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계란 안전지대 아냐”

입력 2010-12-17 08:56
[쿠키 건강] 지난 여름 미국에서는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계란으로 인해 2000여명의 식중독 환자가 발생하고 5억개 이상의 계란을 회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에 농림수산식품부는 당시 국산 계란에서는 살모넬라균이 검출되지 않았으며 외국산 날달걀은 수입되지 않고 미국산 계란 가공품은 전량 살모넬라균과 대장균 검사 등을 실시해 국내 유통 계란은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선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계란에 의한 집단 식중독 사고가 보고된 적은 없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소동 원인이 사료 오염으로 드러남에 따라 동일한 방식으로 계란을 생산하는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한국식품안전연구원은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신선 계란의 안전성-미국의 살모넬라 식중독 사고에서 배운다’란 주제로 미디어 워크숍을 마련, 미국을 강타했던 살모넬라균 계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이 워크숍에서 고려대 의과대학 손장욱 교수는 “2007년 급성설사 환자의 대변에서 분리된 세균은 병원성 대장균이 53.3%로 가장 흔했다”며 “살모넬라균은 8.3%로 3위였으나 2009년에는 살모넬라균이 42%로 1위를 차지했고, 항생제 내성률도 60%에서 76.1%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손 교수에 따르면 살모넬라 감염증은 미국과 유럽처럼 국내에서도 발생빈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국내 감염이 확인된 NDM형 슈퍼박테리아가 인도에서 살모넬라균에 전이됐다는 보고도 나와 방역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국대 수의과대학 서건호 교수는 “닭의 난관이 살모넬라균과 같은 세균에 감염되면 계란 내부가 오염될 수 있고 유통과정에서 증식할 수 있다”며 “살모넬라균에 감염된 계란을 충분한 조리과정 없이 섭취할 경우 식중독 위험도 커진다”고 지적했다.

실제 상온에서 계란을 보관할 경우, 계란 노른자 부위의 난황이 배지 역할을 해 균이 급속도로 증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통상 계란 1만개 중 0.5~2개 꼴로 살모넬라 오염이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오염된 계란을 익히지 않고 섭취할 경우, 살모넬라균이 사람에게 전염돼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이 같은 살모넬라균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계란이 정부 차원의 식품 안전장치에 따라 좀더 엄격하게 관리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정윤희 식품미생물팀장은 계란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냉소보관 의무화, 부화장과 농장의 위생관리 등 농림수산식품부가 마련한 계란 위생대책의 시행과 함께 소비자들에 대한 계란 취급요령 홍보도 필요하다”며 “철저한 검사와 체계적인 자료 수집으로 식중독의 원인식품과 원인균, 오염경로 등에 대한 정확하고 광범위한 정보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