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만 되면 루돌프 사슴 볼, 혹시 건강에도?

입력 2010-12-24 11:34
글·권선근 아이누리한의원 일산점 원장

[쿠키 건강칼럼] 겨울만 되면 유독 빨개지는 아이. 찬바람에 피부가 터서 일수도 있지만 기혈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아이 빨간 볼의 원인을 알아보고 이로 인한 건강상 이상 징후는 무엇인지,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를 살펴보자.

◇제1원인, 건조한 찬바람에 살이 트다

겨울철 찬바람에 볼과 귀가 빨갛게 되는 가장 흔한 이유는 ‘건조함’ 때문이다. 빨갛게 된 볼은 버석버석하고 거칠어지면서 표면이 하얗게 갈라지게 되는데 이것을 ‘살이 텄다’라고 표현하곤 한다. 살이 트는 것은 건조한 날씨 때문에 피부의 수분이 급속하게 증발해 버리면서 피부 조직에 일어나는 변화다. 그런데 유독 이러한 겨울철 피부 트러블이 아이들에게 심한 것은 아이 피부는 어른보다 각질층이 1/3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각질층이 적어지면 그만큼 보습능력이 떨어지고, 차고 건조한 날씨에 피부가 쉽게 트고 가렵게 된다.

△건강상의 빨간불은?= 살이 트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아이가 몹시 가려워하고 아파하는 만큼 당장 해결해야 하는 피부 트러블이다. 심해지면 볼이 터서 피가 날 수도 있다. 아토피와 같은 피부질환이 있는 아이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잠잠했던 아토피가 심해져 잠을 설치는 것은 물론 면역력이 떨어져 각종 겨울 질환(감기, 천식 등)을 부를 수 있다.

△빨간볼 대책?= 가장 시급한 것은 ‘보습’. 강력한 보습작용이 있는 로션이나 크림을 챙겨 바른다. 특히 목욕 후나 외출 전에 여러 번 발라 수분이 날아가지 않게 해줘야 한다. 피부가 민감한 아이라면 한방적인 재료가 들어간 제품을 찾아보는 것이 좋은데, 천문동, 관동화, 곤포 추출물 등이 들어간 제품이 피부 트러블 개선 효과가 좋은 편이다. 보습제품은 마사지하듯 부드럽게 발라 피부 자극을 줄이는 것이 좋다. 겨울에는 보습제를 바르더라도 수분이 쉽게 증발하기 때문에 외출 시 아이의 피부노출을 줄일 수 있는 모자, 장갑, 목도리, 마스크 등의 착용도 잊지 않는다. 외출 후에는 더운물로 얼굴과 손발을 여러 번 씻고 꼭 다시 보습제를 발라 피부의 수분을 보충하도록 한다.

◇제2원인, 기혈 순환이 잘 되지 않는다

만약 볼이 거칠거칠 건조하지도 않고, 찬바람에 그다지 노출되지도 않았는데, 볼이 항상 만주벌판을 뛰논 것 마냥 빨갛다면, 기혈(氣血)순환이 잘 되는지를 의심해야 한다. 겨울철은 온도가 낮은 곳에 있다가 높은 곳에 들어오게 되면 온도차가 발생해 누구나 잠시 얼굴이 붉어진다. 온도가 낮은 곳에서 수축됐던 피부 혈관들이 온도가 높은 곳으로 이동하면서 갑작스럽게 확장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분이 지나도 계속 빨간 상태라면 혈관의 수축과 이완을 담당하는 기혈순환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보통 볼 뿐 아니라 손과 발이 지나치게 뜨겁거나 차고, 귀도 빨간 편이다.

△건강상의 빨간불은?= 아이의 빨간 볼이 피부질환이 아니라 기혈순환의 이상 때문이라면, 조금은 더 긴장해야 한다. 기혈순환이란 우리 몸의 기운과 혈액 순환을 말한다. 기운과 혈액의 원활한 순환은 건강한 몸의 상징이다. 따라서 기혈순환의 이상은 아이 전반적인 건강의 ‘빨간불’을 의미할 수도 있다. 잦은 감기나 다른 호흡기 질환으로 폐기허가 되거나 만성적인 식체나 소화기 질환으로 비기허가 된다면 기혈순환에 문제가 생긴다. 기혈순환의 이상이 장기화되면 앞의 원인들이 몇 배 강력해져,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즉 면역력 약화로 인해 각종 잔병치레에 시달리게 되고, 만성적인 식체로 인해 식욕부진과 성장부진이 나타나고, 알레르기 질환의 진행으로 면역력의 혼란은 물론 우울증, 집중력 장애, 성장부진까지 생겨날 수 있다.

◇빨간 볼 대책은?= 빨간 볼로 다행히 기혈순환의 이상을 재빨리 눈치를 챘다면, 가장 급한 것은 기혈순환 이상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다. 가까운 소아전문한의원을 방문해 아이의 몸 속 기운을 확인하고 적당한 겨울보약을 먹이도록 한다. 더불어 기혈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약재도 추가한다. 한방에서는 겨울철 아이 보약으로 숙지황, 당귀, 황기, 인삼 등의 약재가 들어간 한약을 처방해 보기, 보혈의 효과를 노리고 기혈순환의 개선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한방에서는 자연의 이치대로 여름은 여름답게 덥게, 겨울은 겨울답게 춥게 지내야 우리 몸의 기혈순환이 원활해진다고 본다. 건강한 아이라면 지나친 난방으로 실내온도를 높이기보다는 겨울철 적정 실내온도인 18~20도를 유지하고, 따뜻한 음식을 적당히 먹고, 잠을 푹 자며 바람이 없고 햇살이 좋은 시간을 골라 주 3회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면 겨울 질병을 달리 걱정할 일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