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아이 주치의] 수면과 면역력과의 상관관계는?

입력 2011-01-03 14:08

[육아 달인도 헷갈리는 면역력에 대한 궁금증 15가지 (13)]
글·이범주 마포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요즘 아이 건강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면역력’. 면역력이 약해지면 감기 같은 바이러스 질환에 걸리기 쉬울뿐더러 걸렸을 때도 잘 낫지 않고 잦은 병치레로 성장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면역력에 대한 중요성은 알지만 어떻게 해야 면역력을 키울 수 있는지 잘 모르는 것이 사실. 2010가을, 면역력에 대한 궁금증 15가지를 함소아한의원 원장의 도움으로 알아본다.-편집자주-

[쿠키 건강칼럼] 대한민국의 현재를 사는 사람들은 참으로 바쁘다. 어른들은 아침 일찍부터 늦게까지 일을 하고 학생들은 새벽에 일어나 밤늦도록 공부를 한다. 잠자는 시간을 아껴 무언가를 배우거나 일을 해야만 좀 더 의미 있게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 또한 마찬가지다. 잠들지 않는 부모의 패턴에 맞춰 밤늦은 시간까지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환한 인공 빛 아래서 지내는 일이 많다.

과연 잠과 면역력은 어떤 관계일까? 아이가 잦은 병치레에 시달리고 성장이 부진할 때 ‘수면 시간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는 부모가 있을까?

◇수면부족, 에너지 대사 떨어뜨려

우리 몸은 잠이 부족하면 바로 신호를 보낸다. 피로감이 현저히 높아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피부는 윤기를 잃어버린다. 나중에는 눈을 뻔히 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환상이 보이는 것처럼 시력이 흐리멍덩해지기도 한다.

미국 에모리 의과대학의 한 연구결과에서도 수면이 부족할 경우 염증을 유발시키는 호르몬이 증가하면서 혈관 기능에 변화가 생긴다고 밝혀졌다. 일본 오사카대학의 연구팀도 수면과 면역력과의 관계를 실험한 결과, 수면시간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질환의 진행속도가 숙면을 취한 사람에 비해서 더 빠르다고 한다. 이처럼 잠은 불필요한 시간낭비이자 체력이 허락하는 한 충분히 줄여도 되는 것이 아니라 생명활동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이다.

◇우리 몸을 지키는 면역력, 수면 통해 만들어져

그렇다면 면역이란 우리 몸에서 어떤 작용을 할까? 면역기능은 크게 2가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나는 바이러스나 세균의 침입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주는 것이다. 우리가 감기를 비롯한 병에 걸려도 잘 이겨내거나 간염바이러스의 침입을 받으면서도 간염에 걸리지 않는 것은 면역기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기능은 우리 몸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작은 손상들을 회복하고 신체 안정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것들을 초기에 감지해서 제거하는 일이다. 매일 암세포들이 무수하게 생겨나지만 이들이 끝내 암종으로 자라나지 않고 초기에 제거되는 것은 모두 면역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면역력은 잠을 충분히 자고 나야만 생성돼 건강한 몸으로 하루를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잠을 자는 것은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과 같아 밤에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거나 밤낮을 바꿔 생활하는 기간이 오래되면 마치 배터리가 방전되는 것처럼 사람의 몸에도 이상이 생긴다.

◇수면, 우리 몸에 음양의 조화 맞춰줘

한방에서 수면은 음양의 개념을 빌어 설명한다. 밝은 시간에 몸을 움직이며 활동하는 것을 양(陽)의 기운이 주관하는 것으로 보고, 해가 지고 난 다음에 몸을 눕혀 휴식을 취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을 음(陰)의 기운이 주관하는 것으로 본다. 즉 수면은 음의 기운을 몸에 받아들이는 것이다. 밤에는 잠을 자 음의 기운을 받아 그 힘으로 양의 기운을 생성해 낼 수 있다. 달려 나가기 위해 몸을 웅크리고 화려한 비상을 위해 오랜 동안 지루해 보이는 시간을 감내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음(陰)의 기운이다.

특히 아이들은 성장 발달이 일어나는 시기라 활발하게 움직이는 양기(陽氣)가 강한데, 잠을 제대로 못자면 몸 안에 음기가 부족하고 양기만 넘쳐 단단하게 크지 못하고 속빈 강정처럼 된다. 전통적으로 조상들은 해가 짧은 겨울에는 일찍 자고 아침 해가 뜨는 것을 보고 눈을 뜨되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도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자연의 이치에 맞춰 겨울에는 일찍 잠자리에 들고 조금 늦게 일어나는 것이 좋다. 방학이라고 불규칙하게 생활하며 늦게 잠들지 않도록 부모도 함께 불을 끄고 아이가 잠들고 난 후 다시 일을 마무리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