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의료원 한방재활의학과 김성수 교수
[쿠키 건강칼럼] 겨울만 되면 몸은 나른한데 길고 긴 밤, 잠이 오지 않아 걱정이라는 사람들이 있다. 해가 짧아지고 밤은 길어졌는데 숙면을 취하지 못해 다음 날에도 피곤함이 가시질 않아 고민이여 그럴 때면 곰이나 개구리처럼 동면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한다.
만물이 잠드는 것 같은 겨울철,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바로 잠이다.
잠은 일조량과 관계가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것을 천인상응(天人相応)으로 설명한다. 천인상응은 사계절에 따른 음양오행의 기운의 변화에 인체의 기운의 변화가 조화롭게 순응한다는 이론이다. 그 변화의 주체가 되는 것이 바로 모든 양기의 근원이 되는 태양이 비치는 시간이다.
즉 봄에는 일조량이 길어지고 기온이 올라가면서 나무에 물이 오르고 싹이 돋는 것처럼 인체의 기운이 펼쳐지기 시작하고, 여름에는 일조량이 최대가 되면서 나뭇잎과 온갖 생물들이 번성하는 것처럼 인체의 기운도 완전히 펼쳐져 활동이 왕성해지고, 가을에는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여 식물들이 열매와 결실을 맺듯이 인체의 기운도 내부로 수렴되기 시작하고, 겨울이 되면 일조량이 최소가 되어 온도가 떨어져 모든 만물의 생명활동이 최소한으로 줄어들듯이 인체의 기운도 완전히 수렴되어 다음해에 사용할 에너지의 근원인 정(精)을 비축한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천지 기운의 변화에 맞추어 생활 및 활동을 조절하는 것이 바로 건강을 지키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천인상응에 기초하여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에서는 일조량이 길어지는 봄과 여름에는 밤에 자고 일찍 일어나며 일조량이 줄어드는 가을에는 일찍 잠자리에 눕고 아침의 한기가 어느 정도 가신 다음이 일어나며 일조량이 최소가 되는 겨울에는 일찍 자고 해가 떠올라 대기의 온도가 높아진 후에 일어나라고 하여 계절별로 일조량에 따라 수면시간을 조절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이것과 유사하게 현대의 생물학에서도 이러한 계절별, 일별 생물의 주기성에 대해 생체시계로 설명한다. 즉 생물체 내에는 일종의 시계가 있고, 자연에는 빛과 어둠, 추위와 더위 같은 자연시계가 있어 이 생물시계와 자연시계의 조화를 통해 신체는 생체주기를 조절해 나가게 된다. 이 자연시계 중에서도 중요한 것이 빛이다.
밤이 시작되면 송과체라고 하는 뇌의 부위에서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가 되는데, 이 호르몬은 뇌의 활동을 점점 줄이고 호흡주기와 맥박을 가라앉히며 긴장을 이완시켜 몸의 상태를 수면성향으로 바꾸는 작용을 한다. 아침이 되면 반대로 멜라토닌의 분비가 줄어들고 수면성향이 감소하게 된다. 이러한 일주기는 계절별로 변화하는 일조량에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일조량이 줄어드는 겨울철에는 정상적으로 수면성향이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춥고 낮이 짧은 겨울철에는 여름에 비해 더 길고 충분한 수면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하지만 운동량과 일조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숙면을 취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겨울철에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적절한 일조량을 취하는 것이다. 춥다고 집안에만 웅크리고 있지 말고 해가 뜬 낮에 햇빛을 받으며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이는 추운 겨울 부족해지기 쉬운 양기를 외부의 양기로 보충하고 기혈순환을 촉진하여 대사를 원활하게 하는 의미가 있다. 양기가 충실하면 겨울철 면역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될 뿐만이 아니라 나른해지기 쉬운 봄철을 날 때에도 도움이 된다. 다만, 너무 과도한 운동은 수렴해야할 체내의 양기까지 소모시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잠자리에 있어서는 편안할 정도로 보온을 취할 수 있는 방한기구나 침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너무 추우면 수면을 방해할 수도 있다. 잠이 안 올 때는 소량의 탄수화물을 복용하는 것도 멜라토닌 분비를 자극하여 수면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지나치면 비만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평소 규칙적인 생활 관리를 통해 생체리듬을 관리하는 것이 좋다. 밤에 과로를 하는 것은 자칫 생체리듬의 주기를 깨뜨리기 쉬우며 또한 봄이나 여름에 비해 쉽게 피로를 느끼게 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겨울잠, 푹 자야 건강해요
입력 2010-12-28 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