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술자리, 최고의 트러블 메이커 ‘장(腸)’

입력 2010-12-20 11:17
과음 후 잦은 설사, 흡수되지 못한 수분 배출과 췌장 기능 이상 신호

[쿠키 건강] #직장인 Y(33·남)씨는 12월 한 달이 걱정스럽다. 매일매일 빼곡한 저녁모임 스케줄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매년 12월이 되면 그는 ‘장 트러블타’가 돼 버린다. 과한 음주가 예상되는 날에는 숙취 음료까지 마셔가며 다음날을 생각하지만,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한다. 오히려 유난히 배가 탈이 나고 설사가 잦은 통에 기진맥진이 되기 십상. 장에 좋다는 유산균을 먹어볼까 했지만, 그냥 요구르트를 사먹으면 이런 증상이 사라지는 건지…, 방법을 찾고 싶은 Y씨다.

친목과 술의 향연이 정점에 이르는 연말이다. 12월에는 망년회, 송년회 등 많은 술자리로 인한 다양한 후유증이 발생한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구토, 설사, 두통 등이 가장 일반적이면서도 가장 비일비재한 증상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많이 나타나는 것이 바로 설사 증상. 과음한 다음날이면 줄곧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오히려 숙변효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 술자리 많은 연말, 음주와 장 건강에 대해 낱낱이 파헤쳐 보자.

◇과음 후 설사가 숙변 제거 효과?

술을 마신 다음 날 설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변과 대변은 모두 우리 몸의 찌꺼기, 즉 우리 몸에서 사용해야 할 성분을 사용한 후에 노폐물을 모아서 버리는 형태로 배출된다. 하지만 과음을 하게 되면 알코올이 대장 점막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에 대장은 과도한 연동운동이 일어나게 되고, 미처 수분이 흡수되지 못한 채 대변의 형태로 배출되게 된다. 즉 쌓여 있던 숙변이 배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직 체내에 흡수조차 되지 못한 수분이 배출되는 것이다. 또한 반복된 과음으로 인해 췌장이 망가진 경우도 설사를 유발한다. 췌장에서는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인 리파아제를 생성하는데, 췌장 기능의 이상으로 인해 리파아제를 더 이상 생산하지 못할 경우 지방은 소화되지 못하고 배출되게 되며, 지방이 섞인 설사를 하게 된다. 결국 과음 후 설사를 하는 것은 숙변은커녕 장뿐만 아니라 독소로 인해 간 기능까지 저하시키는 것일 뿐이다.

◇김치, 요구르트면 유산균 섭취 걱정 없다?

그럼 이렇게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는 장을 회복하기 위해, 앞으로 꾸준히 건강한 장을 유지하기 위해 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유산균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산균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요구르트와 김치를 떠올린다. 물론 요구르트에는 유산균이 많지만, 냉장 유통하는 과정에서 계속 산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유산균이 급속히 사멸한다. 전문용어로 후 발효라고 하는데, 슈퍼마켓에서 사다가 집에서 먹을 때면 출시된 날짜로부터 며칠의 시간이 흐른 후기 때문에 대부분 유산균이 죽은 상태다. 김치 또한 유산균을 많이 포함하고 있지만 이는 주로 김치 발효에 필요한 유산균들이다. 우리 몸에 필요한 양만큼의 유산균을 얻기 위해서는 적어도 하루 김치 두 포기 이상을 먹어야 한다. 그나마 찌개 형태로 섭취하면 유산균은 사멸돼 없다. 이에 유산균 제조 전문업체인 쎌바이오텍 이철재 과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김치 유산균을 과도하게 믿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무엇보다 장 건강을 위한다면 김치에 없는 비피더스와 같은 다양한 프로바이오틱스를 비타민처럼 꾸준히 섭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산균 식품으로 장 건강 제대로 지키려면?

인간은 세균이 있는 걸 먹을 수 밖에 없는 존재다. 아무리 웰빙 식품, 유기농 식품이라 해도 세균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유산균을 많이 먹어야 장이 탈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장내에 유익한 균이 많이 있지만 방부제가 첨가된 음식들을 하루하루 섭취하다 보면 장내 유산균이 죽기 때문에 유산균을 따로 섭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뿐만 아니라 아토피와 관절염, 피부트러블도 장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유산균을 정기적으로 먹는 것이 좋다. 하지만 유산균이라고 해서 다 같은 유산균이 아니다. 사람의 장에 정장성이 있는 유산균으로 구성된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해야 실질적으로 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 우리가 유산균을 섭취하면 이 유산균은 그 자체로 안전하게 장까지 도달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산균은 위산에 의해 죽게 되는데,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해 시중에 나온 제품들이 바로 이중코팅 기술에 의한 유산균 제품들이다. 국내에는 ‘듀오락’ 같은 제품이 출시돼 있는 상태다. 이에 이철재 과장은 “현대인들은 장내 유산균의 사멸을 촉진시키는 과도한 스트레스와 과음 습관, 방부제, 인공첨가물 등에 노출돼 있다”며 “장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유산균 식품, 그 중에도 발효용 유산균이 아닌 사람의 장에 정장성이 있는 유산균, 즉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섭취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