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
[쿠키 건강] “의사는 환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합니다. 환자가 감명을 받을 수 있도록 말이죠.”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사진)은 지금의 힘찬병원을 있게 한 원동력으로 ‘환자의 마음’을 첫 손가락에 꼽는다. 앞선 시스템 도입이나 좋은 의사들을 뽑아 수술을 잘하는 것은 다음이라고 했다.
“환자가 우리 병원을 와서 ‘참 좋은 병원’이라고 느끼고, 나가서도 ‘좋은 서비스를 받았다’는 생각을 했을 때에야 비로소 병원의 미래가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 대표원장의 환자를 위하는 마음은 국내 최초로 ‘방문간호서비스’를 도입한 데서도 잘 나타난다. 지난 2002년 12월 시작한 이 서비스는 고령이 대부분인 관절 환자들을 찾아 수술 후 재활운동방법을 돕고 환자의 현재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전문간호사 1명과 운전기사 1명으로 구성된 6개팀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다. 이 서비스는 이후 많은 병원에서 도입하는 등 관절전문병원의 사후관리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월급은 이수찬이가 주는 게 아니다”
“우리 병원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두 환자 때문입니다. 평소 의사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광고를 아무리 많이 해도, 환자가 만족하지 못하면 모두 헛것이라고요. 환자의 입을 통해 알려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이죠. 이게 무너지면 아무리 좋은 병원도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이 대표원장은 좋은 예로 맛집을 들었다. 아무리 맛있는 집이라고 광고를 하고 떠들어도 막상 손님이 와서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 음식점이 진정한 맛집으로 살아남을 수 있겠냐고 했다.
“어느 직장이든 오너나 상사에게 밉보여서 좋을 건 없습니다. 우리 병원의 주인은 환자분들이십니다. 그런 의미에서 당연히 월급도 저 이수찬이 아닌, 환자들이 주시는 겁니다.”
◇“의사는 탤런트가 돼야 한다”
이 대표원장은 모든 직원들이 탤런트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재능’이나 ‘재주’, ‘연기자’를 뜻하는 탤런트의 사전적 의미를 굳이 되뇔 필요도 없다. 모두 환자를 위해서다.
“의사는 모든 면에서 탤런트가 돼야 합니다. 설령 어제 와이프와 심하게 다퉜더라도 말이죠. 하하. 환자들 앞에서는 항상 어떤 훌륭한 연기자 못지 않은, 환자의 마음과 함께 할 수 있는 카멜레온 같은 의사가 돼야 합니다.”
덧붙여 당당함도 의사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꼽았다. “뻔뻔스럽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 병원 의사들에게 ‘모른다’는 말을 절대 하지 말라고 합니다. 의사들도 증세를 한참 들었는데도 가끔 모를 수 있어요. 이때 ‘잘 모른다’고 한다면 환자들이 솔직하다고 생각할까요. 아닙니다. 이 말 한마디에 신뢰도를 잃어버리는 거예요. 환자가 병원을 찾아왔을 땐 그 의사에게 모든 걸 맡기겠다는 거거든요.”
이 대표원장의 환자를 위하는 마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환자의 세심한 마음까지 생각한다. 이 대표원장은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올 때 꼭 손을 씻는다고 했다. 환자가 진료실을 나갈 때 손을 씻게 되면, 나가는 환자가 혹시나 자신을 진료한 것이 더럽다고 생각할까 해서란다. 또 수술 일정이 잡힌 전날은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했다. 환자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환자는 알고 있기 때문이란다. 물론 신뢰도에도 금이 갈 수 있다.
이 대표원장과 인터뷰는 이번이 두 번째. 이렇듯 환자를 생각하는 세심한 마음 씀씀이에 처음엔 이 대표원장의 혈액형이 A형인 줄 알았을 정도다. 일명 소세지(소심하고 세심하고 지○맞다)라고 불리는. 그러나 이 대표원장의 혈액형은 단무지(단순하고 무식하고 지○맞다)로 불리는 O형이다. 앞서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대표원장은 꼼꼼하지만 야심차고, 강하지만 보듬을 줄 아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다시 한번 들었다. 굳이 설명하자면 A형 같은 O형이랄까.
◇환자에게 편지 쓰는 의사… 매달 100여통 보내
이 대표원장은 편지 쓰는 의사로도 유명하다. 지금도 한달에 100통 정도는 쓴다. 물론 이 원장으로부터 수술이나 치료를 받았던 환자들이다. 10년 넘게 편지를 주고받는 환자도 4명이나 된다고 자랑이다. 지금까지 보낸 편지만 해도 1만3000여통에 이른다.
“환자분들과 주고받는 편지는 우리 병원의 현재를 있게 한 밑거름이 됐습니다. 환자와 의사간의 관계를 떠나 삶의 소소한 얘기부터 희로애락까지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세상을 보는 눈을 밝게 해주거든요.” 이를 위해 이 대표원장은 틈틈이 환자를 떠올리며 쓸 내용을 메모해 놓는다고 했다. 물론 의사생활을 지속하는 한 환자에게 편지 쓰는 의사라는 타이틀은 내려놓지 않을 생각이다.
이 대표원장은 ‘우리시대의 명의(名醫)’의 조건으로 인성, 실력, 연구 등 3가지를 꼽는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인성(人性)이다. 이 대표원장이 말하는 ‘인성’이란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가다. 실력과 연구도 물론 중요하지만 인성이 되지 못하는 의사는 자신의 실력과 연구실적 등을 위해 환자를 버리는 큰 우(愚)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직접 집필한 건강 서적 ‘인생을 살리는 무릎이야기’의 부제를 ‘재주를 인술로 쓸 수 있는 의사이길…’이라고 단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세계 최고 갑부로 꼽히는 빌게이츠도 ‘돈을 추구하면 결국 성공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돈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 돼야 한다는 말입니다. 내가 가진 재주인 의술도, 돈을 앞세우게 되면 상술(商術)이, 환자를 앞세우게 되면 인술(人術)이 될 수 있습니다. 의술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은 결국 인술입니다.”
◇“세상은 어려운 이웃과 더불어 사는 것”
이 대표원장은 의사들이 환자 치료뿐만 아니라 사회의 일원으로서 꼭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말한다. 지역사회 전체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물론 어려운 사람과 수익을 나누는 사회환원사업 역시 병원이 마땅히 짊어져야 할 사회적 책무라는 생각에서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세상은 더불어 사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잘 될 때는 잘되는 만큼 다른 사람의 희생이 있게 마련입니다. 앞으로 저에게도 그 희생을 따뜻하게 감싸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원장은 개원 초기부터 사재를 털어 매년 수십명씩 지금까지 총 236명의 소년·소녀 가장에게 2억26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힘찬장학회). 또 이런저런 병원행사를 열 때마다 화환이나 축의금 대신 쌀을 받아 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2009년에 이어 GM자동차와 함께 저소득층 노인들을 대상으로 무료수술을 해주기로 했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 대표원장은 또 올해 여름부터 앞으로 의사를 꿈꾸는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인턴십 프로그램’이라는 캠프를 진행 중이다. 앞으로 좋은 의사가 나오는데 일조하고픈 바람에서다.
“의과대학을 간다는 것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의사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좋은 의사가 쉽게 될 수 있느냐. 그건 아닙니다. 의사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좋은 의사가 되고 실력 있는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고 다양한 체험을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의사는 책을 달달 외워서 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의사가 되고 싶은 학생들에게 비전과 꿈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이 대표원장은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힘찬병원의 미래에 대해 얘기하면서 ‘연구’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했다. 앞으로 연구만 하는 건물을 만들 계획이라고도 했다.
“관절과 관련된 기본적인 연구 활동은 물론 의료계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더 많은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관절 환자들에게 좋은 길을 제시할 수 있는, 관절 건강을 위해 손쉽게 찾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할 수 있는 병원이 되고 싶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힘찬병원]
힘찬병원은 지난 2002년 인천 연수병원을 개원한 이래 2006년 8월 목동, 2008년 6월 부평, 2009년 10월 강남, 2009년 11월 강북, 2010년 9월 강서 등 불과 8년만에 6개 병원을 갖춘 국내 최대 관절 전문병원으로 성장했다. 현재 총 1000여 병상에 의료진 120여명과 직원 11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내년에도 서울 은평구와 부산(동래)에 제7, 8병원을 잇달아 개원할 예정이다.
국내 최대 관절 전문병원답게 누적 수술 건수도 국내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관절내시경 수술은 2만4000여건, 무릎 인공관절 치환 수술은 3만7000여건에 이른다. 이는 국내에서 이뤄진 인공관절 수술의 약 10%에 해당한다. 이러한 업적을 바탕으로 지난 2007년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우수평가 병원, 2008년에는 보건복지부 지정 관절분야 시범 전문병원, 2009년에는 예방적 항생제 사용 우수병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힘찬병원은 또 전문병원으로는 드물게 연구분야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 2007년 개소한 관절염연구소를 통해 현재까지 SCI급 저널에 18편의 논문을 게재한 것을 포함, 국제적으로 33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우리시대의 명의(名醫)] “환자 마음을 잡아야 명의”
입력 2010-12-30 0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