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결혼 생활 25년차 주부인 K(52세)씨는 요즘 팔이 아파 손빨래는 물론 걸레도 못 짜는 실정이다. 처음엔 단지 무리해서 오는 가벼운 통증이라고 여겼는데 통증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주부들은 손이나 팔을 주무르면서 ‘팔이 아프다’,‘손이 저리다’ 라는 말을 흔히 한다.
손뿐만 아니라 어깨부터 팔 전체가 아프다며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때로는 손이 저리다는 이유만으로 혈액순환의 문제로 판단하고 혈액 순환제를 장기간 복용했는데도 호전이 없다는 하소연을 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 그러나 팔이 아프거나 손이 저린 증상은 무리한 운동이나 반복적인 사용으로 오는 통증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아픈 부위와 증상에 따라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손이 저리다=손이 저리다는 통증을 호소하는 주부들은 대부분 말초신경계나 혈액순환의 문제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손목을 과도하게 사용해서 오는 손목터널증후군(Carpal Tunnel Syndrome)이나 목 디스크 역시 손이 저린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손저림증’은 오랫동안 무릎을 꿇고 앉거나 불편한 의자에 앉아 허벅지의 신경이 눌려 다리가 저린 증상을 느끼는 것과 같이 손목을 통과하는 정중신경이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하여 손목의 두꺼워진 인대 때문에 눌려서 오는 증상을 말한다. 손목 터널이란 손목과 손을 연결해주는 부위에 뼈와 인대로 형성된 작은 통로들로 이 통로 사이로 많은 힘줄들과 신경이 지나가게 된다.
세란병원 정형외과 원정훈 과장은 “손목터널 증후군은 손목의 반복된 사용으로 염증이 생기거나 근육이 부어 신경을 압박해서 생기는 질환”이라며 “처음엔 손가락이 저리거나 감각이 없어지고 심하면 통증이 생기고 물건을 집을 수 없거나 주먹을 쥐기조차 힘들어 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손저림증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주로 밤중에 찾아온다는 점이다. 수면 중에 손이 저려서 깨거나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는 경우가 흔하다. 또, 증상이 심해지면 밤중에 저린 증상은 없어지지만 손가락의 감각이 무디어지기 시작한다. 이는 계속적으로 신경이 눌려 저린 증상마저 없어지고 감각자체가 둔화되기 때문이다. 비교적 초기에 가벼운 증상을 보일 때는 더운 물에 20~30분씩 찜질하는 것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손목을 자주 마사지해주는 것 역시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통증이 오래 가거나 심하면 정형외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소염제나 스테로이드 주사, 혹은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뒷목의 통증이나 저린 느낌이 신경을 따라 어깨와 팔로 이어지면 목 디스크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목 디스크는 목뼈 사이의 말랑말랑한 원판 모양의 수핵이 터져 주변 신경을 눌러서 발생한다. 신경이 심하게 눌리면 통증이 동반 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과 팔에 힘이 빠지기도 한다. 설거지를 하다가 접시를 떨어뜨리거나 물을 마시다가 물컵을 자기도 모르게 놓치거나 전화를 받다가 전화기를 떨어뜨리는 일이 잦다면 일단 전문의를 찾아 목디스크 여부에 대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팔꿈치가 아프다=주부들이 팔꿈치부터 손목, 손가락에 통증을 보이면 일명 테니스 엘보라고 불리는 주관절 외상과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팔꿈치의 내측과 외측에 튀어 나온 뼈를 ‘상과’라고 부르는데 이 뼈에는 손목과 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이 많이 붙어 있어 운동 시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많은 일을 하게 된다.
팔꿈치 외측 상과에 붙어 있는 힘줄에 염증이 생기거나 퇴행성 변화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를 주관절 외상과염(테니스 엘보)이라 하고, 골프를 과도하게 칠 때는 팔꿈치 내측 상과에도 염증이 잘 생기는데 이곳은 ‘골프 엘보’라고 한다.
원정훈 과장은 “테니스 엘보는 빨래를 짜거나 마루를 닦는 등의 가사 일, 컴퓨터 키보드를 반복적으로 두드리는 등 손목을 자주 젖히는 일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이들에게 흔히 발생한다”고 말했다.
테니스 엘보나 골프 엘보는 특히 물건을 들거나 잡을 때 등 팔꿈치에 힘이 들어가는 동작을 할 때 통증이 생긴다. 초기에는 통증이 심하지 않아 방치해 두는 경우가 많지만 심해지면 간단한 동작이나 가벼운 물건을 들 때도 통증을 느끼게 되고 심해지면 팔을 쭉 펴는 것조차 힘겹기도 하다. 초기에는 물리치료와 약물 등으로 쉽게 개선되지만 완전히 회복되기 전 팔꿈치를 사용하면 재발의 위험이 높고 만성적인 질환으로 고생하기 쉽다. 때문에 일단 치료시에는 최대한 안정을 취하고 4~6주간은 팔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통증이 심할 경우에 주사치료를 통해 통증을 완화시키고 6개월 이상 통증이 생긴 경우나 재발된 경우에는 관절경을 통한 수술치료가 필요하다.
◇어깨가 아프다=40대 이후에 어깨 근육에 통증이 발생하면 무조건 오십견이라고 판단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오십견과 비슷한 어깨 통증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섣부른 자가진단은 금물이다.
계속된 어깨 통증이 올 때는 자가진단보다는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어깨 통증과 함께 어깨를 들어 올리는 것이 힘들면 ‘오십견’의 증세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어깨를 앞뒤로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면 일반적인 인대통증이나 근육통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오십견과 비슷한 ‘회전근개 파열’, ‘석회성건염’ 등 다른 어깨 질병도 의심해 봐야 한다.
원정훈 과장은 “오십견이란 나이가 들고 어깨 사용이 과도해지면서 근육이 점차 약화되고 뼈와 뼈 사이의 관절이 닳아 연부조직의 퇴행성 변화로 인해 발생한다”며 “중년층 이상에서 어깨를 과도하게 사용한 경우에 빈번히 발생한다”고 말했다.
오십견의 가장 큰 특징은 수면시간 동안 심한 통증이 온다는 것이다. 서 있을 때는 어깨뼈가 밑으로 쳐져 있지만 누웠을 경우 견봉과 어깨뼈가 맞닿아서 통증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팔을 위로 올리거나 뒤로 돌릴 때는 어깨부터 팔 뒤꿈치 부위까지 쑤시는 통증이 더 심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깨가 아프다고 해서 어깨를 사용하지 않으면 어깨관절의 운동범위를 더욱 감소시켜 통증은 더 심해진다. 때문에 통증이 온다고 해도 운동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물론 어깨를 바깥쪽으로 하는 외전운동은 통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또 통증이 줄어든 후에는 좀 더 적극적인 운동을 통해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어깨가 아프다면 오십견과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회전근개 파열 역시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회전근개 파열은 힘줄의 퇴행성 변화, 무리한 운동에 의한 부상으로 어깨 관절에서 견봉 아래에 있는 인대가 두꺼워지거나 힘줄(회전근개)을 계속적으로 긁어 점차 힘줄이 파열되다가 나중에는 완전히 끊어지게 된다. 초기에는 찜질 등으로 어느 정도 가능하나 심하면 관절 내시경을 통한 수술을 해야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
[엄마 건강] 주부들 왜이리 팔이 아플까
입력 2011-01-03 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