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행복한 마음이 최고의 건강지킴이”

입력 2010-12-21 12:00
김현수한의원(구 강추한의원) 김현수 원장

[쿠키 건강] 김현수한의원 김현수 원장은 그간의 근황을 묻는 질문에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해 다시 한 번 대한한의사협회장직에 도전하리라는 주변의 예상을 깨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회장직에서 과감히 물러났다. 그러면서 올 한해 정말 열심히 환자상담과 진료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진료실에서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환자와 그간 만나지 못했던 지역 이웃들을 만나면서 건강에 대해 상담하고 진료하는데 진력하고 있습니다. 다시 일선에서 환자와 함께 하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그간 협회 일로 한의사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이 늘 마음에 걸렸는데 이제 너무나 마음 편하고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김 원장은 지난 95년 대한한의사협회 보험이사로 협회 일을 시작한 이후 그만둘 때까지 토요일과 일요일은 물론 하루에 저녁만 5번 먹은 적이 있을 정도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했다.

사용한 1회용 침의 원가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열악했던 한방 의료보험수가를 참을 수 없어 이를 개선해 보고자 협회 일에 뛰어든 그는 그간 소외됐던 자동차보험 분야에 한방을 포함시킴으로써 한의학의 적용범위를 한층 넓히는 성과를 이뤘다.

또 약침을 건강보험에 명시하고 한방물리치료를 급여화함으로써 한의사 입지를 강화시켰고 회장 재직 시에는 한약재이력추적관리제도를 도입, 국민이 안심하고 한약재를 복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이와 함께 한방 의료용어를 통일함으로써 한방을 체계화해 전통의학이 향후 세계로 뻗어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요즘은 흔히 접할 수 있는 추나요법, 봉독요법, 한방물리치료, 한방비만치료 등을 국내에 보급시킨 장본인 중 한사람인 김 원장을 만나 요즘 근황과 향후 계획, 건강관리법 등에 대해 들었다.



- 공인으로서의 역할을 마치고 이제 일선에서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의료인으로 돌아왔는데 환경도 많이 변했지요? 감회는 어떻습니까?

“실은 지난 95년부터 협회 보험이사를 시작하면서 환자를 절반 이상 보지 못했고 회장을 하면서 2년간은 전혀 진료를 못했죠. 사실 한의사로서 가장 큰 꿈이 많은 환자분들의 건강을 관리하고 치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삶의 가장 큰 보람이자 행복인데 그간 못했던 것이 안타깝습니다.

사실 요즘은 너무 행복합니다. 그간 정책적 부분들에 집중했지만 이제 거리를 좀 두면서 그간의 임상공부도 정리하고 있는 중입니다. 공부는 사실 꾸준히 해왔습니다만 실제 치료에 임하지 못해 아쉬웠던 부분을 채워나가고 있어 사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기입니다.”

- 협회장을 하면서 일궈놓으신 것들이 많은데 기억나는 몇 가지 일들을 말씀해 주시죠.

“저는 목동에서 20여년간 한의사 생활을 했습니다. 협회 일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한의학에 대한 너무나 열악한 건강보험수가 때문이었습니다. 보험수가를 올림으로써 제가 경영하는 한의원의 수익구조를 제대로 갖춰보고자 했던 것도 있었겠지만 부당함을 바로잡고 싶었습니다. 한의학이 질병치료에 도움이 되고 필요하다면 국가가 정당한 수가를 보전해주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요?(그는 이 대목에서 당시 일을 회상하는 듯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다 보니 자동차보험에서 한방이 소외돼 있던 것도 개인적으로 화가 나는 일이었어요. 자보에 한방을 포함시키기 위해 99년 당시 삼성화재, 동부화재 등 굴지의 보험사들을 찾아다니면서 한방이 어떤 도움이 되는지, 왜 포함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1년 넘게 강의하고 설명했습니다. 10년 정도 지난 지금 자동차보험에서 한방의료가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점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회장으로 재직하면서는 한방의 질병분류코드를 통계청이나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체계를 갖추는 게 꿈이었는데요, 지난해 한방표준질병사인분류를 국가가 최초로 고시했습니다. 이제 명실 공히 한약에 대한 질병관리체계를 국가적으로 관리하게 된 거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외상성 질환, 암, 감염질환 등에서도 한방의료의 질병체계가 정리된 셈입니다. 질병에 대한 한의학적 접근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첫걸음이 됐다는 점에서 뜻 깊은 일입니다.”

- 협회장 시절 의사협회와 의료일원화를 위한 노력을 많이 하셨는데 이제 양 협회에 TFT 등이 운영되면서 어느 정도 결실을 맺어가고 있습니다.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이에 대한 견해와 한의계 원로로서 현 상황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아마 앞으로도 (의료일원화를 위해서는) 상당한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당시 의사협회장들과 얘기하면서 우리 전통의학 분야에 얼마나 우수하고 많은 인재들이 있는지, 지금처럼 서로 질시하고 반목하거나 공동연구마저 못하는 경우 우리가 가진 최고의 자원을 뺏길 수도 있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세계적으로는 약 500조에 달하는 한의학 관련 시장이 이미 형성돼 있습니다. 또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한의학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고 어느 정도 결실을 맺고 있죠. 자칫하면 침의 종주국이 영국이나 미국이 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털어놓고 큰 차원에서 함께 가는 것이야말로 국민이 바라는 것이고 작은 시장에서 내 거, 네 거 따지지 말고 파이를 키우자고 말씀드렸더니 수긍하시더군요.

의료일원화에는 여러 방안이 있겠지만 이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호 공동연구·공동진료 등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우리만의 것을 특화해야 합니다. 단순한 통합만으로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현재 강추한의원에서 김현수한의원으로 명칭까지 바꾸면서 진료에 주력하고 계시는데 주된 치료분야와 특화된 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일단 미뤄온 환자치료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요즘 류마티스관절염·강직성척추염 등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가면역질환 쪽으로 계속 연구해 왔습니다. 특히 통증, 딱히 원인을 찾을 수 없는 만성통증의 경우 환자는 이만저만 괴롭지 않죠. 그래서 한의학적인 통증치료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 본인의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합니까? 또 국민들을 위해 의사로서 건강관리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오랜 시간 진료와 협회 일로 저 역시 건강이 많이 나빠진 것이 사실입니다. 매사 여유롭고 행복한 마음으로 균형 잡힌 식습관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건강관리에 대한 조언이라면 무엇보다 마음의 건강에 가장 신경 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매사에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건강법이라 생각합니다.

똑같은 중풍 후유장애환자가 있었는데 한 분은 늘 긍정적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사는 분이었는데 불과 3개월 만에 거짓말처럼 나았죠. 반면 몸이 아프고 불편하다고 별 것 아닌 일에 늘 신경질과 화를 내던 분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행복하고 여유로운 마음이야말로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합니다.

또 유산소운동 뿐 아니라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꾸준히 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균형 잡힌 식생활습관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육류든 채소든 어느 한 쪽에 치우쳐서는 안됩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창연 의약전문기자 chy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