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연의 건강세상 돋보기] 약과 음식궁합, 고혈압 약에 자몽주스가 독(毒)?

입력 2010-12-22 16:39

[쿠키 건강칼럼] 약과 음식에도 궁합이 있다. 약은 어떤 음식과 함께 먹느냐에 따라 효과가 커지기도 하고 감소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약의 효과를 높이려면 식단에도 반드시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흔히 먹는 자몽주스가 고혈압치료제와 함께 먹을 경우 지나치게 혈압을 떨어뜨려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고혈압치료제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칼슘채널을 차단해 혈압을 낮춰주는 약물의 경우 자몽·오렌지주스 등 산성과일주스와 함께 복용할 경우 약효가 지나치게 증가해 저혈압을 불러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또 혈관수축작용을 억제해 혈압을 낮추는 알파차단제가 함유된 약은 갑자기 혈압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음식이나 음료수와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다. 이뇨제가 들어간 고혈압약을 알로에와 같이 복용할 경우 체내 칼륨량이 지나치게 감소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하며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는 것이 좋다.

반면 칼륨보충이뇨제를 복용할 경우엔 바나나, 오렌지 또는 푸른 잎 채소처럼 칼륨이 풍부한 식품의 섭취를 피해야 한다. 체내에 칼륨이 많아지면 불규칙한 맥박, 심계항진, 근육통이나 마비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질산염이 들어간 고혈압치료제를 술과 함께 먹게 되면 혈관확장작용이 활발해져 심각한 저혈압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베타차단제가 들어간 약은 공복에 먹어야 한다. 음식으로 인해 약효가 증가됨으로써 어지럼증이나 저혈압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혈압환자들은 자신이 어떤 계통의 약물을 먹는지 주의 깊게 살펴 꼭 알아둬야 할 것이다.

또 우유 등 유제품과 함께 먹어 좋은 약이 있고 함께 먹어서는 안 되는 약도 있다. 둘코락스 같은 변비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우유를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우유나 유제품에 함유된 칼슘은 장용정의 흐름을 막기 때문이다.

장용정이란 말 그대로 장에서 녹도록 고안된 약물을 말한다. 장용정은 위산에 분해되지 않고 알칼리성 환경인 대장에서만 작용하도록 약을 특수 코팅한 것이다.

장용정 복용 후 우유를 마시게 되면 약알칼리성인 우유가 위산을 중화시켜 보호막이 손상될 수 있다. 이 경우 약효가 절반으로 떨어지거나 위에서 다 녹아 복통이나 위경련을 일으킬 수도 있는 것이다. 결핵환자들도 치즈, 요구르트, 등 푸른 생선 등을 치료제와 함께 먹을 경우 얼굴이 화끈거리고 오한이 나거나 두통이 생길 수 있다.

반면 아스피린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와 염증 부위를 완화시키는 부신피질호르몬제는 우유 또는 음식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다.

복합진통제의 경우 카페인이 함유된 경우가 많아 약과 함께 커피나 카페인 함유 드링크를 너무 많이 마시면 카페인 과잉상태가 된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다리에 힘이 없어지는 증상도 그 때문이다.

또 해열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은 공복에 먹어야 신속한 효과가 나타난다. 음식물이 아세트아미노펜의 흡수를 지연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절대 술과 함께 먹으면 안 되는 약들도 있다. 수면제·진통제·기침감기약·우울증치료제 등은 술과 완전히 상극이기 때문에 이 약을 술과 함께 먹을 경우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다.

위장약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 생활방식이나 식이습관이 특히 중요해 음식에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위장장애치료제로는 항히스타민제와 제산제가 있다. 우선 항히스타민제는 위산분비를 줄여주는 약이기 때문에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 콜라, 차, 초콜릿 등을 피하는 것이 좋다. 위의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위산을 중화시키고 복통을 완화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제산제를 과일주스나 콜라와 함께 복용할 경우 위의 산도를 높이기 때문에 효과적인 약효를 기대하기 어렵다.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 칼슘보충제를 먹는 경우 주지하다시피 탄산음료는 피해야 한다. 탄산음료에는 인이 다량 함유돼 뼈의 칼슘을 빼내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커피, 콜라, 홍차 등 카페인을 많이 함유한 음료도 골다공증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며 고지방 음식도 피하는 것이 좋다.

당뇨병환자는 무엇보다 조심해야 할 1순위 음식이 흰 설탕이다. 흰 설탕은 단당류로의 전환이 빠르기 때문이다. 특히 화학조미료는 당뇨약은 물론 알레르기성비염치료제나 간질약을 복용할 때 무력감을 유발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약은 식품이나 술뿐 아니라 함께 복용하는 다른 약과도 서로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평소 먹는 약이 있다면 병원에서 새로운 약을 처방받기 전에 반드시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또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간에도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으며 일부 약은 다른 약의 효과를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킬 수 있다. 따라서 약물간의 상호작용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본인의 세심한 주의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조창연 의약전문기자 chy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