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병원, 우즈벡 환자 3명 무료수술

입력 2010-12-22 00:23

[쿠키 건강]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조금은 어색한 발음으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공항의 낯선 분위기와 장시간 비행으로 인해 경직돼 있던 얼굴도 조금씩 밝아진다.

처음 말문을 연 사람은 인하대병원과 대한항공,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총재 한광수)이 주축이 돼 추진하고 있는 ‘2010 지구촌 한 가족 캠페인’ 무료수술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고려인 김베라(Kim Vera)(82·여) 할머니였다. 김 할머니 옆에는 심장병 수술이 필요한 소녀 호루시다(Hurshida)(18·여)와 고관절 이상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던 딜바르(Dilbar)(43·여)도 함께했다.

이들은 건강문제로 인해 기본적인 생활조차 하지 못하는 우즈베키스탄 현지의 의료소외계층으로, 인하대병원의 초청으로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선물 받기 위해 지난 8일 대한민국을 방문했다.

21일 인하대병원은 ‘2010 지구촌 한 가족 캠페인’의 일환으로 우즈베키스탄 환자 3명을 초청, 무료수술했다고 밝혔다. 김베라 할머니와 딜바르는 9일, 호루시다는 13일 각각 수술을 받았다.

박승림 인하대병원 의료원장은 “올 9월 우즈벡 나보이 지역에서 처음으로 진행한 해외의료봉사를 통해 선정된 이들 3명을 초청, 무료수술을 시행하게 됐다”면서 “이는 해외의료봉사의 일회성이고 단편적인 진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혜택을 주고자 하는 인하대병원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 가운데 타슈켄트 고려인 요양원에서 온 김베라 할머니는 수술 전 오른쪽 눈은 이미 실명 상태였고, 나머지 왼쪽 눈마저 백내장으로 인해 실명 위기에 처한 상황이었다.

김베라 할머니는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하대병원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왔다”며 “무엇보다 대한민국에 꼭 한번 오고 싶었고, 수술이 잘 돼 이야기로만 듣던 조국의 발전한 모습을 직접 보고 싶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 의료원장은 “이번 사업은 단순한 의료적 혜택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인류애 실현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앞으로 지속적으로 전 세계 의료사각지대를 찾아 인하대병원의 의료적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고 대한민국의 의료 브랜드 가치 제고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