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건강] 하루에도 몇 번씩 설사… 잔변감에 찝찝 ‘과민성 대장증후군’

입력 2010-12-20 11:00
[쿠키 건강] 직장인 김모(32ㆍ여)씨는 몇 달 전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나오는 설사로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랫배가 아파 화장실에 가면 거의 설사를 하지만 대변을 보고난 후에도 변이 남아있는 듯한 찝찝한 느낌이다. 이런 증상이 계속되자 김씨는 걱정이 돼 소화기 전문병원을 찾았다. 내시경, 엑스레이 등의 검사를 받은 김씨는 ‘과민성 대장증후군’ 진단을 받고 치료중이다.

변비 혹은 설사가 계속된다면=과민성 대장증후군은 만성적으로 아랫배가 불편한 증상과 함께 변비 또는 설사가 지속되거나, 변비와 설사가 며칠 간격으로 번갈아 나타나는 증상을 보인다. 기질적인 원인 질환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시경이나 엑스레이 등의 검사에서도 특별한 소견이 나타나지 않는다.

현대인의 약 10~15% 정도에서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며 미국에서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감기에 이어 결근 원인 2위에 올라 있다는 보고가 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원인은 대장운동 이상, 내장신경의 과민 등 다양하며 스트레스가 대표적이다. 위와 장과 같은 소화기관은 의지대로 조종할 수 없는 근육인 불수의근에 의해 움직이는데, 스트레스나 불안 등으로 소화기관 활동이 원활치 않게 되면서 복통과 함께 설사, 변비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은 후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한다고 해서 모두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아니다. 소화기 질환 전문 비에비스 나무병원 홍성수 전문의는 “증상이 자주, 오랜 기간 지속되고 그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일 때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 vs 대장암=대장암에 걸렸을 때도 변비, 설사 등 배변습관의 변화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들은 대장암을 걱정하기도 한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증상이 대장암과 다른 점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시작되며, 대변을 보면 증상이 호전되고, 출혈과 체중감소 등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 등이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심리적인 원인, 즉 스트레스 의해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도 다른 질환과 다르다.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는 평소에는 설사를 자주 하고 배가 아프다가도 휴가 중에는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낮에는 몇 번씩 화장실을 들락날락 하다가도 밤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수면을 취한다. 수개월 동안 증상이 없어졌다가 스트레스를 받은 후 증상이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유형에 따라 맞춤형 치료해야=과민성 대장증후군은 대체로 세 가지 증상 군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변비 설사 반복형이다. 며칠 주기를 두고 설사와 변비가 번갈아 나타나는 형태다.

두 번째는 변비 우세형으로, 대개 변비 증상이 있으며 변이 토끼똥처럼 동글동글하거나 연필처럼 가는 모양을 하고 있다. 아랫배가 아픈 경우가 많지만 대변을 보고 나면 통증이 없어진다. 세 번째는 설사 우세형으로, 말 그대로 대변을 볼 때마다 설사를 하는 경우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치료를 위해서는 증상에 따라 장의 예민도를 떨어뜨리는 진경제, 대변의 부피를 늘리고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부피형성 완하제 등의 약제를 사용하며, 신경안정제를 보조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심리적 불안 해소가 가장 중요=전문의들은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치료에 있어 약물치료보다 중요한 것은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병이 생명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나을 수 있다고 믿는 것만으로도 불안이나 스트레스가 감소되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에게 증상과 관계없는 가짜 약을 복용시킨 뒤 많은 환자에게서 증상이 호전된 연구 결과들도 있다. 평소에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명상이나 적당한 휴식, 음악감상, 적당한 운동 등으로 몸과 마음을 이완시켜 스트레스를 해소하도록 한다.

하루 세끼 규칙적이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규칙적인 배변습관을 가지는 것도 증상완화에 도움이 된다. 한편, 특정한 음식을 섭취한 후에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평소에 먹으면 불편한 증상을 유발하는 음식을 피해야 한다. 특히 카페인, 술, 지방이 많이 함유된 음식은 멀리하는 게 좋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