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6개월 맞은 노정일 서울대 어린이병원장, “어린이병원 위한 정부지원·기부문화 활성화 절실”
[쿠키 건강] “어린이병원하면 누구나 필요하다고 느끼고 국가보건정책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은 아는데,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현행 건강보험 등 관련 체계는 미흡하고, 기부문화는 아직 성숙하지 못했습니다.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큰 틀에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난 6월 서울대 어린이병원장에 취임한 노정일 원장(사진)은 취임 6개월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 대뜸 현 의료보험수가 체계, 기부문화 등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나마 국내 4곳뿐인 어린이병원은 연간 막대한 적자에 허덕이며 병원 내에서도 눈칫밥(?)을 먹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는 등 경영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대 어린이병원도 연간 100억원, 1병상당 연간 2900만원, 환자 1명당 8600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어린이병원의 적자 원인으로 어린이병원의 경우 중증 장애나 난치성 질환, 태아치료 기술 등 전문치료가 필요해 성인에 비해 시간과 비용은 더 많이 드는 반면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데 있다고 진단한 노 원장은, 정부의 효율적 지원과 민간 기부문화의 활성화를 그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특히 성숙된 기부문화를 바탕으로 약 2500여곳의 어린이병원이 운영되고 있는 미국의 예를 들며, 기부문화 정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죠. 하지만 이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기부문화 활성화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기부문화 정착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특히 서울대병원 같은 국립병원은 공식적으로 기부를 받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갈수록 상황은 더 안 좋아지고 있어요. 어린이병원이라고 하면 단순하게 진료만 생각하지만 교육, 연구, 설비투자 등 뒤따라야 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교육, 연구, 설비투자 등에 대한 여력은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이와 함께 노 원장은 어린이병원장 취임 6개월 동안 느낀 점으로 ‘투명경영’의 필요성을 꼽았다. 노 원장이 말하는 ‘투명경영’이란 병원 운영 정책의 연속성을 염두에 둔 생각이다.
“원장을 맡은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새로운 어떤 일을 임기(2년) 안에 무리하게 추진하겠다는 욕심은 없습니다. 어떤 일을 추진하더라도 투명하게 운영한다면 다음에 어떤 분이 오시더라도 연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지 않을 까요.” 자신의 욕심을 위해 다음 사람에게 부담을 주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이러한 노 원장의 생각은 최근 상당수 지방자치단체가 전임 단체장의 선심성 사업 등으로 심각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뉴스와 관련,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정부에서 지역별 어린이전문병원 육성을 위해 강원대, 경북대, 전북대, 전남대 등에 각각 150~200억원을 들여 어린이전문병원을 짓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운영이죠. 병원만 지어가지고는 안되거든요.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게 우선입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이러한 문제에 공감하는 어린이병원 등 관련 단체와 기관이 모여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의견을 교환하자는 데 동의한 상태라고 노 원장은 소개했다.
또한 노 원장은 정부 지원과 관련해서도 무조건적인 지원보다는 적절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틀을 의료계가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정부지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권리와 의무를 생각해서 적절한 지원이 이뤄지리라 믿습니다. 적절한 지원이라는 틀을 만드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정부와 복지부도 어린이병원을 도와야한다는 데는 동의하는 것 같아 희망적입니다.”
소아과 의사로서 어린이에 맞는 눈높이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은 노 원장은 앞으로 어린이 건강과 관련, 체계를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는 꿈을 밝혔다.
“단순 진료를 떠나 앞으로 정책적으로나 보건환경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아프든 그렇지 않던 간에 꿈과 희망을 갖고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틀을 만들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노 원장은 후학들에게 ‘자신 경영’을 강조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상업적인 경영이 아닌 ‘마음의 경영’, ‘신체의 경영’을 일컫는 말이다. 아울러 현재의 중요성도 후학들이 명심했으면 한다고 했다.
“경영이라는 단어가 상업적인 색깔 때문에 왜곡되고 있지만, 자신의 마음과 신체를 올바로 다스린다는 의미에서 경영은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간의 소통과 의견교환은 물론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도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 현재가 과거가 쌓여 된 것처럼, 지금이 쌓여서 미래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현재에 최선을 다해서 산다면 적어도 사회에 누를 끼치지 않는 사람으로는 성장할 수 있지 않겠어요.”
마지막으로 노 원장은 “어린이건강, 어린이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는, 배려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보건정책을 하는 사람이건 보건을 하는 사람이던 간에, 우리가 못한 것을 후세에 넘겨줄 게 아니라 우리가 못한 것은 우리가 반성하고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노정일 원장 학력 및 약력]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의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박사 과정)
-서울대학교병원 소아과 전공의·전임강사·조교수·부교수·교수
-미국 medical university of South Carolina 소아심장분과 연수
-미국 Pittsburg의대 소아병원 연수
-캐나다 Tronto Hospital 연수
-대한소아심장학회 회장(현재)
-대한고혈압학회 회원(현재)
-대한심장학회 이사(현재)
-서울대학교 소아과학교실 주임교수 역임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병원장(현재)
[인터뷰] “어린이건강 배려하는 사회 됐으면…”
입력 2010-12-14 16:55