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병호 창원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쿠키 건강칼럼] 뜨끈한 아랫목이 그리운 겨울이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진료실에는 콧물, 기침 등 감기 증상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늘어만 간다. 특히 올해처럼 기후 변화가 종잡을 수 없을 때는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은 잦은 감기치레를 할 수 밖에 없다. 단순히 ‘콧물이 약간 있어요’, ‘기침을 좀 해요’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심한 코막힘, 밤에 하는 잔기침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나 숙면을 방해하거나 식욕을 없애 아이의 면역력이 무너지는 계기가 되곤 한다.
동의보감에는 ‘인체의 양기가 충분하면 차가운 기운을 잘 막을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양기’는 면역력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면역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외부의 찬 기운이 몸속으로 들어오려고 하면, 우리의 몸은 기운이 들어오는 창구를 막고 열심히 싸우게 된다. 그 창구를 막는 도구가 바로 콧물, 가래, 기침인 것이다. 이는 외부 침략에 대비하는 몸의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면역력 부족 상태가 계속 되면 콧물, 기침 등도 심해지면서 되려 몸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평소 면역력을 잘 길러두면 나쁜 기운의 침범에도 잘 대항할 수 있으며, 증상도 약하게 앓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추운 겨울, 아이들의 면역력을 어떻게 보살펴줘야 할까?
◇‘겨울뜸’이 아이 몸속에 온기 전달해
추운 겨울, 아이들의 몸은 움츠러들고 몸속에 들어간 찬 기운이 기의 순환을 막고 면역력을 무너뜨려 감기 등 질병에 자주 걸리게 된다. 한 겨울에 몸이 긴장해 뻣뻣해지는 것처럼 몸속도 그렇다. 이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뜸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혈자리에 뜸을 떠주면 따뜻한 기운이 아이 몸속으로 바로 들어가 경락을 소통시키고 몸속 기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준다. 겨울뜸은 약쑥을 태운 기운을 경혈점 위에 올려서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시술인데, 일반적으로 감기, 비염,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이나 복통, 체기, 장염 같은 소화기 질환 등에 많이 사용된다.
◇질환에 따라 전중, 중완 등 혈자리 맞춤 관리하기
겨울뜸은 어디에 뜨는 것이 좋을까? 호흡기 질환에 주로 쓰이는 혈자리에는 ‘전중’이 있는데, 양 유두 사이의 한 가운데이자 가슴뼈 위에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전중을 ‘기운이 모이는 바다’라고 설명한다. 해부학적으로도 폐기관지 연결부위에 위치해 있어 여기에 뜸을 뜨면 폐기관지가 겨울철 찬 기운에 손상을 덜 받아 기침이나 콧물, 코막힘 해소에 도움이 된다.
‘중완’은 소화기 질환 치료에 많이 쓰이는 혈자리로 옛날에 아이가 배가 아플 때 할머니가 많이 만져주시던 자리다. 가슴뼈 아래 오목한 부분과 배꼽 사이의 중간 부분이며, 해부학적으로 위장이 위치한 곳이다. 진단을 위해 직접 만져볼 때(복진)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자리다. 여기에 뜸을 떠주면 장이 따뜻하고 편안해지면서, 겨울철 냉기가 소화기관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 설사병을 예방해줄 수 있다. 또한 소화기는 약간 따뜻할 때 제 기능을 발휘하므로 소화도 원활해진다.
중완은 소화기가 약한 아이들에게도 좋지만 호흡기가 약한 경우에도 관리하면 좋은 혈자리다. 면역력을 위해서는 결국 음식물을 잘 소화하고 흡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소화기능이 약한 아이는 면역세포의 생산도 적어 다른 아이들보다 기침이나 콧물이 오래 가는 편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겨울철 면역력 지키는 ‘따뜻한 생활습관’
아이들은 오장육부가 미성숙해 어른과 달리 한번 질병에 걸리면 오래가고 재발도 잦은 편이다. 외부 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으므로 계절에 따라 맞춤 관리를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겨울철에는 부족한 양기를 보충해주면서 한기에 몸이 상하지 않게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감기에 자주 걸리는 아이라면 외출할 때 뒷목을 따뜻하게 해주는 목도리를 둘러주도록 하자. 목 뒤쪽에는 ‘풍지혈’이 있는데, 한의학에서는 이 혈을 통해서 찬 기운이 들고 나간다고 본다. 목을 휑하게 하고 다니면 감기에 잘 걸린다고 어른들이 말씀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평소 머리를 말릴 때도 드라이기로 목 뒤쪽을 잠깐씩 덥혀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평소 호흡기가 약한 아이에게는 생강차를 먹이는 것이 좋다. 생강은 맵고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위장을 데워주고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 매운 맛이 강하므로 꿀을 약간 넣어서 먹이도록 하자. 소화기가 약한 아이들은 여기에 둥굴레도 섞어서 먹이면 더욱 도움이 된다. 날이 건조하므로 물을 자주 먹이는 것이 좋은데, 찬물보다는 미지근하거나 따뜻한 물을 수시로 먹이는 것이 좋다.
추운 겨울, ‘겨울뜸’으로 아이 면역력 키워보자
입력 2010-12-21 1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