 우려의 눈빛으로 바라본다.
“코성형은 매력적인 수술이면서 가장 어려운 분야입니다. 의사들마다 수술하는 방법이 다르며 환자들 역시 코의 해부학적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의사 개인의 테크닉에 따라 수술결과가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조그만한 실수에 의해 수술결과가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죠. 수술이 잘못됐을 경우 환자는 숨을 못 쉬거나 냄새를 못 맡을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코성형수술이 난해하기 때문에 진 교수는 코성형에 있어서 이비인후과의 역할은 절대적이라고 본다. 코의 구조와 기능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후유증이 남지 않는, 제대로 된 수술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들은 코의 안과 밖의 구조와 생리에 대해서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부리코, 들창코, 코가 전체적으로 휜 경우 등 코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성형수술에는 이비인후과적 전문지식이 필수입니다.”
진 교수는 국내 코성형수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열풍부터 차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코성형수술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서 병원들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성형수술 병원들이 코성형수술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강아지가 꼬리를 흔드는 게 아니라 꼬리가 강아지를 흔드는 겪입니다. 코성형수술의 목적은 코가 눈에 띄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무슨 말인지 의아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이것은 성형수술 교과서에 나오는 말입니다. 사람 얼굴의 아름다움은 눈이 얼마나 아름답고 이목구비가 얼마나 조화로운가로 결정됩니다. 특히 얼굴의 아름다움은 70~80%가 눈의 아름다움에서 나옵니다. 때문에 코성형수술의 목적은 코가 얼굴과 조화되어 있지 않고 너무 튈 때 이를 얼굴과 조화롭게 바꾸는 방향으로 가는 것입니다. 어떤 연예인의 코가 높고 예쁘다고 부자연스럽게 코만 강조하는 성형수술을 하다가는 전체 얼굴의 조화를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그의 꿈은 아시아인의 코성형을 집대성하는 책을 쓰는 것이다. 코성형 관련 서적은 대부분 큰 코를 줄이는 서양인을 중심으로 쓰여져 있다. 하지만 동양인의 코성형은 작은 코를 키우는 것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진 교수는 동양인의 정확한 코성형을 위해 동양인을 위한 책을 쓰고자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
◇진홍률 교수 약력
세부전공: 코성형, 비중격 질환, 비염, 축농증, 각종 안면성형
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과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이비인후과 전문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미국 버지니아 의과대학 펠로우
미국 안면성형 및 재건학회, 이비인후과학회 회원
세계인명기관 ‘마르퀴즈 후즈후’ 등재
[우리시대의 명의(名醫)] “코성형은 미용·기능·재건 3박자 갖춰야”
입력 2011-01-13 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