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국립암센터 박상재 간암센터장
국내 사망 원인 1위로 꼽히는 암은 우리나라 사람 3명 중 1명이 걸릴 정도로 흔한 병이다. 1년 동안 발생하는 신규 암 환자만 해도 13만 여명에 이를 정도다. 암 진단은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커다란 충격과 스트레스를 준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암으로 진단받으면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변화가 생긴다. 커다란 충격과 스트레스를 가져다주는 암의 예방과 조기 치료를 위해 국민일보 쿠키뉴스는 국립암센터의 암 전문가들을 통해 매주 한 가지 암을 선택해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2011년을 앞두고 새롭게 건강 계획을 수립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이번 연재가 독자들의 건강 지킴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편집자 주-
[쿠키 건강칼럼]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은 ‘간암은 무서운 병’, ‘간암 환자는 얼마 못산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생각은 적어도 20년 전까지는 맞다고 할 수 있지만 최근 간암의 예방법, 진단법 및 치료법이 크게 발전하여 이제는 간암도 치료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의하면 2007년에 우리나라에서는 연 평균 16만1920건의 암이 발생됐는데, 그 중 간암은 남녀를 합쳐서 1만4924건으로 전체 암 발생의 9.2%로 5위를 차지했다. 남녀의 성비는 3.63:1로 남자에게서 더 많이 발생했는데 발생건수는 남자가 1만1141건으로 남성의 암 중에서 4위를 차지했고, 여자는 3783건으로 여성의 암 중에서 6위를 차지했다. 남녀를 합쳐서 본 연령대별로는 60대가 28.4%로 가장 많고, 50대가 26.8%, 70대가 19.2%의 순이다.
특히 간암이 무서운 이유는 직장과 가정에서 중추 역할을 하는 40~60대 남성에서 위암 다음으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기 때문이다. 간암은 아직도 치료 성적이 안 좋아 발생률이 5위인 것에 비해 사망률은 폐암 다음으로 2위다. 그러나 1993~1995년의 경우 5년 생존율이 10.7%에 비해 2003~2007년의 경우 21.7%로 지난 15년간 상당한 발전이 있었으며 향후 간암 치료 결과의 지속적인 향상이 기대된다. 간암에는 여러 종류의 암(간세포암, 간내담관암, 육종 등)이 포함되는데 80% 이상이 간세포암이므로 흔히 간암이라고 하면 간세포암을 지칭한다(이 글에서도 ‘간암’은 ‘간세포암’을 지칭함).
◇간암을 예방할 수 있나요?
다른 암종들과는 달리 간암은 주요 발생 위험인자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데, 만성B형 혹은 C형 간염, (모든 원인의)간경변증, 알코올성 간질환, 비만 또는 당뇨와 관련된 지방간질환, 그 외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곰팡이류인 아플라톡신 B 등이 간암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간 환자들의 74.2%가 B형 간염바이러스(HBV) 표면항원 양성, 8.6%가 C형 간염바이러스(HCV) 항체 양성, 6.9%가 장기간 과음 병력자, 10.3%가 기타의 원인이었다.
△바이러스 간염 예방= 우리나라 간암 환자의 약 75%가 B형간염을 가지고 있고 약 9%가 C형간염을 가지고 있으므로 우리나라 전체 간암의 84% 정도가 간염 바이러스와 관련이 있고 따라서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예방법이다.
만성 B형, C형 간염 환자의 일부는 수 년, 또는 수십 년에 걸쳐 간경변증을 거쳐 간암으로 진행한다. 영유아기에 B형간염 예방백신을 맞아 방어항체를 만들어 놓으면 B형간염은 걸리지 않으며 이에 따라 간암 걱정도 덜게 되므로 B형간염 예방백신을 맞는 것이 간암 예방에 가장 중요한 단계다. B형 간염바이러스 보유 산모에서 태어나는 애기는 출생 즉시 면역글로블린과 백신을 모두 맞으면 80~90%는 B형 간염 전염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C형 간염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못해 미리 면역을 얻을 수 없다. 이미 B형 간염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경우(만성B형 간염 보유자)는 백신을 맞는 것이 항체 생성에 아무 효과가 없다.
B형, C형 만성 간염 환자들의 경우 간염의 정도가 심하고 오래될수록 간경변증 발생이 늘고 이에 따라 간암 발생이 증가한다. 그러므로 바이러스 활동성이 있는 만성 B형, C형 간염 환자의 경우 항바이러스제 등 적절한 치료를 통해 간질환의 진행을 막아야 한다. B형이나 C형 간염바이러스 보유자 혈액이나 체액이 상처 난 피부나 구강 점막, 성기 점막 등을 통해 전염될 수 있으므로 면도기나 칫솔을 나누어 쓰는 일은 피해야 한다.
또한 제대로 소독되지 않은 침술이나 뜸, 문신, 귀뚫기 장식 등도 전염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음식이나 물을 통해서는 전염되지 않으며 일반적 포옹이나 피부접촉으로도 전염되지 않으므로 일상적인 공동생활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절주, 금연 및 적정체중 유지= 만성 간염 환자가 술을 절제하지 않으면 간암 발생이 높아지므로 술을 절제해야 하며 알코올성 간염이나 간경변증이 있는 경우 절대적으로 금주해야 한다. 담배는 간암을 유발하는 발암원 중의 하나이며 따라서 만성간염환자 및 간경변증 환자의 경우 절대 금연해야 한다.
최근 많은 연구에서 비만이 간암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건강한 식생활과 적당한 운동을 통해 적정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나요?
간암은 소리 없이 다가온다. 간암은 초기에는 대부분 증상이 없고 오른쪽 윗배 통증, 덩어리감 등은 암이 많이 진행된 후에 나타난다. 따라서 완치시킬 수 있는 초기 단계에 진단하기 위해서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찾아내야 하는데, 간암은 원인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발암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정기 검진을 철저히 해야 한다.
국립암센터는 대한간학회와 공동으로 간암을 조기 진단하기 위한 ‘간암의 검진 권고안’을 만들었다. 이는 B형 또는 C형 간염바이러스 보유자나 어떤 원인이든 간경변증이 생긴 분들이 대상이며 40세 이후에는 6개월 간격으로 혈액검사인 알파태아단백(alpha-fetoprotein; AFP)치 측정과 간 초음파검사 모두를 주기적으로 실시한다.
검진에서 이상이 있으면 확진을 위해 역동적 조영증강 전산화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혈관조영술 등의 영상검사를 시행하는데 보통 역동적 조영증강 CT가 제일 중요하다. 간암은 다른 암과 달리 혈액검사와 영상검사만으로 확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임상적 진단이 불확실한 경우 조직검사를 시행한다.
간암이 무서운 병이기 하지만 조기에 진단하면 완치율이 높으므로 발생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에서는 정기적인 검진을 반드시 시행해야 할 것이다.(②간암을 치료하는 방법은?에서 계속)
[암 이렇게 극복하자(4)-간암] ①간암을 예방할 수 있나요?
입력 2010-12-20 0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